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16. 수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티모3,14-16 루카7,31-35


                                                                                        현재주의자


현재를 사는 현재주의자에게 삶은 발효의 변화이지만, 현재를 살지 못할 때는 부패의 변질입니다. 발효의 변화에 따른 삶의 향기이지만 부패의 변질에 따른 썩어가는 냄새, 악취입니다. 어느 치열하게 살아가는 영화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변한다는 건 사실 변질과 변화 두 방향이잖나. 썩느냐 발효되느냐인데, 부패가 변질이라면 발효는 변화다. 어차피 나도 지구의 곰팡이다. 인간은 뭐 다 곰팡이같은 존재지! 음식을 썩게 하는 곰팡이가 있고 발효시키는 곰팡이가 있는데, 당연히 후자가 되고 싶지 않겠나.현실 조건에 너무 불만을 갖지 마시라. 그게 부패의 지름길이다. 현실 조건은 불만의 대상이 아닌 극복의 대상이어야 한다. 극복해야 발효가 되지, 비난만 하면 부패한다.”


내 삶은 끊임없는 변화의 삶인가 혹은 변질의 삶인가 묻게 됩니다. 불평과 불만은 삶이 부패되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하느님 중심을 향해 끊임없는 회개의 삶을 살아갈 때는 찬미와 감사의 변화이지만 중심을 잃고, 되는 대로 살아갈 때는 알게 모르게 부패의 변질입니다. 발효되면 변화이지만 부패되면 변질입니다. 이어 계속되는 다음 내용도 의미심장합니다.


“현실은 분명 비정하다. 이걸 잘 견뎌야 한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게 중요하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며 살기보다 오늘을 살아야지! 나는 이것을 현재주의라고 한다. 현실주의자 말고. 현재주의자처럼 무서운 사람이 없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이 아니고 어리다고 다 애가 아니다. 이런 사람들이 내 스승이다. 그걸 발견할 때 참 행복하더라."


강론 취지에 맞게 실명이나 일부의 내용은 정정하거나 생략했습니다. 현실주의자라는 말을 들어봤으나 현재주의라는 말은 처음입니다. 바로 하루하루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이들이 현재주의자입니다. 매일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종말론적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현재주의자이며 진정한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변질이 아닌 변화요 맑고 향기로운 삶입니다. 부단한 회개의 은총이란 효소가 삶을 발효시켜 변화의 삶으로 이끌어 줍니다.


부패로 변질된 삶의 본보기가 오늘 주님이 말씀하시는 ‘이 세대 사람들’입니다. 진지함도 성실함도 보이지 않습니다. 성찰도 지혜도 철학도 가치관도 자존감도 없습니다. 


“이 세대 사람들을 무엇에 비기랴? 그들은 무엇과 같은가? 장터에 앉아 서로 부르며 이렇게 말하는 이들과 같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는다.”


완전히 변질된, 부패된 삶의 모습입니다. 공감과 배려의 결핍은 물론 무감각, 무반응, 무의욕, 무성의, 무기력으로 요약되는 모습입니다. 이어 계속되는 주님의 말씀을 보면 매사 부정적인 이들의 왜곡된 심사는 구제불능처럼 보입니다. 예나 이제나 ‘이 세대 사람들’의 현실은 변함이 없어 보입니다. 자기의 편협한 잣대로 모두를 재단합니다. 


세례자 요한이 와서 빵을 먹지도 않고 포도주를 마시지 않자, ‘저자는 마귀가 들렸다,’ 하고, 사람의 아들이 와서 먹고 마시자,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라 비아냥거립니다. 똑같은 현실을 부정적 시선으로 보기에 이런 결과입니다. 현재를 살지 못하기에 이런 왜곡된 평가입니다. 


현재주의자의 좋은 본보기가 바로 예수님이요 세례자 요한입니다. 아니 바오로 사도는 물론이고 모든 성인들이 오늘 지금 여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현재주의자들이었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영원이요 하늘나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주의자의 시각으로 볼 때 뚜렷이 부각되는 문제점들입니다. 


영원의 시각에서 현재를, 본질을 직시하기에 이들의 판단은 언제나 정확합니다. 지혜가 옳다는 것은 바로 이런 지혜의 모든 자녀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옷도 화장도 본질을 감출수는 없습니다. 마음이 진선미로 빛나면 옷도, 얼굴도 진선미로 빛나기 마련입니다.


“돈도 있고, 사람도 있고 소위 모든 것을 다 갖춘 공동체입니다. 그런데 하나가 빠졌습니다. 바로 기쁨입니다.”


수도형제의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참 기쁨은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현재주의자의 삶에서 피어납니다. 사도 바오로의 권고대로 살아계신 하느님의 교회로서, 진리의 기둥이며 기초인 하느님의 집에서 깨어 살아갈 때 가능한 현재주의자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여기 하느님의 집에서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위대한 신앙의 신비를 체험하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의 후반부는 초대교회 신자들이 함께 불렀던 그리스도 찬미가입니다.


“그분께서는 사람으로 나타나시고, 그 옳으심이 성령으로 입증되셨으며, 천사들에게 당신을 보이셨습니다. 모든 민족들에게 선포되시어, 온 세상이 믿게 된 그분께서는 영광속으로 올라가셨습니다.”


바로 파스카 주님께 대한 고백의 찬미가입니다. 바로 이런 주님을 모시는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당신 말씀과 성체의 효소 은총으로 발효, 변화되어 우리 모두 현재주의자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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