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8.9.연중 제18주간 금요일                                                                            신명4,32-40 마태16,24-28

 

 

 

예수님을 어떻게 따랴야 하는가?

-자신을 버림, 제 십자가를 짐, 주님을 따름-

 

 

 

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오늘 강론 제목이자 우리 모두에게 평생 주어진 과제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입니다. 빨리 가고 늦게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제 방향으로 제대로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상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절대 평가하십니다. 그러니 비교할 것 없이 제 페이스대로 완주하여 최종 목적지 아버지의 집에 귀가하면 누구나 구원입니다.

 

참 중요한 것이 우리 삶의 좌표 설정입니다. 하여 저는 늘 하느님은 우리 삶의 궁극 목표, 방향, 중심, 의미라 강조하곤 합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이시기에 하느님 대신 그리스도를 넣어도 무방합니다. 하느님은, 바로 그리스도는 우리 삶의 목표, 방향, 중심, 의미라는 것입니다. 참으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 중심의 확고한 삶일 때 비로소 반석위의 삶일 것이며 삶의 혼란도, 두려움도, 불안도 사라질 것입니다.

 

공관복음에서 예수님은 명시적으로 나를 사랑하라 하지 않으셨고, 또 나를 믿으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다만 나를 따르라 하셨습니다. 하루 이틀이 아닌 평생 죽을 때 까지 주님을 따르라는 것입니다. 얼마전 지인들과 카톡으로 나눈 덕담이 생각납니다. 때늦게 핀 고운 철쭉꽃 사진을 보내며 주고 받은 내용입니다.

 

-“철쭉꽃 아침 인사 받으세요.”

“예뻐요!”

“자매님 영혼이 더 예뻐요!”

“감사합니다.”-

 

정말 평생 잘 관리해야 할 영혼입니다. 참으로 하느님만을 찾을 때, 예수님만을 따를 때 이런 아름답고 튼튼한, 꽃보다 더 예쁜 하느님 모상으로서의 참 나의 영혼입니다. 영혼이 건강하고 아름다우면 육신도 영혼을 닮아 건강하고 아름다워집니다.

 

며칠 전 주문한 책을 받고 참 반갑고 기뻤습니다. 20세기 위대한 영국 출신의 베네딕틴 아빠스 수도승이자 웨스터민스터 교구장 바실 흄 추기경(1923-1999)에 대한 전기입니다. 19세기 존 헨리 뉴먼(1801-1890)과 쌍벽을 이루는 영국의 위대한 성인입니다. 거의 1세기 간격의 영국을 대표하는, 영국 국민의 전폭적 사랑과 신뢰를 받았던 두 성인입니다. 

 

바실 흄 추기경 전기의 표지 제목 부제, ‘한 순례자의 하느님 탐구(A Pilgrim’s Search for God)’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평생 하느님만을 찾는 일에 전념했던 바실 흄 추기경이었습니다. 위암 말기로 선종 전, 유언과도 같은 고백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최근 암 말기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난 두가지 점에서 더할 나위없이 행복합니다. 하나는 여생을 준비할 시간이 아직도 조금은 남아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마음이 너무나도 평안하다는 것입니다. 쓰러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세상에 쓸모있는 존재로 남고 싶습니다. 병 때문에 나의 활동이 제한 받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에게는 어떤 혼란도 없습니다.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맡겼습니다.”

 

마침 얼마전 평화롭게 선종한 고 김종혁 에바리스트 수도형제가 연상됩니다. 참으로 평생 충실히, 한결같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랐던 바실 흄 추기경이었습니다. 사랑밖엔 길이, 답이 없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하고 항구한 사랑이 있어 자발적으로 기쁘게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신명기는 ‘주 하느님의 위대함과 선택받은 이스라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주 하느님의 위대함과 선택받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격려 말씀입니다. 오늘의 우리에게도 무한한 희망과 용기를 주는 격려와 위로의 말씀입니다. 역시 후반부 강조되는 말마디가 ‘오늘’입니다. 당대의 이스라엘 백성뿐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오늘, 주님께서 위로는 하늘에서, 아래는 땅에서 하느님이시며, 다른 하느님이 없음을 분명히 알고 너희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그분의 규정과 계명을 지켜라. 그래야 너희 자손들이 잘 되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영원토록 주시는 땅에서 오래 살 것이다.”

 

바로 그분의 규정과 계명이 압축적으로 복음의 예수님을 통해서 주어집니다. 바로 사랑으로 자기를 끊임없이 버리고, 비우고, 제 십자가를 지고, 우리의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님만을 따르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라는 것이 아니라 제 십자가입니다.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자기를 버리는 양상도, 제 십자가도 다 다릅니다. 누구에게 양도할 수 없는, 또 대신 질 수 없는 각자 고유의 운명과도 같고 책임과도 같은 제 십자가입니다.

 

이 길말고는 구원의 길도, 진리의 길도, 생명의 길도, 사람이 되는 길도 없습니다. 비상한 성인이 아니라 각자 삶의 자리에서 묵묵히 이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평범하나 진짜 성인들입니다. 눈만 열리면 우리는 주위에서 이런 평범한 성인들을 무수히 만납니다. 또 이런 성인이 되라고 불림받은 우리들입니다.

 

물론 이 길 말고 다른 길도 있을 것입니다. 모든 고통을 피하고 쾌락과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욕망에 기초한 현세적 삶입니다. 지옥으로 가는 넓은 길은 이렇게 쾌락과 즐거움으로 화려하게 포장되어 있습니다. 결국은 ‘곤경(cul-de-sac)’에 처할 것이요, 삶의 목표와 방향, 삶의 중심과 의미를 잃고 허무의 눈먼 골짜기에서 방황하다 인생 마칠 것입니다. 결국 자신의 목숨을 구하려다 자신의 목숨을 잃는 가장 확실한 길이 자기만을 위한 자기 중심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살면 무슨 면목으로 주님 앞에 설 수 있겠는지요.

 

온 세상을 얻는다 한들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자신만을 위한 삶은 죽음으로 귀결될 것이요, 이웃을, 진리를, 사랑과 정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비우는, 나누는 삶은 비록 짧은 생애일지라도 충만한 구원의 삶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많은 성인들이 오래 살지는 못했어도, 우리가 평생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습니다. 다음 지혜서 말씀 그대로입니다.

 

“Consummatus in breve, explevit tempora multa(지혜4,13;짧은 생애 동안 완성에 다다른 그는 오랜 세월을 채운 셈이다).

 

얼마나 은혜스런 말씀인지요. 오래 살고 적게 살고가 아닌, 삶의 양이 아닌 삶의 질입니다. 하루를 살아도 사랑으로 자기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니고 예수님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이렇게 살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끝으로 제 자작 좌우명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19.08.09 08:20
    하느님께 대한, 그리스도께 대한 열렬하고 항구한 사랑이 있어 자발적으로 기쁘게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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