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6.21. 화요일 성 알로이시오 곤자가 수도자(1568-1591) 기념일

                                                                             열왕기하19,9ㄴ-11.14-21.31-35ㄱ.36 마태7,6.12-14


                                                                           좁은 문, 생명의 문

                                                                           -지혜, 사랑, 기도-


가톨릭 성인들의 모습이 참 다양합니다. 성인들의 삶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웁니다. 성인들의 축일이나 기념일을 맞이할 때 저는 우선 생몰生沒연대를 보며 얼마나 사셨는가 확인합니다. 사신 연세도 참 다양합니다. 김대건 성인과 소화데레사 성녀가 스물 넷쯤에 돌아가셨고, 오늘 기념하는 성 알로이시아 곤자가 수도자는 고작 스물 셋에 돌아가셨습니다. 산 햇수가 아니라 얼마나 열렬히 주님을 사랑했는가가 성덕의 잣대임을 깨닫게 됩니다.


모두가 ‘좁은 문’을 잘 통과하여 하느님의 집에 귀가歸家한 분들이 성인들입니다. 오늘 복음은 확연히 다른, 그러나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세 단락의 말씀이라 하나로 종합하기 힘들지만 어느 하나도 놓지고 싶지 않습니다.


1.-거룩한 것을 욕되게 하지 마라-

“거룩한 것을 개들에게 주지 말고, 너희의 진주를 돼지들 앞에 던지지 마라. 그것들이 발로 그것을 짓밟고 돌아서서 너희를 짓밟을 지도 모른다.”


주석에는 ‘수수께기 같은 말씀이다.’ ‘이 문장은 맥락을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이며 해석하기가 어렵다.’로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볼 때 이대로 한다면 참 어리석은 사람입니다. 이것은 ‘차별差別’이 아니라 ‘분별分別’의 지혜입니다. 상대방을 배려하여 선물을 하던지 말을 하던지 분별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상황입니다. 이 또한 ‘좁은 문’을 잘 통과하기 위한 분별의 현실적 지혜입니다.


2.-황금률-

“그러므로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황금처럼 귀하다 하여 황금률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황금률입니다. 예수님의 동시대 유명한 율사 힐렐은 부정적 언사로 표현합니다만 뜻은 동일합니다.


“네가 당하기 싫어하는 일을 네 이웃에게 하지 마라. 이것이 율법 전부요 나머지는 풀이다.”


황금률은 사랑의 이중계명과 함께 가장 포괄적인 계명으로 이 두 가지 지상 계율이 따라 세부 지침들을 풀이함이 마땅할 것입니다. 비상한 사랑이 아니라 아주 평범하면서도 너무나 중요한 사랑이 상대방을 배려한 이런 황금률의 사랑입니다. 제가 볼 때 이 또한 ‘좁은 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위한 배려의 사랑입니다.


3.-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너희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이끄는 문은 넓고 길도 널찍하여 그리로 들어가는 자들이 많다. 생명으로 이끄는 문은 얼마나 좁고 또 그 길은 얼마나 비좁은지, 그리로 찾아드는 이들이 적다.”


삶자체가 좁은 문입니다. 삶은 고해苦海가 아니라 축제祝祭라 말하기도 하지만 가만히 신앙없이 들여다 보면 세상 현실은 좁은 문 연속의 고해입니다. 아무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어제도 50대 초반의 참 열심히 살아오던 자매가 갑자기 쓰러져 뇌사 상태에 있으니 기도해 달라는 도움의 요청이 있었습니다. 공부도, 시험도, 취업도, 결혼도, 출생도, 죽음도 도대체 좁은 문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천수天壽의 선종善終도 참 좁은 문입니다. 


전혀 다른 맥락의 앞의 두 지혜와 사랑의 진리가 좁은 문의 통과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기도를 첨가합니다. 좁은 문의 통과에 끊임없이 바치는 간절한 기도가 절대적입니다. 기도해야 좁은 문은 구원의 문, 생명의 문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내적 삶에 충실하다보면 좁은 문을 통과해 갈수록 내적으로 넓어져 가는, ‘좁은 문이 넓은 문’이라는 역설적 진리를 깨달을 수도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행복의 정의가 재미있었습니다. -‘행복’은 ‘현실’ 나누기 ‘기대’-라는 것입니다. 현실은 그대로 이니 기대를 줄여야 행복지수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너 자신을 알아’ 기대를 하향조정하라는, 갈수록 기대를 줄여가라는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라는 조언이었습니다. 이래야 행복할 수 있고 좁은 문을 잘 통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분도규칙은 좁은 문을 통과한 후로의 감미로운 삶을 머리말 끝부분에서 다음처럼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그러니 좁게 시작하기 마련인 구원의 길에서 도피하지 마라. 그러면 수도생활과 신앙에 나아감에 따라 마음이 넓어지고 말할 수 없는 사랑의 감미로써 하느님의 계명들의 길을 달리게 될 것이다.”(머리48-49).


‘헬조선;지옥 한국’ ‘금수저-흙수저’란 널리 회자되는 말이 오늘 우리의 좁은 문의 현실을 웅변합니다. 곳곳에 널린 장애물들이요, 유혹의 덧, 악의 함정들에 출구出口가 좀처럼 보이지 않습입니다. 이래서 기도입니다. 부정적으로 비관적으로 보면 끝이 없습니다. 기도를 통한 하느님의 은총과 내적변화가, 긍정적 낙관적 삶이, 지혜와 사랑이 참으로 절실한 시대입니다. 


오늘 1독서의 유다 임금 히즈키야가 사면초가, 진퇴양난의 좁은 문의 현실을 구원의 문으로 바꾸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히즈키야는 아시리아 임금이 보낸 협박의 편지를 주님 앞에 펼쳐 놓고 목숨을 내놓고 간절히 기도했고 마침내 하느님의 구원의 응답을 받아냅니다.


‘그날 밤 주님의 천사가 나아가 아시리아 진영에서 십팔만 오천 명을 쳤다. 아시리아 임금 산헤립은 그곳을 떠나 되돌아가서 니네베에 머물렀다.’


얼마나 고무적인지요. 간절한 기도를 통한 하느님의 도움으로 좁은 문을 통과하여 구원받은 히즈키야 임금입니다. 답은 항구하고 끊임없는 기도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좁은 문의 통과에 최고의 처방입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를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20여년 동안 얼마나 많이 고백성사 때, 보속의 말씀 처방전으로 써드렸는지 이 구절이 있는 성경의 쪽은 누렇게 바래 너덜너덜해졌습니다. 사실 좁은 문의 통과로 말하면 바오로 사도를 능가할 사람은 참 찾기 힘들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쁘게 자발적으로 좁은 문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은 하늘의 양식을 우리에게 주셨네. 천사들의 빵을 우리가 먹었네.”(시편78,24-25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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