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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21.연중 제16주간 목요일                                            예레2,1-3.7-8.12-13 마태13,10-17

 

 

 

자유의 여정

-깨달음, 회개, 깨어있음, 훈련-

 

 

 

이런저런 단상斷想들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요즘 한결같지 않은 잦은 비에 후덥지근한 날씨에 자칫 하면 ‘일상의 늪’에 빠지기 쉽습니다. ‘일상의 숲’을 살아가야 하는데 ‘일상의 늪’에 빠져 무기력하게 살 수 있습니다. 언젠가 ‘명상의 늪’이란 수도선배의 책을 읽으며 왜 하필 ‘명상의 숲’이 아니고 ‘명상의 늪’인가 하며 의아해 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어제는 어느 자매의 아름다운 수도원 경관 예찬과 사진에 문득 수도원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은 언제나 가도 엄마품 같은 곳입니다.” 언제나 가도 엄마품같은 사람이 되면 참 좋겠다 생각이 들며 수도원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전 써놨던 “사랑은 이런 것”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나무는 

넉넉한 품

언제나 거기 있어 날아 오는 새들

모두 안아 들이는 

넉넉한 품

 

새들은 

나무에 자취를 남기지 않고

나무는 

새들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랑은 이런 것”-1997.3

 

무려 25년전 나무의 덕을 사모思慕하여 쓴 시입니다. 나무의 품, 숲의 품, 일상의 품, 수도원의 품 모두 ‘주님의 품’을 상징합니다. 회심정回心亭이란 사방에 열려있는 수도원의 정자亭子가 사람이 오면 채워졌다가 떠나면 텅빈 충만으로 남아 있는 ‘무심無心한 사랑’의 회심정의 품도 좋아 때로 사진에 담기도 합니다.

 

어제는 혜성같이 등장한 결코 밉거나 싫지 않은 약간 정신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주 수도원을 찾은 순수한 청년靑年이 부적符籍을 써달라 했습니다. 말씀처방전을 부적이라 부른 것입니다. 그리고 갈라디아서 4장6절을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예루살렘은 자유인이며 우리의 어머니입니다.”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대하는 성서구절이 참 정답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하늘의 예루살렘을 상징하는 교회의 어머니요, 아름다운 수도원이요, 성모님이요, 예수님이요, 성인들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유인이요 우리의 어머니같은 하늘의 예루살렘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난 7월18일은 국제 넬슨 만델라의 날이었습니다. 정말 경이로운 현대의 성인입니다. 남아공화국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자 국부로 추앙받으며 국제적으로 존경받았던 어른으로 산전수전 역경 속에서도 95세 장수를 누렸던 참 기적같은 성인입니다. 그래서 자서전을 주문했습니다.

 

교황님 홈페이지에 “용서는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넬슨 만델라의 가르침”이란 제목하의 글을 읽으며 주목되는 말마디는 단연 용서였습니다. 27년의 수인생활후 급기야 대통령이 되었을 때도 일체의 정치 보복을 하지 않았고 평화로운 공존과 평화로 마침내 노벨 평화상을 탔던 분으로, 세계 유수한 정치 지도자들로부터 존경을 한몸에 받았던 넬슨 만델라 였습니다. 그가 다음 주님의 말씀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부 내용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넬슨! 네가 감옥에 있는 동안 너는 자유로웠고, 지금도 자유롭다. 결코 그들의 수인(囚人;prisoner)이 되지 마라.” 즉시 만델라는 과거의 덫에 빠지지 않기를 결심했다. 그리고 ‘아픔을 떠나 보내는 것’(let the bitterness go)이었다. 그는 '용서는 영혼을 자유롭게 하고 두려움을 떠나게 한다'는 것을 알았다. 바로 이런 강력한 무기가 용서인 것이다.-

 

깨달음도, 회개도, 깨어 있음도, ,의식적 항구한 분투의 노력이자 훈련입니다. 이래야 영적감성도 무디어지지 않습니다. 일상의 늪에서 벗어납니다. 무지로부터 벗어나 지혜로운 현자요 자유인으로 살 수 있습니다. 깨달음, 깨어 있음, 깨끗한 마음 모두 “깨”잘 돌림입니다. 오늘 말씀 묵상과 관련되어 떠오른 단상들입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이 오죽 답답했으면 예수님의 입을 빌어 하느님의 부정적 예정설로 비유를 해명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서 ‘원판 불변의 법칙’을 말하나 봅니다.

 

“너희에게는 하늘 나라의 신비를 아는 것이 허락되었지만, 저 사람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았다. 사실 가진 자는 더 받아 넉넉해지고, 가진 것이 없는 자는 가진 것마져 빼앗길 것이다.”

 

영적 부익부, 빈익빈의 진리를 말합니다. 아, 이래서 부단한 회개요 깨달음의 여정을 통해 영적감성을, 영성을 회복함이 긴요합니다. 그대로 마이동풍같은 백성의 현실에 직면하여 이사야의 부정적 예정설을 수용한, 그대로 회개를 촉구하는 말씀입니다. 결국은 하느님 탓이 아니라 스스로 자초한 심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절실한 회개의 은총입니다.

 

“너희는 듣고 또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보고 또 보아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저 백성이 마음은 무디고 귀로는 제대로 듣지 못하며 눈은 감았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처럼 제1독서의 예레미야 예언자도 첫사랑을 잃어버리고 바알 숭배로 땅을 더럽히고 주님의 상속 재산을 역겨운 것으로 만들고 끊임없이 반역하는 배은망덕의 백성을 개탄합니다. 오늘날도 여전히 반복되는 악순환의 무지한 사람들입니다. 

 

너무들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에 뻔뻔들합니다. 하늘 두려운 줄도 모르고 하늘 부끄러운 줄도 모릅니다. 참 정의롭고 지혜롭고 용기있고 반듯한 사람, 큰 어른 만나기가 힘든 세상입니다. 새삼 넬슨 만델라 같은, 전임 김대중 토마스 모어 같은 정치지도자가 그리운 세상입니다. 거대담론이 사라진, 전통과 역사의식이, 도덕의식이나 공동체 의식이 희박해진, 하느님 꿈과 비전, 희망을 상실한 고만고만한 왜소해진 사람들같습니다. 김대중 대통령 세례명은 장면 부총리가 지어줬다 합니다. 

 

“하늘아, 이를 두고 깜짝 놀라라. 소스라치고 몸서리쳐라. 주님의 말씀이다. 정녕 내 백성이 두 가지 악행을 저질렀다. 그들은 생수의 원천인 나를 저버렸고, 제 자신을 위해 저수 동굴을, 물이 고이지 못하는, 갈라진 저수 동굴을 팠다.”(예레2,12-13)

 

생수의 원천이냐 갈라진 저수 동굴이냐 역시 선택과 훈련의 문제입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회개와 깨달음을 통한 지혜로 생수의 원천인 주님을 선택하여 부단히 주님안에서 깨어 살아가는 영적훈련에 힘쓰자는 것입니다. 이래야 일상의 늪에서 벗어나 일상의 숲을, 물이 새는 고수 동굴이 아닌 생수의 원천인 주님안에서 살 수 있습니다. 생수의 원천인 주님을 선택하여 참 삶을 살고자 이 거룩한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에게 주시는 복음 말씀입니다.

 

“그러나 너희의 눈을 볼 수 있으니 행복하고, 너희의 귀는 들을 수 있으니 행복하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많은 예언자와 의인이 너희가 보는 것을 보고자 갈망하였지만 보지 못하였고, 너희가 듣는 것을 듣고자 갈망하였지만 듣지 못하였다.”(마태13,16-17)

 

그대로 참으로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우리의 영적 갈망을, 영적 목마름과 배고픔을 일거에 해결해 주는 주님과 하나되는 참행복한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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