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4. 토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로마11,1ㄴ-2ㄱ.11-12.25-29 루카14,1.7-11



누가 겸손한 사람인가?

-겸손예찬-



무지야말로 마음의 병입니다. 무지의 악, 무지의 죄, 무지의 병이라 할만 합니다. 무지에서 파생되는 교만, 탐욕, 불신입니다. 하느님과 자기를 몰라 교만이요 탐욕이요 불신이요 판단입니다. 진정 하느님과 자기를 아는 것이 겸손이자 지혜요 믿음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제1독서 로마서 말씀 마지막 말마디의 느낌이 강렬합니다.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로마11,29)


이방인들에게 겸손을 촉구하며 이스라엘인들에대한 격려가 담긴 말마디입니다. 비단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말씀뿐 아니라 하느님께 불림받은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결코 철회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자애는 영원하십니다. 너그럽고 자비로우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잊었지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잊지 않으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버렸지 하느님은 결코 우리를 버리지 않습니다. 이런 하느님을 모르기에 불신이요 교만입니다. 하느님을 알고 자기를 알아갈수록 겸손과 지혜요 믿음입니다. 


하느님 앞에 우리는 더도 덜도 아닌 나일뿐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자리를 보시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을 보십니다. 사람 눈에 윗자리나 끝자리지 하느님 눈엔 그런 것 없습니다. 하느님 눈엔 어디나 똑같은 자리요 그들의 마음을 보십니다. 


흔히 묘자리를 말할 때 명당이란 말이 있는데 좋은 사람이 묻힌 곳은 어디나 명당이요 나쁜 사람이 묻힌 곳은 그 어디나 명당이 아닙니다. 성인이 있어 성지이지 성지가 있어 성인이 아닌 이치와 똑같습니다. 사람이 좋으면 어느 옷이나 잘 어울리는 이치와도 같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아는 겸손하고 지혜로운 믿음의 사람은 보이는 외적인 모든 것으로부터 초연합니다. 이런 외적인 것들의 본능적 유혹에 빠지지 않습니다. 어느 자리에 있던 좌불안석坐不安席, 결코 불안해 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습니다. 오늘 복음의 사람들처럼 윗자리를 고르지 않습니다. 결국 겸손한 사람은 무엇에도 걸림이, 매임이 없는 자유로운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누가 너를 혼인 잔치에 초대하거든 윗자리에 앉지 마라.---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앉아라. 그러면 초대한 너를 초대한 이가 너에게 와서, ‘여보게, 더 앞자리로 올라앉게 할 것이다. 그때에 너는 함께 앉아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이다.”


현명한 처세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 겸손한 자세를 고취하는 말씀입니다. 겸손한 사람은 생래적으로 사람 눈에 드러나지 않는 끝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질없이 윗자리를 택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끌모로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하지 않습니다. 비본질적인 부질없는 것들에 시간과 정력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있는 듯 없는 듯, 보일 듯 말 듯 자연스럽게 처신함으로 흔적이나 자취를 남기지 않습니다.


제1독서 로마서의 마지막 말마디와 화답송 후렴, 복음의 마지막 말마디가 우리의 겸손의 자세를 확고히 해 줍니다.


1.“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확신이 하느님께 확고부동의 희망을 두게 하고 겸손한 믿음을 지니게 합니다. 


2.“주님은 당신 백성을 버리지 않으신다.”

화답송 후렴 역시 주님께 대한 우리의 믿음을 고무합니다.


3.“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자에게 주어지는 주님의 축복입니다. 주님께 가까이 이를수록 저절로 지혜와 겸손이요 주님께 멀어질수록 무지와 교만입니다. 참행복의 첫조항도 ‘마음이 가난한’ 겸손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축복임을 깨닫게 합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겸손은 모든 덕의 어머니입니다. 겸손한 사람이 진정 품격있는 아름다운 매력적 사람입니다. 누구나 좋아하는 겸손한 사람입니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란 말도 있지만 겸손한 자에겐 적이 없다는 ‘겸자무적(謙者無敵)’이란 말도 쓰고 싶습니다. 


한국의 미학을 요약한 말마디가 생각납니다.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나오는 말마디로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 '는 뜻입니다. 한국의 미학이자 겸손의 미학이라 칭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끌리는 겸손의 아름다움입니다. 결국은 겸손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겸손이 답입니다. 겸손한 믿음, 겸손한 사랑이 참믿음, 참사랑입니다. 겸손의 라틴어 어원 역시 의미심장합니다. 라틴어 ‘흙(humus)’에 어원을 둔 ‘사람(homo)’이요 ‘겸손(humilitas)’이란 말마디라는 것입니다. 흙같이 겸손한 사람이어야 참사람이라는 말입니다. 타락하기 전 아담과 하와의 모습이 이러했을 것입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새 아담인 예수님은 겸손의 모범이십니다. 우리 인생은 평생 주님의 온유와 겸손을 배워가는 배움터입니다.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모든 시련과 고난을 ‘온유와 겸손의 계기와 수행’으로 여겨 부단히 자기를 비워갈 때 주님을 닮은 참사람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로 당신을 닮은 온유하고 겸손한 사람으로 변모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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