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6.19. 월요일 성 로무알도 아빠스(951/2-1027) 기념일 

2코린6,1-10 마태6,1-6.16-18



하느님의 전사戰士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



삶은 전쟁입니다. 값싼 평화는 없습니다. 끊임없는 영적전쟁의 승리와 더불어 참 평화입니다. 영적전쟁의 대상은 다른 누구도 아닌 이기적 자기입니다. 자기와의 평생 싸움이 영적전쟁의 요체입니다. 이런 영적, 내적 전쟁은 죽어야 끝나니 우리는 제대가 없는 영원한 현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의 바오로가 영적전쟁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두분다 하느님의 전사의 롤모델입니다. 하느님의 전사는 사랑의 전사, 평화의 전사입니다. 주님과 사랑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내적힘과 더불어 지혜롭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다섯 번 째 대당명제로 보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폭력을 포기하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라는 동태복수법을 폐기하고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반명제를 내세우십니다. 이는 악에 대한 무저항이 아니라 악에 대한 사랑의 비폭력적 저항을 뜻합니다. 비겁한 것이 아니라 사랑의 용기입니다. 보복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괴물과 싸우면서 괴물을 닮아가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전사, 지혜의 전사이신 주님은 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을 제시하십니다. 악의 힘을 무력화시키는, 무장해제시키는 방법을 제시하십니다. 이래야 평화로운 공존이요 자유로운 삶입니다. 


상대방의 불의의 처사에 일일이 맞대응하지 않고 오른 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대고 속옷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겉옷까지 내주며 천 걸음을 가자고 강요하는 자에게는 이천 걸음을 가 주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라 비폭력적 사랑의 저항 정신으로 행하라는 것입니다. 사랑의 지혜, 사랑의 용기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전사가 영적전쟁에 임하는 자세입니다.


예수님의 정신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는 바오로의 모습이 백절불굴의 전사같습니다. 참으로 무엇에도 매이지 않은 자유인의 전형입니다. 참으로 영적탄력좋은 하느님의 일꾼다운, 하느님의 전사다운 삶입니다. 다음 묘사는 한결같은 주님의 전사로서 바오로 자신에 대한 고백입니다. 어느 하나 생략할 수 없는 내용입니다.


“많이 견디어 내고, 환난과 재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매질과 옥살이와 폭동을 겪으면서도 그렇게 합니다. 수고와 밤샘과 단식으로, 순수와 지식과 인내와 호의와 성령과 거짓 없는 사랑으로, 진리의 말씀과 하느님의 힘으로 그렇게 합니다. 오른손과 왼손에 의로움의 무기를 들고, 영광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거나, 중상을 받거나 칭찬을 받거나 우리는 늘 그렇게 합니다.”(2코린6,4ㄴ-8ㄱ).


폭력적 요소는 추호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온실 속의 영성이 아니라 파란만장한 삶의 현장에서 검증된 영성이 우리를 한없이 부끄럽게 합니다. 적극적 사랑의 비폭력적 그리스도의 전사로서의 삶입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선 생사일여의 바오로의 삶입니다. 이런 바오로의 모습을 보면 탓할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내 자신의 부족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주 예전 봄철에 수도원 정문 돌틈사이 피어난 제비꽃을 보며 써놓은 시가 생각납니다.


-자리 탓하지 말자/그 어디든/뿌리 내리면/거기가 자리다

 하늘만 볼 수 있으면 된다

 회색빛 죽음의 벽돌들/그 좁은 틈바구니/집요히 뿌리내린

 연보랏빛 제비꽃들!

 눈물겹도록 고맙다/죽음보다 강한 생명이다/절망은 없다-2001.4.18.

 

바오로의 삶에 연상되어 떠오른 시입니다. 이런 영적 거인 바오로의 불가사의의 내적 힘은 어디서 기인할까요? 그리스도와의 사랑입니다. ‘나에겐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라 고백한 바오로입니다. 그리스도와 사랑의 일치로 그리스도를 닮아갈 때 비로소 백절불굴의 하느님의 전사입니다.


살아 계신 그리스도께서 바오로 삶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에 이토록 초연하고 자유로운 삶입니다. 현실에 철저히 투신하여 살면서도 완전히 초탈한 대자유인 바오로입니다. 이어지는 바오로의 긴 고백도 감동적이며 역설적 영적 삶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속이는 자 같이 보이지만 진실합니다. 인정받지 못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인정을 받습니다. 죽어가는 자같이 보이지만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벌을 받는 자같이 보이지만 죽임을 당하지 않습니다. 슬퍼하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늘 기뻐합니다. 가난한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많은 사람을 부유하게 합니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는 자같이 보이지만 실은 모든 것을 소유하고 있습니다.”(2코린6,8ㄴ-10).


정말 생략하기 아까운 진정성 가득한 대목입니다. 영적 전사로서의 롤모델 바오로입니다. 말그대로 파스카 신비의 삶에 대한 증언과도 같습니다. 파스카의 주님과 하나된 삶에서 천하무적 대자유인 바오로의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를 무장시켜 주시어 당신 사랑과 평화의 전사로 각자 삶의 현장으로 파견하십니다. 


“주님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을 비추는 빛이옵니다.”(시편119,105).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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