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0. 연중 제20주일                                                         이사56,1.6-7 로마11,13-15.29-32 마태15,21-28



어떻게 해야 영적전쟁에 승리할 수 있습니까?

-비전, 비움, 탄력, 연대-



어제 갑작스럽게 5년간 교포사목하고 귀국한 교구신부님의 면담고백성사를 통해 새삼 참 힘겹게 살아가는 교포들이요, 곳곳에 널려있는 유혹들이 그대로 광야 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광야생활 5년 동안 참 수고하셨습니다. 살아 오셨다는 자체만해도 놀랍고 감사한 일입니다.”


격려 말씀드리고 나니 다시 시작된 광야 세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 삶의 본질이 광야입니다. 멀리 밖에 있는 광야가 아니라 외롭고 쓸쓸한, 괴롭고 아픈 내 마음이 바로 광야입니다. 늘 다시 시작되는 어디서나 피할 수 없는 현실의 광야 세상입니다. 얼마전 갑작스럽게 찾았던 젊은이가 또 생각났습니다.


“절망과 좌절중에 있는 이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 주십시오. 매달 10만원씩 미사예물은 통장에 입금해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제자리 잡았습니다만 제 3-5년간의 외국 생활은 매일 좌절과 절망의 연속이었습니다.”


참으로 미래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와중에 각자도생各自圖生, 고군 분투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그대로 믿는 이들에겐 끊임없이 계속되는 영적전쟁의 세상입니다. 사막영성의 주요 소재인 영적전쟁이 치열한 작금의 현실입니다. 이젠 옛날의 사막의 수도승들뿐 아니라 우리 역시 광야 세상의 영적 전사, 믿음의 전사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오늘 말씀 묵상중 떠오른 강론 주제는 ‘어떻게 해야 영적전쟁에 승리할 수 있습니까?’이며 그 답으로 ‘비전, 비움, 탄력, 연대’의 네 측면에 걸쳐 살펴 봤습니다. 바로 복음의 주인공인 믿음의 전사라 할 수 있는 가나안 부인으로부터 착안했습니다.


첫째, 영원한 비전인 하느님을 모실 때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우리 마음의 중심에 영원히 빛나는 비전인 하느님을 찾아야 합니다. 하느님이야말로 우리의 미래요 희망입니다. 하느님을 찾아야 영혼의 건강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찬연히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잘 들여다 보면 우리 마음 깊이에는 영원한 비전이자 꿈이요 희망이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우리 수도자들 역시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하느님 비전을 늘 새로이 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나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바로 ‘비전의 사람’이었습니다. 비전의 사람은 그대로 이상주의자이며 현실주의자입니다. 하느님 비전의 이상이 있을 때 좌절하지 않고 늘 현실에 새롭게 투신할 수 있는 힘이 나옵니다. 


다음 이사야의 이방인들에게 내린 축복의 비전은 유대인들의 편협한 사고를 넘어 온 인류에 까지 확장됨을 봅니다. 교회를 통해 서서히 실현되어가는 이사야 예언자의 빛나는 비전입니다. 이사야의 비전은 하느님의 드넓은 시야에 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주님을 섬기고 주님의 이름을 사랑하며, 주님의 종이 되려고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 나는 그들을 나의 거룩한 산으로 인도하고, 나에게 기도하는 집에서 그들을 기쁘게 하리라.---나의 집은 모든 민족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리리라.”


그대로 오늘 세상 곳곳에 퍼져 있는 교회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하느님의 비전입니다. 여기 불암산 기슭에 ‘기도의 집’ 천주교 요셉 수도원이 들어 서리라고 그 옛날 누가 생각이라도 했겠습니까? 이사야의 빛나는 비전은 이렇게 실현되고 있음을 봅니다. 이민족의 사도이면서도 동족인 이스라엘의 구원에 대한 심원한 비전을 지닌 바오로 사도의 고백이 감동적입니다.


“이스라엘에 대한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은 철회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지금은 여러분에게 자비가 베풀어지도록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지만, 이제 그들도 자비를 입게 될 것입니다.”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이스라엘인들의 구원의 날을 내다보며 확신에 넘쳐 그 하느님 구원의 비전을 고백하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은사와 소명 역시 철회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분발하여 다시 우리의 성소를, 하느님 비전을 새롭게 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복음의 가나안 부인 역시 곤경 중에 주님을 찾을 수 있음도 그 안에 빛나는 비전인 구원자 주님이 계셨기에 가능했음을 봅니다. 


둘째, 매사 비움의 수련, 겸손의 수련으로 삼을 때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삶의 여정은 비움의 여정, 겸손의 여정입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어려움들을 비움의 수련, 겸손의 수련으로 삼을 때 상처는 치유되고 내적성장에 성숙입니다. 


오늘 복음의 가나안 부인이 영적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그 모범입니다. 가나안 부인의 영적전쟁의 대상은 셋이었습니다. 자기와의 싸움, 보이지 않는 악과의 싸움, 하느님과의 싸움입니다. 그러나 가나안 부인은 겸손의 비움을 통해 마침내 자기에 이겼고, 보이지 않는 악의 유혹에 이겼고 주님께도 이겼습니다. 마지막 주님과 주고 받은 대화는 영원한 감동입니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이 말씀을 듣는 순간, 모든 것을 놔버리고 싶은 유혹도 컸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멸감을 주는 주님의 말씀에도 유혹에 떨어지지 않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가나안 부인의 믿음의 순발력이 놀랍습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자기 비움의 겸손에서 나온 고백입니다. 비움은 겸손입니다. 비움은 지혜입니다. 참으로 가나안 부인의 겸손하고 지혜로운 믿음입니다. 자기를 이겼고, 보이지 않는 악마도 이겼고, 주님도 이겼습니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주님과의 대결에서 자기 비움의 겸손으로 마침내 승리한 가나안 부인이야말로 자기비움의 모범입니다. 자기 비움의 겸손한 믿음만이 영적전쟁의 승리의 비결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영적탄력이 좋아야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가나안 부인의 영적탄력이 놀랍습니다. 믿음은 탄력입니다. 탄력 좋은 용수철처럼 눌러도 곧장 튀어나오는 겸손한 믿음입니다. 칠전팔기, 백절불굴의 항구한 믿음의 자세 있어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삶은 전쟁입니다. 영적전쟁입니다. 믿는 모든이들이 죽어야 제대인 영원한 현역의 전우戰友들입니다. 


기도든 믿음이든 항구해야 합니다. 가나안 여인은 좌절과 절망으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곧장 일어나 다시 영적전투를 시작합니다. 파스카 영성의 진수를 보여 줍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그대로 자비송의 기도입니다. 끊임없이 주님의 문을 두드리는 자비송의 기도입니다. 문을 열어 주실 때까지 두드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냉정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다시 문을 두드리며 기도하는 가나안 부인입니다.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항구한 기도에 항구한 믿음입니다. 주님을 감동시키는 믿음이요 이어 치유의 구원입니다. 넘어지는 것이 죄가 아니라 자포자기하여 일어나지 않는 절망이 대죄입니다. 정말 주님을 믿고 신뢰했기에 항구한 기도입니다. 탓해야 할 것은 주님이 아니라 나의 믿음 부족입니다. 참으로 가나안 부인이야 말로 ‘믿음의 전사’라 할 수 있습니다.


넷째, 함께 연대할 때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혼자서는 너무 약합니다. 결코 영적 전쟁에 승리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애당초 공동체적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관계는 존재입니다. 관계는 힘입니다.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관계를 떠나 나를 알 수 있는 길도 없습니다. 관계의 단절과 파괴가 바로 죄입니다.


주님과의 관계, 이웃과의 관계, 나와의 관계 중에 비로소 참 나의 정체성입니다. 가나안 부인이 어머니가 아녔다면 이런 믿음도 없었을 것입니다.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합니다. 하느님 사랑에 가까이 있는 어머니의 사랑, 모성애입니다.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딸에 대한 사랑 때문에 절박한 기도의 외침입니다. 딸이 있었기에 이런 기도요 믿음입니다. 혼자였더라면 이런 기도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딸과의 보이지 않는 연대에서 관계의 힘을 깨닫게 됩니다. 


가나안 부인은 주님과의 간절한 만남을 통해 믿음과 더불어 주님과의 관계도 깊어졌을 것입니다. 주님과의 관계와 더불어 자기와의 관계도 깊어졌을 것입니다. 주님을 알면 알수록 자신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은 관계요 앎임을 깨닫습니다. 혼자사는 것이 아니라 연대하여 사는 우리들입니다. 주님과 함께, 이웃과 함께 연대할 때 비로소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어떻게 해야 영적전쟁에 승리할 수 있습니까?

1.늘 하느님 비전을 생생히 지녀야 합니다. 하느님은 생명이자 빛이요, 힘이자 위로입니다.

2.매사 비움의 수련, 겸손의 수련의 자세로 임해야 합니다. 이래야 유혹에 빠지지 않고 상처는 치유되며 내적성장과 성숙입니다.

3.영적탄력이 좋아야 합니다. 믿음의 탄력입니다. 항구한 기도가 탄력좋은 믿음이 되게 합니다. 

4.함께 연대해야 합니다. 연대의 관계는 힘입니다. 주님과의 연대, 이웃과의 연대가, 관계가 깊어갈 때 내적 힘의 증대로 영적전쟁에 승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적탄력을 회복시켜 영적전쟁에 승리할 수 있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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