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14.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창세46,1-7.28-30. 마태10,16-23



내 삶의 성경책의 렉시오 디비나

-하느님은 곡선(曲線)인생을 사랑하신다-



자연도 곡선이 깊고 그윽합니다. 아름답습니다. 굽이굽이 곡선의 산능선들, 굽이굽이 흐르는 시냇물이나 강물들, 굽이굽이 난 깊고 그윽한 오솔길들을 보면 마음도 넉넉해지고 편안해지며 시상도 잘 떠오릅니다. 직선으로 곧게 자란 나무들보다 온갖 풍상고초를 겪은 굽이굽이 곡선들의 아름들이 나무들이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줍니다. 하여 절의 자산은 노목과 노승이라 합니다. 


평면과 직선의 자연이 되면서 많은 생명들도 사라졌습니다. 예전 여름철이면 굽이굽이 시냇물 따라 민물고기도 많이 잡았는데 지금은 직선의 시멘트 물길로 변모되면서 민물고기들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신속과 이윤과 편리를 추구하며 개발하다보니 강도, 길도 인위의 직선과 평면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에둘러 가던, 또 산등성이를 넘거나 굽이굽이 올라가던 고갯길도 산길도 사라지고 직선의 터널길이 되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느림의 미학을 맛보기 힘든 세상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피해가 너무 큽니다. 자연의 인위적 변화와 함께 날로 피폐해가는 요즘 사람들 내면의 모습같습니다. 쉴 시간도, 쉴 곳도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곡선인생이 아닌 지름길의 직선인생을 선호합니다. 순탄대로의 깊이없는 직선인생은 하느님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깊이도 아름다움도 없습니다.


하느님은 곡선인생을 사랑하십니다. 믿는 이들의 삶은 그대로 또 하나의 성경책입니다. 세상에 똑같은 인생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그만의 고유한 인생 성경책입니다. 무엇보다 사랑하고 소중히 여겨야 할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매일매일 1페이지씩 써가는 미완의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특히 하느님을 믿는 이들의 인생은 그러합니다. 


하여 저는 전기들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굽이굽이 하느님 섭리의 발자취를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을 ‘내 삶의 성경책의 렉시오 디비나’로 택했습니다. 사실 형제자매들과의 장시간의 면담성사를 통해 깨닫는 바도 사람 하나하나가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고유한 성경책 같다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의 인생은 물론이고 이어지는 창세기의 인물들이 대표적 곡선인생 성경책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이스라엘 야곱 인생의 성경책 이야기도 감동적이고 요셉과 아버지 야곱의 만남도 감동적입니다. 


얼마나 파란만장한 야곱과 그 아들 요셉의 곡선인생 성경책들 인지요. 하느님과 함께 써 간 곡선인생 성경책입니다. 이스라엘이 요셉을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날 때 하느님과 대화의 기도도 감동입니다. 길을 떠나기 전 자기 아버지 이사악의 하느님께 제사를 드린후 하느님과 야곱의 대화가 이뤄집니다.


“야곱아, 야곱아!”

“예, 여기 있습니다.”


늘 하느님 앞에 깨어 살았던 야곱임을 깨닫습니다. 이어지는 하느님의 약속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나는 하느님, 네 아버지의 하느님이다. 이집트로 내려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그곳에서 너를 큰 민족으로 만들어 주겠다. 나도 너와 함께 이집트로 내려 가겠다. 그리고 내가 그곳에서 너를 다시 데리고 올라오겠다. 요셉의 손이 네 눈을 감겨 줄 것이다.”(창세46,3-4).


하느님과 늘 소통의 삶을 살았던 이스라엘 야곱이었습니다. 이런 하느님과 대화의 기도를 통해서 이스라엘 야곱 삶의 성경책의 주어는 하느님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과 함께 써가는 그러나 하느님이 주어가 되는 내 인생 성경책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뜻에 따른 삶이 얼마나 결정적으로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각자 삶의 성경책을 잘 써갈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니다.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그러므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하게 되어라.”(마태10,16)


곡선인생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이런 슬기와 순박함도 순전히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주님과 부단히 소통하며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말라 하십니다. 우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우리에게 일러 주실 것이며 바로 말하는 이는 우리가 아니라 우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라 하십니다.


주님은 성령을 통해 우리와 함께 하시어 매일 곡선인생 성경책을 쓰게 하십니다. 날마다 새롭게 써야할 미완의 한 페이지의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이런저런 내외적 분열이나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내적평화중에 매일 써가야 할 내 삶의 성경책입니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10,22ㄴ).


죽는 그날까지 끝까지 견디며 주님과 함께 매일 내 곡선인생 성경책을 써 가시기 바랍니다. 이런 마음으로 매일 일기를 쓸 것을 권합니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참 소중한 내 곡선인생 성경책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삶의 중심과 질서를 잡아 주시어 오늘도 아름답고 깊은 내 삶의 성경책 1페이지를 쓰게 하십니다. 


“의인들의 구원은 주님에게서 오고, 그분은 어려울 때 피신처가 되신다. 의인들이 주님께 몸을 숨겼으니, 그분은 그들을 도와 구하시고. 악인에게서 빼내 구원하시리라.”(시편37,39-4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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