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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17. 사순 제5주간 목요일                                                                            창세17,3-9 요한8,51-59


                                                                   주님과 우정友情의 관계


오늘은 ‘관계’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관계 개념보다 더 중요한 개념은 없습니다. 관계를 떠나선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관계를 떠난 고립단절의 순전한 혼자가 바로 지옥입니다. 공동체를 이야기하는 것도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런 관계를 떠난 고독은 축복이 아니라 오히려 저주입니다. 본원적 외로움과 쓸쓸함의 존재인 인간, 바로 관계를 향한 근원적 욕구를 가리킵니다. 관계는 존재입니다. 관계를 떠나선 내 존재의 의미도 영원히 해명되지 않습니다. 관계를 통해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도 능력입니다. 관계에 따라 내 운명도 바뀝니다. 다 똑같은 관계도 아니요 다 좋은 관계만도 아닙니다. 좋은 관계,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 실은 강한 사람들입니다. 관계가 다양하고 좋을수록 겸손하고 온유하지만 관계의 능력이 빈약할수록 고집세고 교만해지기 마련입니다. 


관계는 개방입니다. 관계의 정도에 따라 개방의 정도도 다릅니다. 그러니 관계도, 개방도 능력이니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너는 왜 관계를 못하느냐?’ ‘너는 왜 개방을 못하느냐?’ 채근할 일이 아닙니다. 두려움으로 자신감이 없을 때 저절로 관계 맺기를, 개방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관계도 개방도 자기실현의 행복과 직결되는 개념입니다. 하여 관계는 사랑임을, 사랑밖에 길이 없음을 깨닫습니다. 


하여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의 이중계명입니다. 온 힘과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말은 바로 온 사랑으로 하느님께 개방하라는 말이며 하느님과의 관계 증진에 전력 투구하라는 말씀입니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는 이야기는 이웃에 자기를 개방하고 관계 맺는 데 힘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내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 이웃 중심의 사랑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관계중의 관계가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사람간의 관계가 주님과의 관계에 좋은 유비가 됩니다. 한 부부로, 한 형제로 한 공동체에 살아도 남남으로 살 수 있듯이 주님과 함께 살아도 주님과 남남으로 살 수 있습니다. 이웃 사람간의 관계의 깊이도 다 다르듯이 각자 주님과의 관계의 깊이도 다 다릅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그냥 관계 없는 무관한 삶도 있고 날로 깊어지는 관계도 있듯이 주님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외적으로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내적으로 주님의 관계의 깊이는 천차만별입니다. 과연 살아갈수록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의 관계인지요. 


주님과 관계의 베테랑이 1독서의 아브라함이요 복음의 예수님이십니다. 하느님과 아브라함의 기도의 대화가 그 친밀한 깊이의 관계를 입증합니다.


“나를 보아라. 너와 맺는 계약은 이것이다. 너는 많은 민족들의 아버지가 될 것이다. 너는 더 이상 아브람이 불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의 이름은 아브라함이다.”


아브라함을 향한 하느님의 신뢰의 깊이를 반영하는 말씀입니다. 격상된 관계의 깊이는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명명해주신 사실에서 입증됩니다. 세례 받음으로 영세명을 지닌 우리들 역시 주님과 새로운 관계인 성덕聖德의 길로 진입했음을 알려 줍니다. 저절로 깊어지는 관계는 없습니다. 서로간의 계약에, 약속에, 신의에 충실할 때 깊어지는 관계입니다. 


“너는 내 계약을 지켜야 한다. 너와 네 뒤에 오는 후손들이 대대로 지켜야 한다.”


하느님은 끝까지 항구히 한결같이 당신과 맺은 계약을 지킬 때 ‘하느님이 되어 주겠다’ 약속하십니다. 주님 말씀을, 계명을 항구히 지켜갈 때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과 더불어 신망애信望愛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그 도탑던 부부간의 신의와 신뢰가 불륜으로 인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관계를 볼 때, 주님과의 관계 역시 얼마나 섬세하고도 한결같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바로 죄의 정체가 환히 밝혀 집니다. 신뢰의 관계를 깨는 분열이 바로 죄요 이것이 사탄이 끊임없이 노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중 다음 말씀에서 예수님의 신원과 아버지와의 독보적인 관계의 깊이가 환히 드러납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지키는 이는 영원히 죽음을 보지 않을 것이다.”


주님은 당신의 말씀을 충실히 지킬 때 당신과 일치의 관계로 영원한 삶을 살게 될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말씀을 지키지 않을 때는 주님과 함께 있어도 무관無關한, 상관相關없는 삶일 수 있습니다.


“너희는 그분을 알지 못하지만 나는 그분을 안다. 나는 그분을 알고 또 그분의 말씀을 지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는 아브라함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


아버지와 일치의 절정을 보여주는 예수님의 고백입니다. 아버지의 말씀을 충실히, 항구히 지켜왔기에 이런 확신에 넘친 예수님의 고백입니다. 


흔히 요즘을 정체성의 위기의 시대라 합니다. 주님과 일치의 관계와 함께 가는 우리의 정체성임을 깨닫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의 정체성의 물음에 대한 답은 주님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참 나(眞我)’의 행복은 주님과의 관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의 관계는 물론 이웃과의 관계도 날로 깊게 해 주십니다.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그리스도님, 찬미받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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