2019.8.14.수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1894-1941) 기념일

신명34,1-12 마태18,15-20

 

 

 

아름다운 삶과 죽음

-모세가, 콜베 사제가 그 모범이다-

 

 

 

요즘 저의 취미는 저절로 걷기와 카톡 사진 찍기가 되었습니다. 멀리 성지순례가 아니라 가까이 수도원 경내를 성지순례하듯 시간 나는 대로 걸으며 사진을 찍습니다. 어제도 10820보를 걸었습니다. 따로 휴가가 아니라 이렇게 틈틈이 수도원 하늘길, 배밭길을 걸으며 사진 찍는 것이 저에겐 휴가며 외출입니다. 아마 수도형제들중 이렇게 하는 사람은 저뿐이 없을 것입니다.

 

주님과 함께 하듯 걷습니다. 저에겐 걷는 것이 2014년 안식년때 산티아고 순례여정의 연장입니다. 주님의 집을 향해 주님과 함께 걷듯이 기쁘게 걷습니다. 기도, 묵상, 운동을 겸한 걷기입니다. 죽는 그날까지 걸을 수 있는 것 역시 소원중 하나입니다. 

 

산티야고 순례중 목적지에 가까워질수록 발걸음 빨라지던 기쁨이, 또 새벽 출발할 때의 기쁨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주님의 집에 가자할 제, 나는 몹시 기뻤노라.”(시편122,1), 순례여정중 가장 많이 되뇌었던 기도였습니다. 주님의 집에의 귀가가 가까워지는 죽음일수록, 기쁘게 살다 기쁘게 주님의 집에 귀가하는 죽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름다움은 하느님께서 주신 누구나의 공통적 영적감각입니다. 하느님은 아름다움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아름다움으로 곳곳에서 표현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감동케하고 위로하고 치유하며 우리를 구원합니다. 아름다움을 통해 살아 계신 주님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결국은 카톡사진도 아름다운 하느님 추구의 방편임을 깨닫습니다. 

 

하루에도 변화무쌍하고 신비로운 불암산 배경의 하늘이 아름다워 수없이 사진을 찍습니다. 산책중에도 수없이 이런 저런 꽃이며 야생화를 찍습니다. 겨울 한 철만 빼놓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만한 세상이라고’ 봄-여름-가을 끊임없이 피어나는 청초하고 아름다운 꽃들입니다. 하여 지인들에게 참 많이 보내는 꽃인사입니다. 

 

“사랑하는 형제님! 무궁화꽃 오후 인사 받으세요!” 어제 오후 전송한 꽃인사 내용입니다. 전하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행복하게 하는 사랑의 꽃인사입니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발명이 아닌 눈만 열리면 곳곳에서 발견하는 사랑과 감사요 기쁨과 행복입니다. 살줄 알면 행복이요 살줄 모르면 불행입니다. 결국 아름다움의 추구는 하느님 추구이며 아름답게 살다가 아름답게 죽기 위한 참 좋은 영적수행입니다. 

 

지상에서의 아름다움은 하늘 나라의 아름다움의 희미한 그림자에 불과할 뿐입니다. 여기 지상에서도 이처럼 아름다우니 천상의 하늘 나라의 아름다움은 얼마나 클까 하는 설렘의 기쁨도 간간이 묵상하면 행복해지기도 합니다.

 

요즘 한주간은 세기 당번입니다. 저희는 언제나 공동기도에 공동식사이며 수도원의 중심을 이루는 두 장소가 성당과 식당입니다. 함께 기도하고 함께 식사함으로 저절로 한 식구가 되고 수도가정 공동체의 형성과 일치입니다. 어제도 식사하며, 또 세기하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25년전 40대 중반 제가 원장과 주방장을 수년간 겸임할 때는 2개의 식탁에 7-8명의 수도형제들이였는데 지금은 배로 불어나 4개의 식탁에 14명 수도형제들입니다. 또 참좋은 전문 요리사 출신의 형제가 함께 지내며 주방장으로 봉사하니 식탁은 참 다양하고 풍요로워 25년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하늘 나라에서의 식탁은 얼마나 풍요롭고 행복할까 하고 연상하기도 합니다.

 

어제는 문득 세기하며 창밖을 바라보며 30년전 그 작았던 소나무들과 태산목이 울창한 거목이 된 것을 보며 과연 나의 내적성장과 성숙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집에 귀가하는 죽음의 그날까지 믿음도, 희망도, 사랑도 끊임없이 내적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삶의 유일한 의미와 목표는 이런 아름답고 풍요로운 영적성장일 것입니다.

 

결론하여 아름답게 잘 살다가 아름답게 잘 죽는 것입니다. 언젠가 갑자기의 아름다운 선종은 없습니다. 우연한 선종의 죽음이 아니라 아름답게 잘 산 결과의 필연이 선종의 죽음입니다. 삶도 죽음도 은총이지만 우리의 노력도 반드시 동반해야 합니다. 

 

하루하루 충실히 깨어 아름답게 살 때 주님은 아름다운 선종의 선물을 주실 것입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남은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고 평화와 치유, 공동체의 일치도 선사합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랑의 성체성사 미사를 영원한 인류 유산의 선물로 남겨 주셨습니다.

 

오늘 신명기의 모세의 삶과 죽음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또 오늘 기념하는 순교자 성 콜베 신부님의 치열한 삶과 불쌍한 이웃 형제를 대신한 순교의 죽음은 얼마나 거룩한 아름다움인지요! 특히 모세의 삶과 죽음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오늘 모세의 죽음으로 신명기는 끝납니다. 

 

모세의 해피엔딩의 죽음입니다. 오늘 말씀 전에 나오는 마지막 죽음을 앞둔 신명기 33장, 모세의 축복은 얼마나 아름답고 감동적인지요. 세상 떠나기전 공동체에게 강복을 주고 공동체의 강복을 받으며 떠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큰 축복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 장면이 참 인상적입니다.

 

-“저것이 내가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에게, ‘너의 후손에게 저 땅을 주겠다.’하고 맹세한 땅이다. 이렇게 네 눈으로 저 땅을 바라보게는 해 주지만, 네가 그곳에는 들어가지는 못한다.”

주님의 종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그곳 모압 땅에서 죽었다. ---오늘날 까지 아무도 그가 묻힌 곳을 알지 못한다. 모세는 죽을 때에 나이가 백스무 살이었으나 눈이 어둡지 않았고 기력도 없지 않았다.-

 

참 멋진 죽음입니다. 이에 근거하여 에녹에, 또 엘리야에 앞선 모세의 승천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모세의 내적 상처도 컸을 법 합니다만 하느님은 약속의 땅 넘어 궁극의 하늘 나라로 승천시켰음을 깨닫습니다. 후계자 여호수아에게 안수하자 여호수아는 지혜의 영으로 가득 찼다 하니 릴레이 경주의 바톤은 성공적으로 전달된 것입니다.

 

어떻게 모세처럼 이런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바로 복음의 기도와 공동체가 답을 줍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기도할 때 공동체에 주님도 함께 계시고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도 들어주십니다. 그러니 회개와 화해를 통해 공동체와 깊이 결속되는 것이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을 위한 필수 전제 조건입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너희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끊임없는 회개와 화해를 통해 몸담고 있는 땅의 교회 공동체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니 이런 삶의 여정을 통한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임을 깨닫습니다. 결국은 개인은 물론 교회 공동체의 끊임없는 기도가 답임을 깨닫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압 평야에서 삼십 일 동안 모세를 생각하며 애곡하였다는 사실을 통해 모세가 얼마나 공동체와 깊이 결속되었는지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임종전 공동체에 대한 ‘모세의 축복’(신명33장)을 통해 그가 얼마나 하느님과 공동체를 사랑했는지 깨닫습니다.

 

참 아름답고 멋진 삶을 살다가 아름답고 멋진 죽음을 맞이한 모세입니다. 이스라엘에는 모세와 같은 예언자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주님께서 얼굴을 마주 보고 사귀시던 분입니다. 바로 이런 모세에 이은 새 모세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아름답고 거룩한 삶을 살다가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을 맞이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아름답고 거룩한 삶과 죽음에 미사은총보다 더 결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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