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2. 화요일 동정 마리아 모후 기념일                                                        판관6,11-24ㄱ 마태19,23-30



구원은 은총의 선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삶은 선물입니다. 모두가 은총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은총의 선물입니다. 우리가 잘나서, 잘해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 자비의 은총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이런 자각의 깨달음이 참으로 우리를 겸손하게 합니다. 저절로 끊임없이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리게 합니다. 하여 우리가 최종적으로 바칠 기도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자비송 기도 하나뿐임을 깨닫습니다.


구원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있습니다. 구원은 은총이지만 또한 선택임을 깨닫습니다. 어찌보면 선택도 은총이겠습니다만. 어제 미사후 뒤 늦은 깨달음을 잊지 못합니다. 마지막 구원의 문턱에서 실격한 부자 청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부자 청년은 옛 사막교부들을 찾았던 구도자들과 흡사합니다. 부자 청년의 물음은 스승을 찾았던 구도자들의 공통적 질문 중 하나였습니다. 영원한 생명의 구원에 대한 궁극적 관심은 예나 이제나 똑같습니다.


“스승님, 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무슨 선한 일을 해야 합니까?”


후에 묵상하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을 눈앞에 두고 눈이 가려 영원한 생명에 대해 묻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냥 눈만 열려 영원한 생명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님을 알아 보고 따랐다면 그대로 구원의 직행로인데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십계명을 지켜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 아니라 예수님을 사랑하고 믿고 따름으로 구원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믿고 따를 때 저절로 자발적 기쁨의 버림입니다. 사랑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입니다. 주님을 사랑할 때 연속되는 ‘버리다-떠나다-따르다’의 동사입니다.  


그러니 영원한 생명의 구원은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있음을 깨닫습니다. 주님을 선택하여 따르면 그대로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판관기에서 주님의 기드온의 선택 과정이 은혜롭습니다. 주님께서 당신 천사를 통해 주도권을 잡으시고 개입하십니다. 기드온처럼 늘 깨어 있을 때 주님은 적절한 때 개입하시니 이 또한 선택의 은총입니다. 기드온을 향한 주님의 감동적인 말씀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이해해도 은혜로울 것입니다.


1.“힘센 용사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2.“너의 힘을 지니고 가서 이스라엘을 미디안족의 손아귀에서 구원하여라. 바로 내가 너를 보낸다.”

3.“내가 정녕 너와 함께 있겠다. 그리하여 너는 마치 한 사람을 치듯 미디안족을 칠 것이다.”


마지막 기드온과 주님의 대화도 감동적입니다.


-기드온;“아, 주 하느님 제가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주님의 천사를 뵈었군요.”

 주님;“안심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너는 죽지 않는다.”


하여 기드온은 주님을 만난 자리에다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그 이름을 ‘주님은 평화’라고 하였다 합니다. 주님을 위하여 ‘주님은 평화’라는 제단을 쌓고 매일 감사와 찬미의 미사를 봉헌하는 우리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이렇게 기드온처럼 주님을 만나 사명을 부여 받고 행할 때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바로 이런 깨달음이 영원한 생명의 구원입니다. 


우리의 사명은 주님을 사랑하여 믿고 따르는 일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복음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부자의 구원이 절망적임을 깨달아 ‘그렇다면 누가 구원을 받을 수 있는가?’ 묻는 제자들에게 주님은 한마디로 통쾌하게 정리하여 주십니다.


“사람에게는 그것이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바로 주님은 구원은 전적으로 하느님께 달렸음을 천명하십니다. 부자든 빈자든 무엇을 잘 해서 구원이 아니라 하느님 은총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부자가 은총으로 회개하여 집착에서 떠나 아낌없이 나누며 주님을 따른다면 구원이고 이 또한 하느님께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그 마음이 집착으로 닫혀 있다면 무조건 구원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그 닫힌 마음을 은총으로 활짝 열어 주실 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베드로의 다음 물음이 베드로답게 솔직하지만 저에겐 좀 유치하다 싶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그러니 저희는 무엇을 받겠습니까?”


앞서의 부자 청년의 실격에 대조되는 제자들의 성공적 주님 추종의 결과를 묻습니다. 물론 주님은 친절히 따름에 대한 보상을 답변해 주십니다만 베드로는 몰라서 묻습니다. 보상을 바라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사랑해서 따르니 이미 따름 자체가 보상입니다. 먼 훗날의 보상이 아니라 이렇게 따름 자체가 보상이요 행복입니다. 


주님을 사랑하여 믿고 따르는 자체가 이미 영원한 행복의 구원인데 무엇을 더 바라겠는지요. 주님은 친절히 미래는 물론 현재에 있을 보상을 말씀하십니다만 베드로는 아마 이런 깨달음에는 도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인용했던 제 자작시 ‘담장이’의 후반부가 생각납니다.


-해마다 반복되는/제자리 삶에도/지칠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하늘 향해 타오를 뿐/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행복이요 충만이요/영원한 생명의 구원이다-


주님은 매일의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에게 영원한 생명의 구원을 선사하시어 자발적 기쁨으로 당신을 항구히 충실히 따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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