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20. 연중 제6주간 수요일                                                                 창세8,6-13.20-22 마르8,22-26

 

 

 

개안開眼의 여정

-주님을 알고 나와 너를 알아가는 여정-

 

 

 

어제는 참 은혜로운 축제같은 하루였습니다. 정월 보름에 우수요 뜻밖에 내린 흰눈과 이어진 봄비에 가뭄이 완전 해갈됐기 때문입니다. 장례미사 또한 축제같은 분위기였습니다. 선종하신 오도 아빠스님을 통해 베푸신 하늘 은총입니다. 시편 화답송중 다음 구절도 그대로 오도 아빠스님을 지칭하는 듯 합니다. 무엇보다 따뜻하고 친절했던 분으로 기억되는 아빠스님입니다.

 

“주님께 성실한 이들의 죽음이, 주님 눈에 참 소중하네.”(시편116,15).

 

또 귀원하는 도중에 에덴동산과도 같고 구원의 방주와도 같은 곳에 사는, 수도원의 은인과도 같은 신심좋은 부부의 가정집에 잠시 초대를 받아 방문했습니다. 좋은 분들과의 만남과 대화 자체가 구원임을 깨닫습니다.

 

“에덴동산의 아담과 하와가 아닌 성인聖人 부부 같습니다. 이제 두분에게 남은 것은 성인성녀가 되는 일 뿐입니다.”

 

격려성 덕담을 드렸습니다. 개안의 여정에 항구할 때 성인이 됩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벳사이다의 눈먼 이를 고치시는 기적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의 이 기적은 다른 것들과는 달리 점진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점진적으로 눈이 열려가는, 밝아져가는 개안의 과정을 상징적 보여줍니다. 역시 예수님 고유의 방식대로 측은히 여기는 마음, 사랑의 텃치(스킨쉽), 권능의 말씀이 삼위일체가 되어 일어난 기적입니다.

 

재차 예수님께서 다시 그의 두 눈에 손을 얹으시니 그가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그는 시력이 회복되어 모든 것을 뚜렷이 보게 된 것입니다. 상징하는 바 깊습니다. 그대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가면서 육안의 시력은 약해져 눈은 어두워져도 영안은 좋아져 밝아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날로 좋아지고 밝아지는 영안이면 좋겠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이 개안의 여정입니다. 회개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과 함께 가는 개안의 여정입니다. 날로 끊임없는 회개를 통해, 깨달음을 통해, 영안이 열려가는, 밝아져가는 개안의 여정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벳사이다의 눈먼 이의 눈이 열려가는, 점차 시력이 회복되가는 과정을 통해 점차 또렷해지는 예수님의 모습이요, 시력을 완전히 회복되었을 때는 오매불망 그리던 예수님의 모습을 똑똑히 보았을 것이니 바로 이것이 구원입니다. 주님의 얼굴을 뵈옵는 것,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우리 역시 매일의 미사은총을 통해 날로 영안의 시력이 좋아져 점차 예수님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눈 먼 무지의 치유에 주님과의 만남보다 더 좋은 처방은 없습니다. 평생공부가 주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공부입니다. 주님을 알고 나를 알아가는 공부를 통해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주님을 모르면 나도 모릅니다. 우리가 물음이라면 주님은 답입니다. 주님과 나를 알아가면서 무지로부터의 해방과 더불어 주님을 닮아 온유와 겸손입니다. 개안의 여정을 통해 주님과 나를 알아가면서 주님을 닮아가는 것이 우리 믿는 이들의 유일한 소망임을 깨닫게 됩니다. 행복기도문 후반부가 생각납니다.

 

-“이제 당신을 닮아/온유와 겸손/인내의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소망이오니/간절히 청하는 제 기도를 들어 주소서.

  당신께/영광이/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개안의 여정은 그대로 인내의 여정이자 영안이 밝아져 감으로 주님을 닮아가는 온유와 겸손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초대교회부터 세례 은총은 눈이 열림을 상징했습니다. 세례를 통해 무지로부터 결정적 개안의 여정이 시작됐음을 뜻합니다. 

 

세례성사에 이어 평생성사인 성체성사와 고백성사의 은총이 개안의 여정에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이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와 더불어 날로 좋아지고 밝아지는 영안의 시력입니다.

 

교회교부들은 오늘 창세기 이야기에서 귀한 진리를 발견했습니다. 방주안의 노아가족이 홍수의 물로부터 구원받은 사건을 통해 세례의 구원은총을 찾아낸 것입니다. 방주가 상징하는 바 교회요 홍수의 물이 상징하는 바 죽음입니다. 

 

홍수의 물의 죽음으로부터 구원받은 방주안의 노아가 상징하는 바, 바로 세례받은 교회의 사람들인 우리들입니다. 죽음으로부터 구원받은 의인 노아의 모습이 참 장엄하고 아름답기가 한폭의 살아있는 그림같습니다. 그 상황의 말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노아가 육백한 살이 되던 해, 첫째 달 초하룻날에 땅의 물이 말랐다. 노아가 방주 뚜껑을 열고 내다보니 과연 땅바닥이 말라있었다. 노아는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모든 정결한 짐승과 모든 정결한 새들 가운데에서 번제물을 골라 제단위에서 바쳤다.’

 

아마 노아는 해마다 이날에, 아니 매일 아침이면 일어나 제단을 쌓고 번제물을 바치며 구원의 사건을 상기하며 구원의 주님을 새롭게 체험했을 것입니다. 우리 역시 매일미사 제단을 쌓고 주님과 함께 자신을 봉헌함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하루요 더불어 영안도 날로 밝아지고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주님은 노아의 봉헌제물의 향내를 맡으시고 마음속으로 다짐하십니다. 그대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 같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어려서부터 악한 뜻을 품기 마련 내가 다시는 사람 때문에 땅을 저주하지 않으리라. 이번에 한 것처럼 다시는 어떤 생물도 파멸시키지 않으리라. 땅이 있는 한, 씨뿌리기와, 추위와 더위, 여름과 겨울, 낮과 밤이 그치지 않으리라.”

 

하느님의 심판은 끝났고 이제 반복되는 은혜로운 일상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주님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과 무분별의 무지에 의해 생물이 파멸되고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참으로 개안의 여정, 회개의 여정, 깨달음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함이 자신은 물론 자연만물의 구원의 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개안의 여정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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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2.20 16:19
    매일 평생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와 더불어 날로 좋아지고 밝아지는 영안의 시력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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