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5.26.화요일 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사도20,17-27 요한17,1-11ㄴ

 

 

 

피고 지는 꽃들, 오고 가는 사람들

-꽃같이 아름다운 삶-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합니다. 지천에 널린 행복처럼 지천에 널린 무수히 연이어 피고 지는 온갖 다양한 꽃들은 땅에서도 하늘의 꽃별처럼 아름답게 살라는 깨달음을, 가르침을 줍니다. 요즘 새롭게 발견되는 사람의 아름다움입니다. 나름대로 모두가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들입니다. 

 

하여 면담 고백 상담차 찾는 분들은 제 집무실 십자가 밑에 서도록 한 후 사진을 찍어 드리곤 합니다. 새삼 이발사, 미용사, 사진사분들 모두가 사람 얼굴을 아름답게 돌보는 분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피는 꽃도 예쁘지만 지는 꽃도 예쁩니다. 오는 분도 예쁘지만 가는 분도 예쁩니다. 꽃처럼 삶도 예쁘듯이 죽음도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산책하다 보면 무수히 폈다 지는 꽃들을 통해 모두가 지나는 아름다움임을 깨닫습니다. 아주 오래 전 써놓은 선물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꽃처럼 환한 웃음보다 더 좋은 선물있을까

삶은 순전히 선물이다 꽃같은 삶이다 

눈여겨 보지 않으면 순식간에 사라져 가는 꽃들

바로 선물 인생 아니던가

얼마나 그 많고 좋은 선물들 놓쳐 버리고 살았는지

살아있는 동안은 그대로 꽃인 인생인 거다

어제의 꽃폈다 지면 오늘의 꽃폈다 지고

평생을 그렇게 꽃으로 사는 거다

끊임없이 폈다 지면서 떠나는 파스카 인생이다

잘 떠날 때 아름답지 않은가 

길이길이 향기로 남는다 

향기로운 인생 아름다운 인생이다”-2001.4.23.

 

19년 써놨던 시가 지금도 실감있게 와닿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폈다지는 수도원 꽃들이요 끊임없이 꽃처럼 오고 가는 사람들의 수도원입니다. 어느 지자체장의 재난 지원에 대한 대담한 견해, 통쾌한 일갈에서 그의 뜨거운 서민 사랑을 읽을 수 있어 감동적이었습니다. 재난 지원금을 이용해 평소 못먹어 본 한우 고기를 일가족이 먹었다는 기사도 눈물겨운 감동이었습니다.

 

“긴급 재난 지원, 2-3차례 더해야 됩니다. 어디 기사를 보니까 아니, 그걸로 무슨 예를 들면 미용실을 갔다든지, 손톱 이렇게 매니큐어 하는 데 간걸 문제 삼는 분들이 계시던데, 아니 그분들도 경제 주체고 저희들이 뭐 서민만 살리려는 게 아니고 경제 선순환을 도모하기 위한 경제 정책으로 지급한 것이기 때문에 사용 가능한 곳 어디에서도 괞찮습니다. 그들 역시 이 나라의 국민이고 또 경제활동 참가자들이기 때문에 나쁜 걸 하는 게 아니니까 괜찮죠. 뭐 가방 사면 어떻습니까? 자전거도 사고 옷이 제일 많이 팔렸던데요? 옷도 좀 사고 그러는 거죠.”

 

꽃을 사랑하듯 사람도 사랑해야 합니다. 꽃같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며칠전 인용했던 시 한 연이 생각납니다. “꽃이 꽃을 가져 오다니요. 그냥 오세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사람 자체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습니다. 제 전송한 꽃사진에 예쁘다 감동하는 분들에게 저는 지체없이 “자매님 영혼은 더 예뻐요!” 꼭 덕담을 드리곤 합니다. 어제도 면담고백성사차 들렸던 수녀님이 빈손으로 왔다며 미안해 하길래, “수녀님 자체가 참 좋은 선물입니다.” 화답했습니다.

 

이렇듯 삶은 아름답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고별사 기도요, 제1독서 사도행전은 바오로의 작별인사입니다. 마지막 떠나면서 남긴 고별사들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아름다운 삶에 아름다운 떠남입니다. 고별사를 통해 환히 드러나는 그분들의 아름다운 삶에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여러분도 세상을 떠날 때 아름다운 작별인사, 고별사를 염두에 두고 사시기 바랍니다. 저는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와 “행복기도”를 고별사로 할 마음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어 말씀하시는 고별사 기도는 당신 자신을 위한 기도에 제자들을 위한 기도가 주류를 이룹니다. 구구절절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아버지 때가 왔습니다. 아들이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도록 아버지의 아들을 영광스럽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저의 것은 다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것은 가 제 것입니다. 이 사람들 역시 아버지의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통하여 제가 영광스럽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참으로 알아갈수록 무지와 허무에서 벗어나 영원한 생명에 하느님의 영광이 환히 드러나는 아름다운 인생임을 깨닫습니다. 사도행전에서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 교회 원로들에 대한 작별인사 역시 아름다운 감동입니다.

 

“여러분은 내가 여러분과 함께 그 모든 시간을 어떻게 지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유익한 것이면 무엇 하나 빼놓지 않고 회중 앞에서 또 개인 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 주고 가르쳤습니다. 

나는 유다인들과 그리스인들에게, 회개하여 하느님께 돌아오고 우리 주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증언하였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전달되는 바오로 사도의 진정성 넘치는 참 감동적인 아름다운 작별인사, 고별사입니다. 박해와 눈물과 겸손으로 점철된 참 거룩하고 아름다운 바오로 사도의 순교 여정의 삶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로마의 사도’로 불리었던 오라토리오회의 창립자 필립보 네리 성인, 그 당시 80의 노령에도 1595년 5월25일 모인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십자가로 강복한 후 선종하신 모습은 얼마나 거룩한 아름다움인지요! 1622년 사후 27년 만에 교황 그레고리오 15세에 성인품에 오른 성인에 대한 후대의 평가도 아름답습니다. 

 

같은 오라토리오 회원이자 저명한 영성학자 루이 부이에는 “그처럼 큰 초자연적 은총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신비적 체험을 일상의 상식과 잘 결합시킨 성인은 거의 없다.”고 언명했고, 같은 회원이었던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은 창립자 성인의 정신을 잘 요약한 “마음이 마음에 말한다”(Cor ad loquitur)라는 문구를 인생의 모토로 삼았다 합니다. “기쁨이 없는 덕은 참된 덕이 아니다”라는 성인의 말씀 또한 깊은 울림을 줍니다. 

 

참 아름답고 거룩한 삶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환히 드러낸 성 필리보 네리 사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꽃같이 아름답고 거룩한 선물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날마다 찬미받으소서. 우리 짐을 지시는 하느님은 우리 구원이시다.”(시편68,2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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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0.05.26 09:09
    "피는 꽃도 예쁘지만 지는 꽃도 예쁩니다. 오는 분도 예쁘지만 가는 분도 예쁩니다. 꽃처럼 삶도 예쁘듯이 죽음도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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