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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27. 연중 제17주간 월요일                                                                                                   탈출32,15-24.30-34 마태13,31-35


                                                                                              하늘 나라의 표징들


오늘은 ‘하늘 나라의 표징들’에 대한 묵상을 나눕니다. 묵상 중 떠오른 행복선언중 한 구절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마태5,8).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이들 모두가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 이런 하느님을 보는 마음 깨끗한 관상가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자연스런 성소이며 모든 수행의 궁극적 목적이기도 합니다. ‘하느님을 찾는 인간’ 바로 인간의 정의임을 깨닫습니다. 가톨릭 ‘지금 여기’ 인터넷에 나온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이 이채로웠습니다.


“<구체성의 변증법>이란 책 서문을 읽고 나니 더 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희열이 느껴지는 한 문장을 만났거든요. ‘모든 사유는 물자체를 지향한다.’ 눈에 보이는 껍데기가 아니라 그 속에 본질을 이해하는 것, 문자 그대로의 말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깨달았죠. 이제부터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정말 하려는 말을 듣고, 화내고 싸우는 대신 양보하며 살겠다고 마음먹었죠.”


우리식으로 말하면 하느님 체험입니다. ‘모든 사유는 물자체를 지향한다’ 우리식으로 말해 ‘모든 사람은 마음 깊이에서는 하느님을 찾는다’로 바꿔말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늘 유혹은 상존하기 마련입니다. 생래적으로 두려움과 불안을 지닌 약하고 부족한 인간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저절로 우상의 출현입니다. 약한 인간이 얼마나 우상에 빠지기 쉬운가는 십계명 1항의 후반부가 입증합니다.


“너는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든, 아래로 땅 위에 있는 것이든, 땅 아래로 물속에 있는 것이든 그 모습을 본뜬 어떤 신상도 만들어서는 안된다. 너는 그것들에게 경배하거나, 그것들을 섬기지 못한다.”


하느님을 찾는 인간이지만 이렇게 번번히 껍데기의 우상에 좌초하는 인간들입니다. 바로 오늘 탈출기에서 모세의 부재시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들의 성화에 못이겨 금붙이를 모아 만들어준 숫송아지가 그 좋은 증거입니다. 두렵고 불안하기에 눈에 보이는 우상을 원했던 것입니다. 모세의 하느님을 대면한 기도가 심금을 울립니다.


“아, 이 백성이 큰 죄를 지었습니다. 자신들을 위하여 금으로 신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들의 죄를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려거든, 당신께서 기록하신 책에서 제발 저를 지워 주십시오.”


모세처럼 이렇게 늘 기도로 하느님을 만나는 자유로운 사람들이라면 우상들은 아예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여기서 생각나는 게 이콘입니다. 이콘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면 말 그대로 이콘이지만 경배의 대상이 된다면 이콘은 우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니 이콘과 우상의 경계가 참 애매합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불가의 말도 맥을 같이 합니다. 이콘뿐 아니라 심볼의 상징, 세상의 모든 표징들이 그러합니다. 이들의 방편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정말 모세와 예수님처럼 직접 하느님을 만난 자유인이라면 일체의 이콘이나 상징물도 필요 없을 것입니다.


믿음의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늘나라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어찌보면 모두가 하느님을 가리키는 이정표와도 같은 표징들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하늘나라의 비유로 활용한 겨자씨와 누룩도 제가 보기엔 하늘나라의 상징이자 표징입니다. 아마 예수님이 요셉수도원에 사셨다면 다른 상징물을 예로 하늘나라를 비유하셨을 것입니다. 


겨자씨의 성장과정이, 적은 양의 밀가루를 부풀리는 누룩 역시 놀랍고 신비롭습니다. 이렇게 하늘나라의 표징은 하느님의 놀라움을, 신비로움을 반영합니다. 바로 겨자씨는 우리의 내적성장을, 누룩은 우리의 내적성숙을 상징합니다. 겨자씨와 누룩뿐 아니라 믿음의 눈만 열리면 놀랍고 신비로운 하늘나라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깨달음의 부재로 ‘아, 놀랍다’ ‘아, 신비롭다’ 감탄과 감동이 사라져가는 오늘날의 사람들입니다.


이런 마음 깨끗한 영적 사람들이라면 우상도, 이콘도, 성화도 필요없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진짜 살아계신 하느님의 이콘은 사람들의 얼굴입니다. 저에겐 요즘 피어나기 시작한 크고 둥근 환한 얼굴의 해바라기꽃 역시 하늘나라의 표징, 회개의 표징이 됩니다. 엊그제 인용했던 시 다시 나눕니다.


-해바라기/닮고 싶은 꽃

 밤에도/이렇게/비오는 어둔 날도

 늘 깨어있어

 그 넘어/보이지 않는/햇님을 바라보기에

 햇님을 닮아

 늘/크고/둥근/환한 얼굴

 깊디/깊은 사랑/해바라기 사랑

 주변이 환하다-


해바라기꽃은 한결같이 하느님을 찾는 항구한 구도자를 상징합니다. 보이는 것들을 넘어, 보이는 것들을 통해, 보이지 않는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나는 ‘주바라기’ 관상가들, 신비가들이라면 주변의 이콘도 성물도 상징물도 불필요한 짐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어디나 계신 지금 여기가 성지이기에 새삼 많은 돈을 들여 성지순례할 필요성도 갖지 않을 것입니다. 하느님을 만나지 못해 뭔가 불안하기에 이리저리 찾아다니고 모아들여 빈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입니다. 


하늘나라 표징 중의 표징이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성물중의 성물이, 이콘중의 이콘이 그리스도의 십자가입니다. 미사 하나면 충분하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 나머지는 모두 군더더기입니다. 자칫하면 부수적인 상징물들이 본질적인 그리스도 예수님을 가릴 수 있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겨자씨같은 말씀 은총으로, 누룩같은 성체은총으로 우리의 내적성장과 내적성숙을 촉진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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