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4.29.월요일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1347-1380) 기념일

                                                                                                                            사도4,23-31 요한3,1-8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

-하느님 나라의 사람들-

 

 

 

오늘은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 동정 학자 기념일입니다. 성무일도 아침기도중 다음 찬미가와 성모의 노래 후렴이 은혜로워 잠시 소개합니다. 

 

-“성령의 은혜로운 감도를 받아/불붙는 웅변으로 말씀하시고

 마음에 사랑의 열 북받히어서/지혜의 밝은빛을 쏟아주시네.”-

 

-“성녀 가타리나는/언제나 어디서나 주님을 찾았고 만났으며

  사랑의 합일로써/주님과 일치되었도다.”-

 

오늘 복음은 위로부터 태어난, 즉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는 사람들입니다. 죽어서 가는 하느님의 나라가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살아야 하는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지 못하면 죽어서도 못삽니다. 

 

아주 예전 민들레꽃을 보며 써놓은 ‘하늘의 별처럼’이란, 애기똥풀꽃을 보며 써놓은 ‘검정고무신’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요즘 곳곳에 무리지어 피기 시작한 샛노란 민들레꽃과 애기똥풀꽃들이 한창입니다.

 

-“어!/땅도 하늘이네/구원은 바로 앞에 있네

 뒤뜰 마당/가득 떠오른/샛노란 별무리/민들레꽃들!

 땅에서도/하늘의 별처럼/살 수 있겠네.”-2001.4.

 

-볼품없는/검정고무신/애기똥풀꽃밭에 다녀오더니

 꽃신이 되었다/하늘이 되었다

 노오란 꽃잎 수놓은/꽃신이 되었다/노오란 꽃별 떠오른 하늘이 되었다-1998.4

 

땅에서도 하늘의 별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난 이들입니다. 노오란 꽃잎 수놓은 꽃신처럼, 노오란 꽃별 떠오른 하늘처럼 살아가는 검정 고무신 같은 겸손한 이들이 바로 위로부터 태어난, 영에서 태어난 하느님 나라의 사람들입니다. 

 

바로 오늘 축일을 지내는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가 그 좋은 모범입니다. 가타리나는 물론 교회 하늘의 무수히 반짝이는 별들같은 성인들 역시 그 모범입니다.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는 아빌라의 데레사와 함께 교회박사로 인정된 분입니다. 아씨시의 프란치스코와 더불어 이탈리아의 공동수호성인입니다. 가톨릭 교회의 자랑이자 살아 있는 보물이 성인들입니다. 말그대로 희망의 표징, 구원의 표징, 회개의 표징인 성인들이요,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 모두 하느님의 나라를 살라고 촉구합니다.

 

시에나의 성녀 가타리나의 생몰연대를 보며 깜짝 놀랐습니다. 어제 잠시 소개한 ‘하느님 자비의 성녀’ 파우스티나와 똑같이 33세 짧은 세월을 사셨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별로 하는 일 없이 장수를 누리는 이들을 ‘부끄럽게’, ‘두렵게’, ‘미안하게’ 하는 성인들입니다. 

 

오래 많이 살아서, 공부 많이 해서 성녀가 아니라 짧은 나이에도 하느님 사랑에 전념하면 성인이 될 수 있음을 배웁니다. 오래 사는 일이 축복이 아니라 부끄럽고, 두렵고, 미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좌우간 많이 살든 적게 살든 믿는 이들의 분명한 목표는 참나의 성인이 되는 것이며, 하느님의 최종 심판 잣대도 성덕의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 가운데 하나인 니코데모는 구도자의 모범입니다. 진리를, 빛을 찾는 갈망의 사람 니코데모는 세상의 빛인 파스카의 예수님을 찾아 옵니다. 사실 어찌보면 니코데모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어둠속에서 빛을 찾습니다. 예수님은 밤에 빛이신 당신을 찾아 온 니코데모에게 귀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습니다.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입니다. 육에서 태어난 것이 끝이 아닙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물과 성령으로 태어났기에 하느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으나 방심은 금물입니다. 끊임없이 영에서 태어나야 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이 우리를 끊임없이 위로부터, 영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위에서 태어난, 영에서 태어난 이들이 참으로 자유롭습니다. 성령충만한 성령 따라 살아 가는 사람들로 예수님은 물론 성인들이, 오늘 사도행전의 기도하는 사도들이 바로 그러합니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같다.”

 

하느님만이 아시는 참으로 바람처럼 자유로운 이들이 영에서 태어난 이들입니다. 오늘 사도행전 독서를 통해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하고 자유롭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할 수 있는 비결을 새롭게 깨닫습니다. 바로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기도하는 배경의 공동체가 힘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사도행전 마지막 구절이 이를 입증합니다.

 

‘이렇게 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것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하였다.’

 

끊임없이 바치는 공동체의 기도가 성령충만한 담대한 삶의 원천임을 깨닫게 됩니다. 바로 이점에서 복음의 니코데모와 사도행전의 사도들이 극명히 대조됩니다. 바로 기도를 통해, 성령을 통해 끊임없이 위로부터, 영에서부터 새롭게 태어날 때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 수 있습니다. 하여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한마음으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 공동전례기도를 바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위로부터, 영에서 새롭게 태어나게 하시고 성령충만한 하느님 나라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43 최후의 심판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된다!”-2023.11.11.토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397) 축일 프란치스코 2023.11.11 141
3242 충실하고 슬기로운 주님의 종으로 살기 -하느님의 자녀답게-2023.11.10.금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10 172
3241 성전 정화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인 성전-2023.11.9.목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프란치스코 2023.11.09 158
3240 주님의 제자가 되려면 -버림, 따름, 사랑-2023.11.8.연중 제31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3.11.08 153
3239 지상에서 천국天國의 삶 -주님의 초대는 선물이자 과제이다-2023.11.7.연중 제31주간 프란치스코 2023.11.07 149
3238 연민과 겸손의 바다같은 신비가 -오, 자비와 지혜, 신비의 하느님이여!-2023.11.6.연중 제31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1.06 151
3237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독서와 회개, 사랑과 진실, 섬김과 겸손-2023.11.5.연중 제31주일 프란치스코 2023.11.05 154
3236 참 좋은 겸손의 덕 -“끝자리의 겸손을 사랑합시다!”-2023.10.4.토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1538-158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11.04 165
3235 더불어 사랑의 여정 “사랑의 깊이는 하느님의 깊이” -내 사랑의 깊이는?-2023.11.3.연중 제30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11.03 141
3234 어떻게 살 것인가? -깨어 준비하며 주님을 기다리는 삶-2023.11.2.목요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 프란치스코 2023.11.02 158
3233 성인이 됩시다 -11월은 희망과 위로의 성월-2023.11.1.수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11.01 158
3232 하느님의 소원 -우리 하나하나 “하느님의 나라”가 되어 삽시다-2023.10.31.연중 제30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31 148
3231 예닮의 여정 -하느님의 자녀로서 자유로운 삶-2023.10.30.연중 제30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30 149
3230 더불어 사랑의 여정 “사랑의 전사, 사랑의 학인, 사랑의 형제”2023.10.29.연중 제30주일 탈출22,20-26 프란치스코 2023.10.29 140
3229 성장중인 신앙의 사랑 공동체 -기도와 말씀-2023.10.28.토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23.10.28 133
3228 시대의 표징을 알아보는 지혜의 사람이 됩시다 -예수님 중심의 삶-2023.10.27.연중 제29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10.27 158
3227 더불어 성화聖化의 여정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가 답이다”-2023.10.26.연중 제29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10.26 148
3226 2023.10.25.연중 제29주간 수요일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행복하여라, 책임을 다하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 프란치스코 2023.10.25 162
3225 깨어 있어라 -“행복하여라, 깨어 있는 종들!-2023.10.24.연중 제29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24 154
3224 탐욕에 대한 처방법 “탐욕”의 뿌리에는 “두려움”이, 두려움의 뿌리에는 “불신”이 있다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사랑과 믿음의 삶을 삽시다-2023.10.23.연중 제29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10.23 152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