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1. 화요일 

유럽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 아빠스(480-547) 대축일 

잠언2,1-9 콜로3,12-17 루카22,24-27



영원한 사표(師表)

-산山과 강江의 영성을 사신 성 베네딕도-



오늘은 성 베네딕도 아빠스 대축일입니다. 베네딕도회 수도자들에게는 가장 성대한 축일로 하루 파공이기도 합니다. 이날은 저에게도 참 각별한 날입니다. 29년전 1988.7.10일 왜관수도원 본원 성전에서 주님께 3천배 밤샘기도후 다음날 7월11일 요셉수도원에 파견된 날이고, 다음해인 28년전 1989년 7월11일 사제서품 받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날은 제가 가장 사랑했던 이제는 고인이 된 이이철 베네딕도 둘째 형님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세월 흘러갈수록 세상 떠나신 어머님과 형님들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어제는 요셉수도원에도 경사스런 날이었습니다. 얼마전에 입회하여 잠시 청원기를 지내던 형제가 수도원 역사상 처음으로 수련 착복을 하고 ‘정 아브라함’ 수도명으로 수련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어제 강론 제목이 ‘영원한 수련자의 삶’이었는데 강론 역시 하느님 섭리의 선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베네딕도 성인 자랑으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영원한 감동을 주는 ‘영원한 사표師表’ 베네딕도 성인입니다. 좀 길다싶지만 성 베네딕도 예찬과도 같은 복음 전 노래한 부속가 전문을 나눕니다. 라틴어 원문 노래는 더욱 아름답고 깊습니다.


-새빛 선물 가져오는 위대하온 지도자를 기념하는 축일

 성총받은 그 영혼이 노래하는 찬미가는 마음속에 울리네

 동쪽길로 올라가는 아름다운 성조 용모 감탄울려 퍼지네

 태양같은 생명으로 많은 후손 얻은 그는 아브라함과 같도다


 작은 굴에 있는 그를 까마귀의 복사로써 엘리야로 알리네

 강물에서 도끼건진 성 분도를 엘리사 예언자로 알도다

 무죄 덕행 요셉같고 장래일도 알아내니 야곱처럼 알도다

 그의 생각 지극하여 예수님의 영복소에 우리 인도하소서.-


성인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어느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내용입니다. 성인의 제자들인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야만의 유럽을 문명의 유럽으로 업그레이드 시켰고, 서방 수도생활을 본궤도에 올렸기에 우리는 성 베네딕도에게 ‘유럽의 수호자’이자 ‘서방 수도생활의 아버지’라는 위대한 칭호를 부여합니다. 성인이 남겨주신 규칙서는 1500년이 지난 지금도 영원히 살아있는 고전으로 우리 제자들의 삶의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어제 저녁성무일도 독서후 계응이 바로 규칙서의 장점을 밝혀줍니다.


“하느님의 사람 베네딕도는 슬기로운 절제와 명쾌한 표현으로 규칙서를 저술했도다. 이 거룩한 사람은 자기가 체험하지 않은 것을 남에게 가르칠 수 없었도다.”


규칙서를 통해 찬연히 빛나는 성인의 어질고 지혜로운 거룩한 인품입니다. 성인을 생각하면 베네딕도수도회 영성을 압축하는 ‘산山과 강江’이라는 제 짧은 자작 애송시가 생각납니다.


“밖으로는 산/천년만년 임기다리는 산山

 안으로는 강/천년만년 임향해 흐르는 강江”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이셨고 지금의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이십니다. 산과 강같은 두 교황님의 상호 조화調和와 보완補完도 참 아름답습니다. 성 베네딕도 수도회 프란치스코 수도승인 저 또한 ‘밖으로는 산같은 성 베네딕도’, ‘안으로는 강같은 성 프란치스코’라 말하며 만족해 하곤 합니다.


성 베네딕도의 영성은 산같은 ‘정주stabilitas’의 영성입니다.

우리 요셉수도원이 불암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정주定住’와 직결되는 ‘환대歡待’의 영성이 잘 드러나는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자작 좌우명 애송시 둘째 연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언제나 그 자리에 불암산(佛巖山)이 되어 

가슴 활짝 열고 모두를 반가이 맞이하며 살았습니다.

있음 자체만으로 

넉넉하고 편안한 산의 품으로 

바라보고 지켜보는 사랑만으로 행복한 산이 되어 살았습니다.

이제 25년 연륜과 더불어 내적으로는 장대(長大)한 

'하느님의 살아있는 산맥(山脈)'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안주安住가 아니라 정주定住의 수도공동체입니다. ‘그 모든 것 위에 사랑을 입으십시오. 사랑은 완전하게 묶어주는 끈입니다.’(콜로3,14)라는 바오로의 말씀처럼 ‘사랑의 옷’을 입고 사는 정주의 수도승들입니다. 


이어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22,26-27)는 주님의 말씀처럼 ‘섬김의 삶’을 사는 정주의 수도승들입니다. 


하여 산같은 정주의 핵심은 ‘사랑의 섬김’임을 깨닫게 됩니다. 하여 성인은 당신의 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라 정의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성 베네딕도수도회의 삶은 역동적 정주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산과 더불어 끊임없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입니다. 바로 정주에 이은 두 번째 서원, ‘수도승다운 삶conversatio morum’의 영성이 이를 상징합니다. 바로 제 자작 좌우명 애송시 셋째 연이 이를 잘 표현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하느님 바다 향해 흐르는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때로는 좁은 폭으로 또 넓은 폭으로

때로는 완만(緩慢)하게 또 격류(激流)로 흐르기도 하면서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흐르는 '하느님 사랑의 강(江)'이 되어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참으로 역동적인 강같은 삶입니다. 강은 흘러야 삽니다. 정주가 안주가 되어 웅덩이에 고이면 죽어 썩습니다. 끊임없이 열정과 순수로 깨어 흘러야 맑은 물입니다. 이래서 온갖 수행들입니다. 결국은 모두가 하느님을 찾는 수행들입니다. 


오늘 제1독서 잠언은 감추어진 보물인 지혜를 찾으라고 촉구합니다. 바로 끊임없이 흐르는 강처럼 끊임없이 참 보물이신 지혜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향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만이 유일한 관심사가 되어 끊임없이 살아계신 그분만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지혜에 네 귀를 기울이고 슬기에 네 마음을 모은다면, 네가 은을 구하듯 그것을 구하고 보물을 찾듯 그것을 찾는다면 그때에 너는 주님 경외함을 깨닫고 하느님을 아는 지식을 얻으리라.”(잠언2,2.4.5).


끊임없이 지혜자체이신 하느님을 찾는 열정과 순수의 수도승들이 성 베네딕도의 제자들입니다. 지자요수 인자요산 (知者樂水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말씀은 성 베네딕도는 물론 그 제자들인 우리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을 닮아 산을 좋아하는 어진 사람으로 또 강을 좋아하는 지혜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 그 둘레에, 그분의 천사가 진을 치고 구출해 주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그분께 몸을 숨기는 사람!”(시편34,8-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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