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8. 화요일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창세3,9-15.20 에페1,3-6.11-12 루카1,26-38


                                                           평생 꼭 기억해야 할 세 말마디


오늘 12월8일, 대림시기 초반에 맞이하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축일이 마음을 환히 밝히며 기쁨을 배가합니다. 사순시기 후반부 3월25일 성모 영보 대축일 때도 우리 마음을 환희에 젖게 했는데 또 이렇게 큰 기쁨을 안겨 주시는 성모님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새로운 노래를 주께 불러 드려라. 묘한 일들 당신이 하시었도다.”

오늘 화답송 후렴의 노래는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화답송 앞부분의 시편은 의정부교구장 이기헌 주교님의 문장에 있는 성구입니다. 오늘 대축일 하루종일 끊임없는 기도로 바쳐도 참 좋겠습니다. 이렇게 마음에 잘 새겨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영적수행인지 모릅니다.


영성생활의 기초는 기억입니다. 

주님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기억의 신비입니다. 그러니 그 정신 좋고 말 잘하던 사람들이 치매에 걸려 모든 기억을 상실했을 때 지인들의 충격은 얼마나 크겠는지요. 주님을 잊지 않기 위해 평생, 매일, 끊임없이 미사를 봉헌하고 성무일도를 바치는 우리들입니다. 성찬전례중 다음 말마디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주님을 기억하여 매일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들입니다. 어제 읽었던 성 아우구스티노의 고백록에서 묘사되는 성 암브로시오 주교(399-457)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암브로시오가 독서할 때, 그의 눈은 그 페이지를 눈여겨보고(scan) 그의 마음은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그의 음성은 침묵하고 그의 혀도 조용하다. 어느 누구든 그에게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고, 자주 찾는 손님들도 미리 알리지 않고 방문할 수 있다. 우리가 그를 방문했을 때, 우리는 그가 이처럼 침묵중에 읽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결코 소리내어 읽지 않았다.”


얼마나 개방적인 분인지, 또 침묵 중에 말씀의 의미를 깊이 마음에 새겨 기억한 암브로시의 독서법임을 깨닫습니다. 관상적 삶의 자세가 몸에 밴 분이요, 그 기억의 결과가 주옥같은 무수한 영적저술입니다. 오늘은 평생 꼭 기억해야 할 세 말마디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 번째 평생 꼭 기억해야 할  말은  “너 어디 있느냐?”입니다.

바로 죄를 짓고 숨은 아담을 향한 하느님의 물음입니다. 과연 우리에게 “너 어디 있느냐?” 물으면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곧장 나갈 수 있을런지요. 과연 있어야 할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고 있는지 묻는 것입니다. 


그러나 창세기의 아담은 하느님이 두려워 숨었습니다. 죄의 결과 두려움이요 부끄러움입니다. 선악과를 따먹기 전에는 두려움도 부끄러움도 없었습니다. 이어 책임을 추궁하자 아내인 하와에게 책임을 전가합니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먹었습니다.”


아, 이 모습이 사람입니다. 참으로 무책임하고 비겁합니다. 제자리를 잃었을 때의 비극이요 망가진 모습입니다. 열매를 먹게 한 책임은 당신인 하느님과 하와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하여 하느님과의 관계도 무너졌고, 아내인 하와와의 관계도 무너졌습니다. 책임을 회피하기는 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이 또한 우리의 모습입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은, 또 유혹에 넘어가는 일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두 번째 평생 꼭 기억해야 할 말은 ‘그리스도 안에서’입니다. 

오늘 제2독서 에페소의 열쇠말입니다. 새 아담인 그리스도가 창세기 아담의 실패를 완전 만회했습니다. 우리가 늘 정주할 제자리는 ‘그리스도 안에서’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그리스도 안에 있을 때, 주님이 ‘너 어디 있느냐?’ 물을 때 ‘예, 여기 있습니다.’대답하고 나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제자리를 벗어나 살기에 혼란과 방황, 두려움과 불안, 그리고 끊임없는 죄의 유혹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가 바로 지상에서의 하느님 나라요 영적보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셨고, 한몫을 얻게 하셨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당신의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 바로 이것이 우리 삶의 궁극 목표입니다.


세 번째 기억해야 할 말은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입니다. 

성모님의 진면목을 요약하는 말마디입니다. 새 하와인 성모 마리아가 창세기 하와의 실패를 완전 만회했습니다. 성모님의 침묵과 들음, 순종과 겸손이 이 한마디에 농축되어 있습니다. 늘 ‘그리스도 안에서’ 머물 때 이런 순종의 응답입니다. 


성모님은 물론 ‘주님의 종’으로서의 우리의 신원이 계시되고 있습니다. 주님의 종으로서의 당연하고 자연스런 응답이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순종입니다. 새삼 삶은 순종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말씀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순종의 삶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성모님과 같은 순종의 사람에게 주시는 가브리엘 천사의 말입니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보다 더 큰 축복은 없습니다. 순종의 삶을 살 때 주님께서 함께 계심으로 은총 가득한 기쁨의 삶입니다. 제가 고백성사 보속시 많이 써드리는 '말씀의 처방전'중 하나입니다.


주님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 대축일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평생 꼭 기억해야할 세 말마디를 선물하셨습니다.


1.“너 어디 있느냐?”

2.“그리스도 안에서”

3.“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정의의 태양이신 주님, 원죄 없으신 동정녀가 새벽 노을처럼 주님을 앞서 오셨으니, 우리가 항상 우리 가운데 계신 당신의 빛 안에서 거닐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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