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3. 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이사60,1-6 에페3,2.3ㄴ.5-6 마태2,1-12


                                                                  내 삶의 여정旅程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하루하루가 첩첩산중疊疊山中, 넘어야 할 산입니다. 새벽 강론을 완성하면 마치 하루의 산 정상에 오른 셈이고 이제부터 남은 하루는 하산下山의 여정에 해당 됩니다.


“하느님, 만백성이 당신께 조배하리이다.”


매해 주님 공현 대축일 때 마다 늘 들어도 신명나는 가사와 곡의 화답송 후렴입니다. 오늘 하루 이 화답송 후렴을 끊임없는 기도로 바치면서 행복한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복음의 주인공 동방박사들의 순례여정을 묵상하던 중 강론 제목은 구체적으로 ‘내 삶의 여정’으로 택했고, 정현종 시인의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싯귀를 부제로 택했습니다. 하나하나가 유일무이한 고귀한 인생이자 살아있는 성경책입니다. 마지막 렉시오 디비나 할 대상이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얼마전 감명깊게 읽은 ‘신의 위대한 질문’이란 책 마지막 구절을 인용합니다.


“인간이 신의 형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인간이 다른 인간에 대한 존엄성의 기초다. 인간은 신을 알고 사랑하고 순종할 뿐만 아니라, 신의 형상을 지닌 동료 인간들을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신에 대한 사랑의 완성이다.”


요즘 산에 대한 관심이 각별합니다. 그러고 보니 산은 모두가 ‘하느님의 산’,  신산神山같습니다. 산을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도 자주 눈에 띕니다. 세상에 똑같은 산은 하나도 없습니다. 높이, 크기, 모양이 다 다르듯 사람도 그와 흡사합니다. 하나하나가 하늘 향한 산같은 존재의 사람입니다. 산을 흠모하는 마음에 쓴 ‘산은 나이도 먹지 않나 보다.’라는 옛 자작시를 나눕니다.


-산은 나이도 먹지 않나 보다

 아무리 세월 흘러도

 봄마다 신록의 생명 가득한 산

 꿈꾸는 산

 산은 나이도 먹지 않나 보다

 세월도 비켜가나 보다

 늘 봐도 새롭고 좋은 산이다.-2006년


각자의 산을 올라 하늘에 닿는 등정(登頂, 登程)중에 있는 각자 삶의 여정입니다. 과연 ‘나’라는 산의 높이는 어느 정도며 어는 지점의 높이에 까지 올랐는가 자주 점검해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독서중인 ‘촐라체’ 소설의 저자 후기 중 한 대목을 인용합니다.


“이런 본원적 낙관주의야말로 존재의 빛이 아닐 수 없다. 히말라야의 ‘촐라체’봉은 그런 의미에서 불멸에의 꿈이고, 살아있는 사람이며, 온갖 카르마를 쓸어내는 ‘커다란 빗자루’이다. 예컨대 내겐 평생 ‘문학’이 거대한 빙벽을 실존적으로 올라야 되는 ‘촐라체’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유한한 인생에서 가슴속에 ‘촐라체’ 하나 품고 살면 성취 여부와 상관없이 그게 지복至福이 아니겠는가.”


촐라체가 상징하는바 우리에겐 ‘평생 탐구 대상’이자 ‘평생 올라야 할 산’인 하느님입니다. 이런 하느님 꿈 하나 품고, 하느님 산에 오르는 이들이 진정 지복의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촐라체 꿈, 하느님 꿈이 없다면 무슨 재미, 무슨 맛, 무슨 기쁨으로 광야인생 살아낼른지요. 아, 우리의 등정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평생 하느님 찾는 등정중의 우리들입니다. 등정 중 써나가는 날마다의 내 삶의 성경책 1쪽입니다.


일일일생一日一生, 인생사계人生四季입니다. 순례여정을 설명할 때 자주 예로 드는 말마디입니다. 긴 것 같으나 실로 순식간의 일생입니다. 내 인생을 하루로 압축할 때 하루 중 어느 시점에 와 있는가 묻습니다. 오전 인생인듯하나 곧 오후 인생에 죽음의 귀가歸家 시간입니다. 


수도원에 오래 정주하다보니 매해 계절이 지나는 것을 봅니다. 계절뿐 아니라 봄같았던 사람들 역시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됨을 봅니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 나름의 품위와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과연 인생사계에 맞는 품위와 아름다움을 지닌 우리의 삶인지요. 이사야 예언자가 우리를 격려합니다.


“예루살렘아,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 주님의 영광이 네 위에 떠올랐다.”


삶의 여정에 지친 예루살렘, 우리 영혼을 환히 비추시는 주님의 빛입니다. 탄생하시는 구원자 예수님의 빛이 우리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과거 모든 세대에 감추어졌던 신비가 성령을 통해 우리 모두에게 계시되었고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제2독서 사도 바오로의 말씀대로 곧 다른 민족들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복음을 통하여, 공동 상속자가 되고 한 몸의 지체가 되며 약속의 공동 수혜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세상의 빛이자 인류의 빛으로 계시된 그리스도 예수님이 바로 우리의 궁극의 평생 탐구대상이자 사랑의 대상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찬연히 빛나는 하느님 영광입니다. 오늘 복음의 동방박사들은 구도자의 모범, 순례자의 모범입니다. 간절히 주님을 찾을 때 계시되는 주님의 별입니다. 간절한 하느님 꿈이, 목표가 있었기에 주님의 별의 인도를 받은 동방박사들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객관적 실재의 주님의 별이 아닙니다. 똑같은 주님의 별은 하나도 없습니다. 간절히 찾을 때 은총의 선물처럼 나타나는 주님의 별이요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찾지 않으면 곧 사라지는 주님의 별입니다. 아, 주님의 별이 상징하는 바 우리의 영원한 꿈이요 희망이요 비전입니다. 


이 주님의 별 따라 항구할 때 성공적 순례여정입니다. 보십시오. 동방박사들은 주님의 별을 따른 여정에 충실하고 항구했기에 헤로데 임금의 거대한 장애물을 무사 통과하여 오매불망 꿈에 그리던 순례여정의 목적지 베들레헴에 도착하여 주님을 뵙고 예물을 드립니다. 


‘그리고 그 집에 들어가 어머니 마리아와 함께 있는 아기를 보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다. 또 보물 상자를 열고 아기에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께 예물을 드리는 우리들을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우리 삶의 여정은 늘 끝이자 시작입니다. 복음의 동방박사들 역시 꿈에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갑니다. 이들 역시 다시 새롭게 시작된 주님을 향한 등정임을 보여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예물로 봉헌한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등정에 항구할 수 있는 신망애信望愛, 진선미眞善美의 은총을 풍성히 내려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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