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2019.4.23.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23, 2019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9.4.23.부활 팔일 축제 화요일                                                                            사도2,36-41 요한20,11-18

 

 

 

늘 새로운 시작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

 

 

 

어제 읽은 어느 유명인사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납니다. 꼭 지니고 살아야 할 말을 물었을 때 그는 라틴어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을 것을 기억하라는 말마디였습니다. 이어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는다’라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을 기억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인터뷰 기사중 대화 한 대목입니다.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가 죽는 거 누가 몰라?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다 아는 이야기야. 왜 당연한 소리를 했는데 영상 조회 수가 50만 건을 넘겼겠어.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야기하니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거지.”

 

이런 자명한 사실에 대한 기억이, 각성이 과거가 아닌 오늘 지금 여기를 깨어 살게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이들은 흘러간 과거에 사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오늘 지금 여기의 현재를 삽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날 때 늘 새로운 시작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마리아 막달레나와 사도행전의 베드로가 그 모범입니다.

 

주님을 간절히 찾을 때 만납니다. 그러나 주님을 찾아도 주님께서 응답해 주셔야 만나니 주님과의 만남은 은총의 선물입니다. 참 역설적인 것이 죽은 예수님을 찾던 마리아 막달레나가 살아나신 예수님을 만났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얼마나 큰 슬픔에 젖어있는, 얼마나 예수님을 사랑했던 마리아 막달레나인지 깨닫습니다. 다음 대목이 극적입니다.

 

-에수님께서 마리아에게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하고 물으셨다. 마리아는 그분을 정원지기로 생각하고, “선생님, 선생님께서 그분을 옮겨 가셨으면 어디에 모셨는지 저에게 알려 주십시오. 제가 모셔 가겠습니다.”하고 말하였다.-

 

바로 이 장면이 상징하는 바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복원된 에덴동산이요,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을 정원지기로 착각한 듯 하지만 제대로 말했다는 것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이 계신 오늘 지금 여기가 에덴동산 천국이요, 바로 에덴동산 정원지기가 파스카의 예수님이라는 것입니다. 행복기도 다음 대목과 일치합니다.

 

-“주님/눈이 열리니/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천국이옵니다.”-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께서 현존해 계신 오늘 지금 여기가 에덴동산 천국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찾아 밖으로 멀리 갈 필요가 없습니다. 마리아 막달레나의 당신을 찾는 사랑에 감격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은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다음 대목이 오늘 복음의 절정입니다.

 

-예수님께서 “마리아!”하고 부르셨다. 마리아는 돌아서서 히브리 말로 “라뿌니!”하고 불렀다. 이는 “스승님!”이라는 뜻이다.-

 

부활하신 주님과의 만남은 순전히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아무리 마리아 막달레나가 주님을 찾았어도 이렇게 친히 착한 목자 예수님께서 불러 주시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돌아서서’는 바로 방향전환의 회개를 뜻합니다. 방향을 돌려 부르시는 주님께 전존재를 향하는 전인적 회개입니다.

 

주님과의 만남에 전제되는 바 회개요 회개 또한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께서 불러 주시기에 방향을 돌리는 회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회개를 통해 죽은 예수님을 찾던 마리아 막달레나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베드로의 오순절 설교의 은총으로 주님을 만나 마음이 꿰찔리듯 아파하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묻는 사람들을 향한 베드로의 직언은 그대로 우리 모두를 향합니다.

 

“회개하십시오. 그리고 저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그러면 성령을 선물로 받을 것입니다.”

 

회개가 답입니다. 무지에 대한 답도 하느님을 향한 방향전환의 회개 하나뿐입니다. 회개를 통해 성령을 받고 주님을 만날 때 참 나의 발견입니다. 한 두 번으로 끝나는 회개가 아니라 죽는 날까지 회개하는, 회개의 여정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회개의 여정에 항구하라고 회개의 시스템처럼 되어 있는 수도원의 일과표입니다.

 

수도원 성전에서의 매일 평생 끊임없이 거행되는 공동전례기도 시간은 회개와 더불어 주님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미 세례를 받았기에 회개-죄의 용서-성령을 받아 성령충만함 속에 주님을 만납니다.

 

“여러분은 타락한 세대로부터 자신을 구원하십시오”

 

바로 그 구체적 처방이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공동전례기도입니다. 혼자의 기도는 약합니다. 역시 회개의 강렬한 표지는 형제들이 함께 바치는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부분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하신 주님의 말씀도 심오합니다.

 

“내 형제들에게 가서, ‘나는 내 아버지시며 너희의 아버지신 분,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하고 전하여라.”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의 은혜로 완전히 새로운 관계로 격상된 우리의 신분을 드러냅니다. 하느님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가 되고 부활하신 예수님은 우리 모두에게 형제들이 되니 그대로 하느님을 아버지로 예수님을 맏형님으로 모신 천상적 가정공동체의 탄생입니다. 바로 믿는 이들의 교회 가정의 탄생입니다.이런 진리를 그대로 재현하고 확인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에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니 우리 또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마리아 막달레나처럼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 아멘.

 

 


Articles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