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4.16. 부활 제3주간 토요일                                                                    사도9,31-42 요한6,60ㄴ-69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일어나시오!”-


"주님, 새벽부터 일어나서, 도우심을 빌며, 당신의 말씀에 희망을 거나이다."(시편119.147).


저에겐 운동도 기도입니다. 새벽 강론을 쓴 후 기도하며 걷다가 수도원 십자로 중앙에 위치한 ‘예수부활상’ 앞을 지날 때 마다 잠시 멈춰 거수경례 때 바치는 세 짧은 고백의 기도를 소개합니다.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찬미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이렇게 날마다 감사의 기쁨, 찬미의 기쁨, 사랑의 기쁨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며칠전 가톨릭 신문에서 읽은, 꼭 나누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있는 영국의 작가였던 G.K.체스터튼의 <정통>이란 책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우리는 자기에 집착하지 않는 명랑함으로 올라와야 한다. 자기자신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마치 본성적인 경향과도 같아 쉽게 행하게 된다. 반면에 웃음은 일종의 도약이다. 무거워지는 것은 쉽고 가벼워지는 것은 어렵다. 사탄은 중력에 의해 추락하였다.”


하여 우리를 가볍게 하는 바오로 사도의 ‘항상 기쁘게, 늘 기도하며, 어떤 처지에서 든지 감사하며 살라’는 말씀이 영원한 진리임을 깨닫습니다. 영혼에 찬미와 감사의 양날개를 달아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져 참으로 자유로운 삶입니다. 


무거워지기는 쉽고 가벼워지기는 어렵습니다. 채우기는 쉬워도 비우기는 어렵습니다. 쌓기는 쉬워도 버리기는 어렵습니다. 머물기는 쉬워도 떠나기는 어렵습니다. 다 일맥상통하는 죄로 향하는 경향을 말하는 것입니다.


무거워지기는 쉬워도 가벼워지기는 어렵습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질 때 이런저런 병이요 몸도 마음도 가벼워질 때 저절로 치유되는 병입니다. 사탄은 중력에 의해 추락하였습니다. 천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자기(ego)가 없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 그 누구도 중력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어떻게 죄의 중력을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까요? 사탄은 중력에 의해 추락하였습니다. 중력은 죄의 유혹을, 죄로 향하는 성향을 상징합니다. 사람에게는 하느님을 찾는 빛의 성향도 있지만 죄로 향하는 어둠의 성향도 있습니다. 답은 단하나 부활하신 주님만 따르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만이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질문에 대한 베드로의 답변이 참 정확합니다.


“너희도 떠나고 싶으냐?”

오늘 주님은 열두 제자뿐 아니라 우리 모두를 향해 묻습니다. 제자들 가운데 예수님 말씀이 듣기가 너무 거북하고 불편하다며 제자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떠나고 마지막 남은 열두 제자에게 묻습니다. 열두 제자를 대표한 베드로의 말이 영원불변의 진리입니다. 우리 영적 삶의 답도 이 것 하나뿐입니다.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스승님께서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라고 저희는 믿어 왔고 또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주님말고는 갈 분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도 ‘주님,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로 정했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지금 여기에 현존하시는 파스카의 예수님께 우리가 드릴 답변도 이 말 하나뿐입니다. 영원한 생명의 말씀을 지니신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 가겠습니까?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신 주님을 찾아 미사에 참석한 우리들이 아닙니까? 주님은 계속 말씀하십니다.


“영은 생명을 준다. 그러나 육은 아무 쓸모가 없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靈이며 생명生命이다.”


우리를 무겁게 하는 육적 삶이요, 우리를 날로 가볍게 하는 영적 삶입니다. 주님의 말씀은 영이요 생명입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들일 수 있는 길도 말씀의 맛뿐입니다. 말씀은 식食이요 약藥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영육의 건강에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주님의 힘은 말씀의 힘입니다. 말씀의 힘만이 죄의 중력을 벗어나게 합니다. 


바로 오늘 부활하신 주님은 베드로를 통해 유감없이 그 능력을 발휘하십니다. 베드로의 고백이 그대로 실현되는 오늘 사도행전의 장면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베드로의 모습은 얼마나 경쾌하고 자유로운지요. 흡사 중력의 영향권을 벗어난 모습입니다. 며칠 전 성령의 사람, 필리포스를 연상케 합니다. 


이제 박해는 끝나고 사울의 회심과 더불어 온 교회는 평화를 누리며 굳건히 세워지고 주님을 경외하며 살아가면서 성령의 격려를 받아 그 수가 늘어났다니 순전히 부활하신 주님의 은혜입니다. 이어 눈부시게 펼쳐지는 베드로의 활약입니다.


“애네아스,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고쳐 주십니다. 일어나 침상을 정리하십시오.”


베드로를 통한 부활하신 주님의 말씀에 즉시 일어나 부활의 삶을 살게 된 애네아스입니다.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라는 베드로의 고백이 실증되는 장면입니다. 죽은 타비타를 살리는 장면도 감동입니다. 베드로는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린 다음 시신 쪽으로 돌아서서, 


“타비타, 일어나시오!”


말한 후 눈을 뜬 타비타를 일으켜 세웁니다. ‘일어나라’는 말마디는 부활을 상징하는 말마디입니다. 베드로를 통한 주님 말씀의 능력이 이들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참으로 오늘 사도행전은 신바람 가득한 분위기입니다. 애네아스가 상징하는 바, 영적 중풍에 걸려 있는 이들이요, 타비타가 상징하는 바, 영적으로 잠들어 있는, 죽어있는 이들입니다. 부활하신 파스카의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당신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치유해 주시며, “일어나시오.” 말씀하십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시편116,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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