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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9.연중 제4주간 토요일                                                                       히브13,15-17.20-21 마르6,30-34

 

 

삶의 균형과 조화

-기도와 일-

 

 

무엇보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역할을 다하며 제대로 사는 평범한 일상이 제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사는 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렇게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어제 ‘베드로 파브로 성인’ 전기를 읽으며 16세기 종교개혁 전후의 유럽 현실이 참 끔찍했습니다. 

 

종교재판에 의해 이단자로 확정된 이들의 종교재판에 의한 공개 고문과 처형 및 화형식이 너무나 잔인했습니다. 사람들은 전혀 양심의 가책없이 이를 마치 축제처럼 구경하며 술을 먹고 이 장면을 즐겼다는 것입니다. 양심에 충실했던 자들인데 이처럼 이단자들로 몰리면 더 이상 사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상상할 수 없는 미친 사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맹신盲信, 광신狂信보다 더 무서운 병은 없습니다. 요즘 국내에서 전개되는 일을 봐도 똑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분명 객관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견해는 극과 극입니다. 참으로 제대로 균형잡힌 정상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지 깨닫게 됩니다.

 

삶의 균형과 조화가 참으로 필요한 사회입니다. 권위에 대한 존중과 신뢰, 순명의 정신도 필요하고요. 하여 제가 자주 면담고백성사때 강조하는 것이 기도와 일의 균형입니다. ‘하늘과 산’ 그림이 있는 수도원 로고를 휴대폰에 붙여 주며 당부하곤 합니다. 아마 수도원을 다녀간 수천명이 휴대폰에 수도원 로고를 붙였을 것입니다.

 

“하늘은 기도를, 산은 일을 상징합니다. 하늘에 기도하고 땅에서 일하는 인간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분도 수도회의 모토입니다. 기도와 일이 균형잡힌 생활을 하고 로고를 볼 때 마다 하느님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꼭 기억해야 할 것이 둘이니 ‘하느님’과 ‘죽음’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기도와 일, 관상과 활동은 전인적 균형잡힌 삶을 위한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기도와 일에 하나를 추가한다면 공부(독서)가 되겠습니다. 기도하고 일하고 공부할 때 온전한 균형잡힌 삶이라는 것입니다.

 

이점에서 예수님은 참 철저했습니다. 앞서 복음 선포 활동차 파견됐던 열두 사도가 오늘 복음에서는 귀환하여 예수님 중심으로 모입니다. 마치 활동후의 관상처럼 자연스런 삶의 리듬입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삶의 중심과 질서에 관상과 활동의 균형은 절대적입니다. 일하기로 하면 끝이 없습니다. 때로 휴식이 필요할 때 죄책감없이 '노no' 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일중독에 빠진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일만이 아니라 도박, 술, 인터넷, 등 중독사회같습니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지만 중독으로 잘못 미치면 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대판 이단은 ‘활동주의activism’라는 토마스 머튼의 말도 생각납니다.

 

선교활동후 외딴곳에서 관상의 성찰과 휴식, 충전의 기회를 갖게 하는 예수님의 배려입니다. 예수님 역시 하루의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외딴 곳에서 아버지와 친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역시 현대인들에게 ‘고독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토마스 머튼의 말이 생각납니다. 하여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좌우명 자작시의 다음 대목에 많은 이들이 공감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활짝 열린 앞문, 뒷문이 되어 살았습니다. 

앞문은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을 그리스도처럼 환대(歡待)하여 영혼의 쉼터가 되었고

뒷문은 사막의 고요에 활짝 열려 있어 

하느님과 깊은 친교(親交)를 누리며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교회나 수도원은 물론이고 믿는 이들은 누구나 앞문의 활동과 뒷문의 관상이 균형잡힌 생활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도와 일, 관상과 활동은 둘다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니 둘이자 하나인 것입니다. 바로 히브리서가 이를 입증합니다.

 

“형제 여러분, 예수님을 통하여 언제나 하느님께 찬양 제물을 바칩시다. 그것은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마음에 드는 제물입니다.”

 

하느님을 찬미하는 기도의 ‘입술의 열매’와, 선행과 나눔, 일의 ‘삶의 열매’를 제물로 바칠 때 온전한 영적 삶임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예수님의 사목적 리더십이 돋보입니다. 참으로 겸손히 예수님께 순종하는 제자들입니다. 히브리서 역시 사목적, 영적 지도자들의 권위에 순종할 것을 권합니다.

 

“지도자들의 말을 따르고 그들에게 복종하십시오. 그들은 하느님께 셈을 해드려야 하는 이들로서 여러분의 영혼을 돌보아 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탄식하는 일 없이 기쁘게 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순종의 덕이 으뜸입니다. 겸손히 개방하여 순종할 때 배웁니다. 비단 지도자뿐 아니라 주변의 부정적인 분들 또한 반면교사反面教师로 삼아 배울 수 있습니다. 예전 어느 도반의 “나는 그분을 보면서, ‘아, 저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반대로 살아야 하겠다.” 말 또한 잊혀지지 않습니다. 지혜롭게 반면교사로 삼은 것이지요. 눈만 열리면 모두가 삶의 스승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의 여정은 순종의 여정, 배움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도와 일의 리듬이 절대는 아닙니다. 분별의 잣대는 사랑입니다. 예외적 상황에 대한 분별의 지혜가 긴요합니다. 외딴곳에서 관상적 휴식을 위해 예수님과 제자들 일행이 도착했을 때 예수님은 많은 군중을 보시고 목자없는 양들같은 그들의 모습에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 합니다. 말 그대로 목자의 사랑입니다. 화답송 후렴의 고백이 저절로 나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저는 때로 다음처럼 말마디를 바꿔 노래하기도 합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부러울 것 없어라, 두려울 것 없어라, 걱정할 것 없어라” 등입니다. 일단 관상적 휴식을 보류하시고 주변의 필요에 응하시는 착한 목자, 주님의 분별의 사랑과 지혜가 감동적입니다.

 

매일미사나 기도로 시작하는 하루가 이상적입니다. 미사의 관상은 하루의 활동으로 확산되고 하루의 활동은 미사의 관상으로 수렴됩니다. 수렴과 확산의 리듬중에 이뤄지는 ‘삶의 전례화’, 관상적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기도와 일, 관상과 활동이 균형잡힌 삶을 살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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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02.09 11:25
    매일 주시는 생명의 말씀으로 오늘 하루를 사는 삶의 중심이 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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