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10. 화요일(성모영보수녀원 피정6일째)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창세1,20-2,4ㄱ- 마르7,1-13


                                                                                  존엄한 품위의 삶

                                                                                -하느님의 자녀답게-


한 번뿐이 없는 삶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는 자체가 은총이요 축복입니다. 사람답게, 하느님의 자녀답게, 존엄한 품위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사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행복하고 자유롭고 풍요한 삶입니다. 삶은 은총의 선물이자 평생숙제입니다.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로 그들을 창조하셨다-


장엄한 사람 창조의 순간입니다. '하느님의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것이 바로 은총이요, 하느님의 모습으로 계속 성장해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평생숙제이자 공부입니다. 사실 사람이 되는 일보다,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일보다 더 중요하고 힘든 일도 없습니다.


"내가 거룩한 것 같이 너희도 거룩한 사람이 되어라.“

"너희의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라.“

"너희의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 같이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바로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위대한 평생과제입니다. 

'사람답게'를 분명하게 틀잡아 주는 것이 '하느님의 자녀답게'입니다. 세례성사은총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고 역시 하느님의 자녀로의 성장은 평생과정이자 평생과제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

어떻게 하면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善) 삶, 참된(眞) 삶, 참 아름다운(美)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하면 하느님을 닮은, 그리스도를 닮은 삶을 살 수 있을까요. 오늘 소개할 묵상 내용입니다.


소개에 앞서 여기 수녀원의 이양진 분다 수녀의 모친 최 세실리아 자매로부터 받은 카톡내용을 소개합니다. 최 세실리아 자매는 요셉수도원 초창기부터 약 25년 이상을 대축일 때마다 수도원의 꽃꽂이 봉사를 해 준 놀라운 믿음의 자매이고, 이양진 분다 수녀는 어머니와 함께 중학교 때부터 요셉수도원을 다녔습니다.


"엘레강스 신부님, 환영 환영합니다. 보고파용“

"아, 여기 이양진 분다 수녀도 피정중입니다.“

제 귀국을 환영하는 자매에게 분다 수녀의 소식을 알렸고 면담 때 분다 수녀에게 엘레강스의 뜻을 물었습니다.

"젠틀하다, 신사답다, 멋있다, 미남이다라는 뜻입니다.“

다시 아이패드 사진을 찾았더니 그 풍부한 내용에 아주 만족했습니다.


'elegance: 세련된 취미를 밑바탕으로 하여 사치스러우나 화려하지 않은 완벽한 아름다움, 화려하게 장식된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자연히 우러나는 고상한 아름다움, 당당해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기품’

얼마나 풍부한 내용인지요.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을 부단히 닮아갈 때 바로 엘레강스 사람입니다. 오늘 저는 강론을 통해 하느님이 보시기에 참 좋은 엘레강스 사람이 되기 위한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사랑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사랑은 우리의 모두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참됨(眞)으로, 좋음(善)으로, 아름다움(美)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하느님을, 이웃형제를, 모든 피조물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지구는 사람 혼자만 살아가는 게 아니라 생명있는 모든 것이 함께 살아가는 곳입니다. 


빈부격차의 불평등의 사회, 파괴되고 착취되는 자연이나 동물들, 이것은 하느님이 원하시는 세상이 아닙니다. 사랑부재의 거칠고 험한 현실입니다. 생명 있는 모두가 살아야 하는 공존의 사랑, 공존의 세상입니다. 어제 수녀님들과 식사하면서 절절히 깨달은 것이 '함께'입니다. 잘난 이든 못난 이든 '함께 먹어야 하고, 함께 일해야 하고, 함께 기도해야 한다는 것, 결론하여 함께 살아야 한다.'는 깨달음입니다. 오늘 창세기의 아름다운 정경은 그대로 하느님의 사랑 충만한 '공존의 세상'을 보여줍니다. 


뉴튼수도원에서 일화가 생각납니다. 에제키엘 수사님의 소임은 닭과 오리를 키우는 일입니다. 사무엘 원장님이 나에게 정중히 부탁했습니다.

"신부님, 부탁이 있습니다.“

잔뜩 긴장했습니다. 

"닭좀 잡아 주시겠습니까?“

닭이 많아 제가 수도원을 떠나기전 잡아 주겠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닭을 선뜻 잡겠다는 형제가 없어 그냥 나에게 던져본 말이었습니다. 


"다른 것은 다 할 수 있는 데 그것 만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닭을 안 먹으면 안 먹었지 잡지는 못하겠습니다.“

정중히 사양했고, 나중 다른 야무진 형제가 잡았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비단 하느님 사랑, 사람 사랑에 머물 것이 아니라, 생명있는 모든 것에로의 사랑으로 끊임없이 확산되어야 할 우리의 사랑입니다. 매사 많이, 넓고, 깊게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 체험의 지름길입니다.


둘째, '말씀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말씀을 통한 창조입니다. 오늘 창세기 천지창조 과정을 보십시오. 순전히 말씀을 통한 창조입니다. 말씀에 즉각 순종하여 창조된 질서와 조화의 세상입니다.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습니다. 말씀은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말씀은 생명이자 빛입니다. 말씀이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 거듭 새롭게 창조되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말씀이 사람이 되신 분이 오늘 복음의 주인공인 예수님이십니다. 그러니 말씀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을 공부하는 것은 우리의 평생의무입니다. 말씀을 공부하고 실행하는 말씀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하여 '읽기- 묵상-기도- 관상-실행'의 시스템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수행이 그토록 중요합니다. 이래야 주님의 마음을 닮아 사랑은 물론 분별력의 지혜도 선사받습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꾸짖은 후, 다음 말씀을 통해 그분이 얼마나 하느님의 마음에, 하느님의 말씀에 정통해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사야가 너희 위선자들을 두고 옳게 예언하였다.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


말씀공부와 말씀실행에 소홀할 때,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며 헛되이 주님을 섬길 수 있는 것은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하여 평생 말씀을 사랑하여 말씀대로 '말씀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은 우리 모두의 거룩한 의무입니다.


셋째, '찬미의 사람'이 되어 사는 것입니다.

찬미의 종교, 찬미의 사람인 그리스도인입니다. 특히 우리 수도자들의 하느님 찬미는 각별합니다. 찬미의 기쁨으로 사는 수도자입니다. 사막 같은 세상에 찬미의 기쁨 없다면 무슨 기쁨으로 살 수 있겠는지요. 하느님 사랑은 말씀 사랑으로, 찬미의 사랑으로 표출되기 마련입니다. 오늘 화답송 시편 8장은 천지창조의 하느님을 기리는 찬미가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할수록 깊어지는 찬미의 삶입니다. 


고해인생을 축제인생으로, 사막인생을 낙원인생으로 만들어 주는 찬미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찬미는 수도자의 존재이유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찬미가 우리를 치유하고 위로합니다. 주님과의 우정을 깊게 하며 사랑을, 믿음을, 희망을 증진시킵니다.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며 내적성장과 내적성숙을 이뤄줍니다. 


바로 찬미와 감사의 미사와 시편전례기도가 '기쁨의 꽃'처럼 피어나는 여기 성전이 상징하는바 천상예루살렘이요 사막같은 세상의 오아시스입니다. 순경(順境)이든 역경(逆境)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구히 '찬미의 사람'으로 살 때 주님의 한량없는 평화의 축복이요 참 좋고 아름다운 삶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은 사랑의 사람, 말씀의 사람, 찬미의 사람으로 살게 하십니다. 


"주님, 저희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크시옵니까!"(시편8,2ㄱㄴ). 아멘.

  • ?
    부자아빠 2015.02.10 05:59
    아멘! 신부님 말씀 항상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2 아나빔anawim의 영성 -신뢰와 겸손, 찬미와 감사의 기쁨-2018.12.22.대림 제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2 126
1821 아름다운 고별사 -사랑, 아름다움, 감동-2018.5.15. 화요일 성 빠코미오 아빠스(292-346)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5.15 182
1820 아름다운 귀가歸家준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2017.10.4. 수요일 한가위(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 없음) 2 프란치스코 2017.10.04 149
1819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2016.9.4. 연중 제23주일 프란치스코 2016.09.04 233
1818 아름다운 삶-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2016.6.7.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6.07 178
1817 아름다운 삶과 죽음 -모세가, 콜베 사제가 그 모범이다-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1894-194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9.08.14 151
1816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사람들 -아름답고, 행복하게-2018.11.29.연중 제34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1.29 124
1815 아름다운 승천의 삶 -교회공동체를 통해서-2017.5.28. 주일 주님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7.05.28 132
1814 아름다운 시詩같은 삶 -신망애信望愛의 삶-2017.9.6.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9.06 119
1813 아름다운 영혼 -끊임없는 회개와 용서-2016.3.1. 사순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3.01 337
1812 아름다운 영혼 -섬김의 사랑-2016.5.25.수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3-735)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6.05.25 183
1811 아름다운 인생 가을 열매들 -성령의 열매들, 사랑의 열매들- 2018.10.17.수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35-110)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10.17 194
1810 아름다운 인생 숲길을 걸읍시다 -사명, 우정, 떠남-2022.6.23.목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06.23 247
1809 아름다운 인생-충만한 기쁨-2015.1.10. 주님 공현 후 토요일(뉴튼수도원 61일째) 프란치스코 2015.01.10 616
1808 아름답고 거룩한 죽음 -귀천歸天-2018.3.21. 수요일 사부 성 베네딕도(480-543/547) 별세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3.21 168
1807 아름답고 온전한 영적 삶 -성령, 기쁨, 기도, 감사, 분별, 증언-2017.12.17. 대림 제3주일(장미주일, 자선주일) 프란치스코 2017.12.17 209
1806 아름답고 품위있는 삶 -감사, 깨어있음, 겸손-2019.2.5. 화요일 설 1 프란치스코 2019.02.05 211
1805 아름답고 풍요로운 교회 공동체 -하느님의 선물이자 과제- 020.7.3.금요일 성 토마스 사도 축일 ​​​​​​​ 1 프란치스코 2020.07.03 201
1804 아름답고 행복한 삶 -신뢰, 순종, 감사, 환대-2020.11.2.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1 프란치스코 2020.11.02 121
1803 아름답고 행복한 삶 -아름다운 삼위일체 하느님 닮기-2019.6.16.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16 237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