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9.8.15.목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묵시11,19ㄱ;12,1-6ㄱㄷ.10ㄱㄴㄷ 1코린15,20-27ㄱ 루카1,39-56

 

 

 

어머니를 그리며

-어머니 예찬-

 

 

 

참 좋은 날입니다. 참 반갑고 기쁘고 고마운 날입니다. 하느님께서 오늘 성모님을 통해 우리 모두를 위해 하늘길을 활짝 열어 주셨습니다. 이제 아드님 예수님을 따라 성모님과 함께 하늘길, 희망과 기쁨 가득한 승천 여정의 삶을 살게 된 우리들입니다.

 

오늘은 성모 승천 대축일이자 광복절입니다. 우리나라가 일본 압제로부터 해방된, 빛을 찾은 광복절입니다. 성모님의 승천과 더불어 해방된 한국이요 성모님의 각별한 사랑의 대상인 한국임을 깨닫습니다. 해방되어 독립된지 무려 74주년을 맞이하지만 완전한 해방과 독립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미완의 광복' 74주년입니다. 아침 성무일도 후렴과 즈카르야 노래와 가사와 곡은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기뻐하라, 오늘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다스리시는 도다.”-

-“동정녀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 그곳에 왕중의 왕께서, 별빛 찬란한 옥좌에 앉아 계시는 도다.”-

-“마리아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으니, 천사들이 기뻐하며, 주를 찬미하는 도다.”-

 

반복되는 ‘하늘에 올림을 받으셨도다’라는 말마디가 우리를 희망과 기쁨으로 가득 채웁니다. 바로 우리 믿는 이들의 복된 미래를 보여줍니다. 이어지는 미사중 화답송 후렴, “왕후가 당신 우편에 서있나이다.”도 바로 하느님의 승리, 마리아의 승리를 보여줍니다. 영원한 하느님 승리의 표상인 성모님이십니다. 사실 오늘 두 독서와 복음의 주제도 ‘하느님의 승리’입니다. 다음 몇 대목이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줍니다.

 

-“이제 우리 하느님의 구원과 권능과 나라와 그분께서 세우신 그리스도의 권세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파멸되어야 하는 원수는 죽음입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그의 발아래 굴복시키셨습니다.”-

 

우리 교회가 수천년동안 저녁기도시 성모님과 함께 부르는 복음의 마리아의 찬미 감사가 역시 하느님의 승리, 마리아의 승리를 노래합니다. 참으로 ‘주님의 전사들’에게 걸맞는 영원한 승리의 찬미감사가입니다.

 

-“내 영혼이 주님을 찬송하고 내 마음이 구원자 하느님 안에서 기뻐 뛰니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굽어보셨도다.”-

 

삶의 허무와 무의미의 어둠을 일거에 몰아내는 찬미의 빛, 하느님의 빛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 모두는 하느님의 승리에 참여한 영적전쟁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미 이겨 놓고 싸우는 우리의 영적전쟁의 삶입니다. 다음 찬미가는 바로 제1독서 묵시록에 근거합니다.

 

-“태양의 빛입으신 동정녀시여/열두별 머리위에 꾸미신이여

저달을 발판삼아 우뚝서시니/환하게 빛나도다 당신의 광휘”-

 

참 신기한 것이 기억입니다. 사제 서품 초창기 몇 년 동안 온갖 정성을 기울여 썼던 강론들 내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강론에 앞서 수없이 고뇌했던 장면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역시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똑같습니다. 아니 세월 흘러 갈수록 또렷해 지는 어머니에 대한 추억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생생한 추억이 있어 성모님에 대한 연상도 쉽게 이뤄집니다. 오늘 성모 승천 대축일은 저희 어머니 신마리아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제서품 받던 전해에 세례를 받은 어머니셨지만 평생 올곧게 신앙인 이상으로 충실히 사셨던 분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 마다 삶의 지혜를 나눠주신, 배움은 짧았지만 성모님처럼 강인하고 지혜로운 분이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시던 해, 수도원은 몹시 힘든 일을 겪는 중이었고 생각난 것은 어머니였습니다. 

 

이젠 어머니도 사랑하는 세 형들도 세상을 떠난지 오래됩니다. 육신의 어머니를 그릴 때 우리 영혼의 어머니 성모님을 역시 그리는 마음 간절해 집니다. 해마다 이 날이 되면 나누게 되는, 14년전 2005년 돌아가시기 몇 달 전 썼던‘어머니를 그리며’라는 시입니다. 

 

-“남들은 내가 효자일거라 생각하는데

솔직히 말해 난 효자가 못된다

어머니를 닮아 붙임성도 없고 무뚝뚝한 편이다

이건 어머니도 인정하신거다

어머니는 전형적인 조선 여자 같은 분이셨다

애교나 아양은 거의 없었지만

강인한 의지에 아주 지혜로운 분이셨다

심한 밭일에 몸 많이 피곤하여

밤에 끙끙 앓으셔도

아프다는 내색 하나 않으셨다

아버지 원망하는 말 하나 들은 적 없고

큰 소리 내셔서 다투거나

화내신 적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매번 우등상을 타 와도 덤덤하실 뿐

칭찬 한 번 하신 적도 없다

돼지 키워 자식들 학비도 마련하셨고

장마다 계란 모아 팔아 꼭 찐빵도 사다 주셨다

사실 오십 년대 육십 년대는 모두가 가난했지

그러나 마음은 참 부자였고 행복했다

어려워도 내 전과서며 학용품은

꼭 꼭 잘도 사 주셨던 어머니

초등학교 시절

무척이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던 나

일 년에도 아마 열 번은 크레용을 샀을 거다

그 흔한 종교나 신앙없이도

한결같이 사셨던 어머니

삶 자체가 기도였고 신앙이셨다

이리저리 감정에 연약하게 흔들렸던 분이셨다면

그 험한 세상 세월에

다섯 남매 어떻게 키웠을 것인가

‘외롭다’거니 ‘그립다’거니 

감정 표현 없이도

흔들림 없이 꿋꿋이 가정을 지켜 오신 어머니

내 수도원 들어 올 때도 극구 만류하셨다

‘왜 이제 살만하게 되었는데 또 고생길에 접어드냐고’고

그러다 하루 지나 내 방에 들어오셔서

“얘, 수철아, 네가 좋아하면, 수도원 들어 가라’고 허락해 주셨다

사실 어머니는 은연중

막내인 나와 살고 싶어 하셨다

지금은 극도로 쇠약해 지셔서

온종일 방에 누워 계신 어머니

정신은 여전히 맑으시고 마음도 고요하시다

그냥 계시기만 해도 좋은 어머니

‘신 마리아’

오래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

나도 이제 나이 들어 철이 났다 보다”-

 

늘 읽어도 늘 생생한, 늘 생각해도 늘 그리운 어머니입니다. 생각할수록 무수한 일화들이 샘솟듯 떠오릅니다. 얼마나 깊이 속속들이 어머니 영향을 입었는지 깨닫습니다. 어머니를 그릴 때 마다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 성모 마리아를 그리게 됩니다. 오만원권 지폐의 신사임당 어머니 그림과 오천원권 율곡 아드님 그림을, 즉 모자母子의 그림을 그린 영정화가 이종상 신자분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신사임당을 그리면서 어머니를 생각했어요. 귀하게 자라신 분이 저희를 위해서 광주리 장사를 하시며 고생을 하셨던 그때를 떠올렸죠. 우리나라 최고액 권에 신사임당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해야 해요. 보통 화폐에 여자가 들어가려면, 엘리자베스 여왕이나 열사 잔다르크 같은 인물이 아니면 힘들거든요. 외국에서는 존경스럽다고들 해요. 얼마나 문화적인 국민이기에 자식들을 잘 기르고 자기 세계를 잘 이뤄낸 여류화가를 고액권에 넣느냐고요. 신사임당의 영정을 넣기로 결정했다는 걸 듣고, ‘우리가 진정 문화민족이구나!’하는 긍지를 느꼈죠.”

 

진정 문화민족이라면 어머니의 덕을 기릴뿐 아니라, 어머니를 닮아야 합니다. 하느님 아버지 보다 하느님 어머니가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하늘이 아버지라면 어머니는 땅과 같은 분입니다. 온갖 생명체를 담아 키워내는 대지大地의 품같은 분이 우리 어머니들입니다. 저는 무수한 대지같은 어머니들을 통해 우리의 영원한 어머니 성모님을 봅니다. 이제 우리들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성모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첫째, 성모님은 찬미의 어머니였습니다.

사랑의 찬미, 찬미의 기쁨입니다. 찬미의 기도가 믿음의 원천입니다. 찬미의 기도와 더불어 신망애 삼덕도 깊어집니다. 찬미와 감사는 영혼의 양날개입니다. 참으로 하느님 찬미가 하느님 창공을 자유로이 나는 행복한 영혼이 되어 살 수 있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미와 감사의 삶과 기도에 항구할 때 영적 승리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마리아의 찬미가를 통해 우리의 성모 님은 찬미의 어머니였음을 깨닫습니다.

 

둘째, 성모님은 믿음의 어머니였습니다.

기도와 함께 가는 믿음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믿음이 확고해질수록 안정과 평화입니다. 두려움과 불안을 몰아내는 것도 믿음뿐입니다. 정말 성모님은 항구하고 견실하고 충실한 믿음의 어머니였습니다. 인자무적仁者無敵이기보다는 신자무적信者無敵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다음 엘리사벳의 마리아에 대한 찬사가 성모님의 믿음을 요약합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

 

셋째, 성모님은 비움의 어머니였습니다.

겸손과 순종을 배워갈 때 저절로 비움입니다. 성모님의 삶은 그대로 순종의 여정, 비움의 여정입니다. 비워갈수록 가득 채워지는 성령,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돌아가신 예수님을 안고 계신 피에타의 성모님은 비움의 절정이자 극치입니다. 참으로 일상에서 오는 모든 시련과 어려움을 비움의 계기로 삼을 때 비로소 영적 승리의 삶에 영적 성장과 성숙의 삶입니다. 

 

모전자전母傳子傳입니다. 성모님의 순종과 자기비움을 그대로 닮은 아들 예수님이셨습니다. 자기비움의 빛나는 결과가 바로 오늘의 성모님 승천입니다. 완전히 자기를 비웠기에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승천입니다. 자기를 비워 에고가 없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표현이 바로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천사들입니다.

 

넷째, 성모님은 우정의 어머니였습니다.

인생여정, 우정의 도반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너무 외롭고 힘듭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합니다. 하여 공동체의 도반들입니다. 형제 도반들과의 영적우정을 위해서입니다. 마리아의 참 좋은 영적 도반인 엘리사벳과의 영적 우정은 얼마나 깊고 두터운지요!

 

참 좋은 영적 도반의 우정에 필수 전제 조건이 바로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의 영적 우정입니다. 주님은 당신을 참으로 사랑하여 믿고 따르는 이들에게 당신의 친구라 하셨습니다. 마리아와 엘리사벳 둘 사이의 영적 우정에 앞서 주님과의 영적 우정도 참으로 깊었던 분들입니다. 참으로 성모님처럼 날로 깊어가는 영원한 사랑, 주님과의 우정도 깊어져 가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모님을 닮아 찬미의 삶, 믿음의 삶, 비움의 삶, 우정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게 해 주십니다. 끝으로 감사송 고백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오늘 하늘에 오르신 분, 하느님을 낳으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완성될 주님 교회의 시작이며 모상으로서, 이 세상 나그넷길에 있는 주님의 백성에게, 확실한 희망과 위안을 주셨나이다. 모든 생명의 근원이신 주님의 아드님께서, 동정 마리아의 몸에서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태어 나셨기에, 주님께서는 마리아의 몸이 무덤에서 썩지 않도록 섭리하셨나이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08.15 07:42
    신부님의 주님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어머님을 통해 나타난듯
    축복된 아침 가슴이 찡합니다
    이 땅에 오신 성모님을 비롯 하여 모든 어머님들의 축복된 날 인듯 합니다
    앞으로 저희도 성모님과 어머님을 닮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42 온전한 삶 -삶의 중심을 잡읍시다-2020.1.14.연중 제1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14 108
1841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 -꿈의 현실화-2020.1.13. 연중 제1주간 월요일 ​​​​​​​ 1 프란치스코 2020.01.13 120
1840 세례성사 은총의 축복 -하느님의 자녀답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삽시다-2020.1.12.주일 주님 세례 축일 프란치스코 2020.01.12 201
1839 작아지기(비움)의 여정 -참 하느님이시며 ‘영원한 생명’이신 예수님-2020.1.11.주님 공현 대축일 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11 164
1838 주님과 만남의 여정 -치유와 구원, 정화와 성화, 변모의 여정-2020.1.10. 주님 공현 대축일 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10 169
1837 우리는 누구인가? -주님의 전사戰士, 주님의 학인學人, 주님의 형제兄弟- ​​​​​​​2020.1.9. 주님 공현 대축일 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09 153
1836 삶의 중심中心 잡기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2020.1.8.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08 196
1835 예수님처럼! -서로 사랑합시다-2020.1.7.주님 공현 대축일 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07 137
1834 예수님처럼! -경계에서 경계인境界人으로 삽시다-2020.1.6.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06 121
1833 하느님을 찾는 평생 여정 -순례자巡禮者이자 구도자求道者인 우리들-2020.1.5.주일 주님 공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0.01.05 137
1832 만남의 축복 -“와서 보아라”-2019.1.4.주님 공현 대축일 전 토요일 3 프란치스코 2020.01.04 167
1831 하느님의 자녀답게 삽시다 -개안開眼의 여정-2020.1.3.주님 공현 대축일 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1.03 165
1830 주님의 연인戀人이자 친구親舊인 우리들 -예닮의 여정-2020.1.2.목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29/30-389/90)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1.02 158
1829 축복 받은 우리들! -영광과 평화, 침묵과 관상, 찬미와 감사-2020.1.1.수요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1 프란치스코 2020.01.01 214
1828 진리의 연인戀人 -생명과 빛,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삶-2019.12.31.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1 프란치스코 2019.12.31 195
1827 영적 성장과 성숙 -삶의 목표-2019.12.30.월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1 프란치스코 2019.12.30 301
1826 성가정 교회 공동체 -선택된 사람, 거룩한 사람, 사랑받는 사람답게-2019.12.29. 주일(가정 성화 주간)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9 236
1825 빛 속에서의 삶 -끊임없는 회개가 답이다-2019.12.28.토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8 157
1824 ‘생명의 말씀’과의 친교 -충만한 기쁨-2019.12.27.금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7 159
1823 순교적 삶 -이상과 현실-2019.12.26.목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12.26 145
Board Pagination Prev 1 ...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