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開眼의 여정 -끊임없는 주님과의 만남-2020.8.31.연중22주간 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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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8.31.연중22주간 월요일                                                                   1코린2,1-5 루카4,16-30

 

 

 

개안開眼의 여정

-끊임없는 주님과의 만남-

 

 

 

아침 성무일도시 아름다운 찬미가 2-3절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주님은 이런 분이십니다.

 

“주님은 이세상의 참된 새벽별/그빛은 다가오는 태양알리니

주님은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잗다란 아침 별빛 아니오이다

 

밝기는 태양보다 더하옵시고/주야로 한낮같이 빛나시오니

우리맘 깊은 곳도 밝혀 주시고/은밀한 생각까지 알고계시네.”

 

밤 일찍 일어나 문밖을 나서니 찬 바람이 스치듯 지나가고 요즘 몇해동안 듣지 못했던 청아淸雅한 풀벌레 소리들을 듣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바라본 맑은 별빛 가득한 하늘이었습니다. 아, 가을이 온 것입니다. 코로나19사태로 사람들이 좀 조용해 지니 자연이, 지구가 살아난 듯합니다. 내일부터는 9월 순교자 성월로 본격적 기도의 계절로 진입합니다.

 

간절하고 절실한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참으로 주님과 깊이의 만남을 추구할 때입니다. 새벽 인터넷 뉴스중 정은경 방대본부장의 국민을 향한 간절한 호소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19 시대에 연대하는 방법은 모두가 흩어지는 것이며 사람 간 거리를 두는 것이다. 사람 간의 접촉을 줄이는 것 이외에 지금의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앞으로 한주 간은 단단한 연대와 협력으로 모임 자제와 거리두기 참여를 통해 지금의 위기국면을 전환하는 데 함께 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와는 정반대 현실입니다. ‘모이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역설적 코로나19시대입니다. 흩어짐의 고독의 깊이와 함께 하는 연대입니다. 그러니 종파를 초월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삶의 깊이를 추구하며 마음으로의 연대에 힘써야 할 때입니다. 삶의 깊이를 상실해 가는 시대, 참으로 내적, 영적 삶의 깊이를 회복해야 할 절호絶好의 시절입니다. 반가운 카톡 메시지 둘을 소개합니다.

 

“당분간 집에만 계세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집콕입니다.”

 

“신부님, 세상이 참 어수선합니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누리던 것들이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그래도 믿음이 있어 삼망에 빠지지 않고 하루하루 인내를 배우며 기쁘게 살고자 노력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망, 절망, 실망’의 삼망三望이 아닌 ‘감사, 감동, 감탄’의 삼감三感의 삶을, ‘상쾌, 유쾌, 통쾌’의 삼쾌三快의 삶을, ‘진실, 성실, 절실’의 삼실三實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신망애信望愛의 삶을, 진선미眞善美의 삶을 추구하고 살아야 합니다. 답은 참으로 좋으신 분, 자비롭고 너그러우신 주님과의 만남뿐입니다. 개안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을 통해 날로 삶의 깊이를 더해가는 길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나자렛에서 희년을 선포하는 예수님’을 만나고, 제1독서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바오로’를 만납니다. 두 분 다 성령의 은총으로 주님을 만나 눈이 활짝 열린 분들입니다. 광야피정중 참으로 홀로의 고독중에 삶의 깊이에서 하느님과 세상에 연대하셨던 예수님의 진가가 오늘 복음에서 환히 드러납니다. 

 

‘안식일에 늘 하시던 대로 회당에 들어가셨다’라는 말마디에서 한결같이 평범한 영적 삶의 일과에 충실하셨던 정주定住의 예수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말씀을 통해 눈이 활짝 열려 자신의 신원을 깨달은 주님이십니다. 흡사 예수님의 출사표出師表처럼, 오도송悟道頌처럼 느껴집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지금 여기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느님께는 모두가 가능합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복음의 진수입니다. 예수님의 전 삶을 요약합니다. 이런 예수님과 함께하는 ‘개안의 여정’중의 복된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예수님과 함께 하는 개안의 여정중에 삶은 나날이 깊어지고 심화되는 깨달음과 더불어 눈은 나날이 밝어져 자유로워지는 우리들입니다. 비로소 무지의 치유에 무지로부터 해방되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

 

바로 오늘 이 말씀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이루어지는 주님의 은총의 말씀에 저절로 경탄敬歎하게 됩니다. 예수님 고향 사람들은 편견의 무지로 반신반의하지만 우리는 전폭적으로 주님을 믿습니다. 무지의 고향 사람들은 예수님께 위해를 가하지만 예수님의 행보는 자유롭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떠나가셨다.”

 

오늘 우리와 함께 하기 위해, 표표漂漂히 떠나는 무엇에도 매이지 않는 대자유인, 참 멋진 예수님이십니다. 언제 어디서나 시공을 초월하여 당신을 찾는 이들과 개안의 여정을 함께 하시는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바로 이의 전형적 모범이 오늘의 우리에게 십자가에 못박히신 그리스도를 선포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나는 여러분 가운데에 있으면서 예수 그리스도 곧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외에는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나의 말과 나의 복음 선포는 지혜롭고 설득력있는 언변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성령의 힘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러분의 믿음이 인간의 지혜가 아니라 하느님의 힘에 바탕을 두게 하려는 것입니다.”

 

성령의 힘, 하느님의 힘이 키워드입니다. 코로나19를 퇴치할 궁극의 힘도 성령의 힘, 하느님의 힘입니다. 이에 앞서 우리 모두의 기도가, 협력과 연대가 필수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중 주님과 만남을 통한 성령의 힘, 하느님의 힘이 우리 모두 개안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상 모든 이들과 주님 안에서 하나로 연대하여 날마다 기도와 미사를 봉헌하는 남양주시 불암산 기슭에 위치한 성 베네딕도회 요셉 수도원 수도 가족들입니다. 

 

“주님, 당신을 경외하는 이들 위해 간직하신 그 선하심, 얼마나 크시옵니까! 제가 당신 가르침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온종일 그 가르침을 묵상하나이다.”(시편31,20;119,9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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