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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7. 연중 제3주간 수요일                                                                      사무하7,4-17 마르4,1-20


                                                                     하느님 중심의 삶


우연은 없습니다. 깨닫고 보면 모두가 하느님의 기적입니다. 제가 15년전 2001년 이맘때즘, 11년전 2005년 이맘때쯤 수녀원에 피정지도차 건강한 몸으로 왔다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0년이 지난 2016년 오늘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수녀원에 와서 그리웠던 수녀님들의 한결같은 모습을 보니 이것이 바로 하느님의 기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새벽 잠에서 깨어나자 문득 떠오른 고려말 문신 길재의 ‘오백년 도읍지를’ 이란 시조입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 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즉시 중간 구절을 바꿔 읽으니 그대로 통했습니다. ‘인걸은 의구하되 산천은 간데 없네.’ 수녀님들은 그대로 인데 수도원 앞의 산천은 상전벽해 완전히 몰라보게 변했습니다. 예전에는 경부고속도로 건너편 우뚝 솟은 산에 일출 장면도 장관이었는데 이제 고층 아파트가 가리웠고, ‘아, 사라진 논과 밭의 자연은 영원히 찾을 수 없게 되었구나.’하는 안타까운 생각에 마음이 시렸습니다.


하여 마음이 약간 굳어있었는데 수녀님들의 꽃같은 환대에 활짝 펴졌습니다. 15년전, 11년전이나 변함없는 수녀님들의 모습에 어제 저녁식탁에서 어느 수녀님께 드린 덕담도 생각납니다.


“어, 수녀님 그대로네요. 그때나 변함이 없어요. 수녀님은 영원이십니다.”


곁에 있던 수녀님도 공감의 폭소를 터뜨렸습니다만, 이 또한 하느님의 기적이요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아 오셨음에 대한 증거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세월 흘러 나이 들어도 영혼은 영원한 청춘이라 모습에도 하느님의 영원이 반사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요셉수도원에 정주한지 1988년부터 2016년 지금까지 올해로 29년째가 됩니다. 놀라운 사실을 소개합니다. 29년전 아기 나무였던 소나무들이 이젠 숲의 아름드리 나무가 되었습니다. 절집의 자산은 노목老木과 노승老僧이라 했는데 수도원의 사람들도 나무들도 큰 숲을 이룬 느낌입니다. 


‘아, 나무의 외적성장은 사람의 내적성장을 상징하는구나’ 깨닫게 됩니다. 사실 함께 정주해온 도반 형제들의 모습에서 언뜻 거목같은 느낌을 갖게 되는데 여기와서 그리웠던 수녀님들의 그윽한 모습을 볼 때도 이와 똑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바로 하느님 중심의 순종의 삶을 살아오셨음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100%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하고,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노력하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그대로 하느님 중심의 삶을 일컫는 말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의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와 해설을 읽으며 위 말을 묵상했습니다. 하느님 손에 달린 듯이 기도만할 것이 아니라 하느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바로 씨뿌리는 사람이 가리키는 바, 예수님입니다. 예수님처럼 일희일비하지 않고 항구한 믿음과 희망으로 사는 것이 하느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얼마나 낙관적 긍정적 삶입니까? 하느님께 절대적 신뢰를 두고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지 않으면 이렇게 씨뿌리는 삶에 항구할 수 없습니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현재만이 아닌 과거와 미래를 조망하는 넓고도 깊은 시야입니다. 길바닥이든 돌밭이든 가시덤불밭이든 환경 탓하지 않고 개의치 않고 씨뿌리는 삶에 항구하니 급기야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서른 배, 예순 배, 백 배의 놀라운 기적같은 수확입니다. 짧은 안목에는 실패인생인 듯 했는데 깨닫고 보니 성공인생이요, 전투에는 진 것 같은 삶이었는데 전쟁에는 이긴 삶이었습니다. 


100% 내 손에 달린 듯이 노력하는 것이 하느님 중심의 삶입니다. 복음의 전반부 비유의 중심이 씨뿌리는 사람이라면 후반부 해설의 중심은 토양입니다. 문제는 하느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나한테 있습니다. 말씀의 씨앗이 문제가 아니라 내 마음 밭이 문제입니다. 아무리 말씀의 씨들이 좋아도 내 마음 밭이 길바닥 같다면, 돌밭 같다면, 가시덤불 같다면 하느님도 어쩌지 못합니다.


바로 이 자리가 항구한 수행의 노력을 필요로하는 자리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입니다. 타고난 마음 밭도 있지만 항구한 노력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박토의 마음밭도 순수한 마음의 옥토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결과임을 다음 복음 말씀이 입증합니다.


“그러나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진 것은 이러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배의 열매를 맺는다.”


하느님 중심의 항구한 노력의 수행을 기울인 자들에 대한 하느님의 응답입니다. 오늘 1독서에서 하느님은 나탄 예언자에게, 당신 눈에는 여전히 철부지인 다윗을 찾아 말씀을 전하게 합니다. 모두가 하느님이 주어가 된 문장들입니다. 바로 다윗을 통해 베풀어 주신 하느님 은혜를 상기시키며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도록 자극합니다. 


바로 이것이 삶의 렉시오 디비나입니다. 다윗은 나탄을 통한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며 자기 삶의 문장들을 하느님을 주어로 삼아 렉시오 디비나 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나를 수도원에 보내 주셨다’ 문장에서 처럼 하느님을 주어로 삼을 때의 겸손과, ‘내가 수도원에 왔다.’ 즉 나를 주어로 삼을 때의 교만은 실로 엄청난 차이입니다. 


새삼 하느님 중심의 삶이 얼마나 우리 영성생활에 결정적인지 깨닫습니다. 하느님은 우리 삶의 목표이자 방향이요, 삶의 중심이자 의미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에, 선행의 '씨뿌리는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하시며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들을 귀 있는 사람은 들어라.”(마르4,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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