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9.3.목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2코린4,1-2.5-7 루카22,24-30

 

 

 

주님의 종

-섬김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한 사람-

 

 

 

참으로 믿는 사람은 주님의 종입니다. 참 영예로운 호칭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고백후 찬미와 감사의 노래를 부른 마리아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은 주님의 종들의 존재이유입니다. 마리아 성모님을 닮아 주님의 종으로 살기 위해 매일 평생 끊임없이 찬미와 감사의 기도를 바치며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세상의 종이, 우상의 종이, 무지의 종이, 탐욕의 종이 아니라 주님의 종입니다. 주님의 종으로 살아갈 때 참 자유롭고 행복한 삶입니다. 참으로 사는 것입니다. 바로 그 대표적 본보기가 프란치스코 교황입니다. 어느 신부가 스님에게 들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우리 시대에 큰 빛입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큰 영적 스승이 있었을까요. 내가 영적 스승으로 모시고 싶은 분이예요. 이런 큰 스승을 모시고 현직에서 사목한다는 것은 큰 영광이고 보람이지 않을까요. 신부님은 행복한 신부예요.”

 

이어 읽은 주님의 종,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행복 십계명’을 나누고 싶습니다.

1.자신의 방식대로 인생을 살 되 타인의 인생을 존중하라.

2.타인에게 마음을 열라.

3.고요히 전진하라.

4.건강하게 쉬어라.

5.일요일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

6.젊은 세대에 품위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줄 혁신적인 방법을 찾으라.

7.자연을 존중하고 돌보라.

8.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라.

9.타인을 개종하려하지 말고 다른 이의 신앙을 존중하라.

10.평화를 위해 일하라.

 

주님의 종은 섬김의 사람입니다.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종servant과 섬김service’의 영성이 있을 뿐입니다. 하여 수도사제인 저는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니 믿는 이들 모두가 본업인 거룩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서비스를, 섬김의 행위를 잘하려면 1.사람이 좋아야 하고, 2.실력이 있어 유능해야 하고, 3.안팎의 환경을 쾌적하고 아름답게 잘 조성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서비스업의 3대 필수요소’라 합니다.

 

진정 주님을 섬기는 주님의 종이라면 그 섬김의 대상은 주님은 물론 보이는 이웃 형제자매들, 모든 피조물이 그 대상이 됩니다. 너무 함부로 무례하고 오만하게, 탐욕스럽게 지구 자연을 착취하고 오염시키고 횡포를 가한 결과 기후변화에 따른 무시무시한 자연의 보복이 시작되고 있지 않습니까. 

 

공동의 집인 지구의 분노이자 하느님의 분노로 결정적 전환의 생태적 회개를 촉구하는 요즈음의 사건들입니다. 자연의 분노 앞에 인간이 이룬 문명은 얼마나 초라하게 생각되는 지요. 풍전등화風前燈火, 바람 앞에 등불같기도 하고, 사상누각沙上樓閣, 모래 위의 집같기도 하고, 일엽편주一葉片舟, 심한 풍파의 바다위에 떠있는 배같기도 합니다. 참 위태하게 느껴지는 우리 삶의 터전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생태적 예언자와도 같은 분의 언급 또한 겸손한 섬김의 자세로 단순 소박한 삶을 살 것을 권합니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 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적으로 껴 안아야 한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란 바이러스다.”(김종철) 

 

오늘은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축일입니다. 참으로 불가사의의 교황님으로 그 업적은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성 베네딕도와 함께 참으로 오늘날 못지 않게 혼란스런 암흑의 시대, 고대 유럽은 물론 교회를 구원한 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로니모,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와 더불어 서방 4대 교부에 속하며 업적이 태산같아 대 레오 교황처럼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라 ‘큰 대大’자가 붙는 교황입니다.

 

무엇보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자신을 ‘하느님의 종들의 종the servant of the servants of God’이라 불려지기를 원했고 지금까지 교황님들이 즐겨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title’이 되었습니다. 이런 빛나는 섬김의 모범인 교황님이 계시기에 후대의 교황님들은 물론 가톨릭 교회 신자들 역시 이런 섬김의 자세를 배워 살 수뿐이 없습니다. 

 

바로 섬김의 원조는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자 주님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 친히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 모두에게 당신을 닮아 섬김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것을 호소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섬김의 삶을 보고 배우라고 공동체의 중심에 늘 섬기는 분으로 현존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참으로 주님을 섬길 때 이웃을 섬기고 모든 피조물을 섬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섬김의 영성이요, 권위가 있다면 섬김의 권위요, 직무가 있다면 섬김의 직무뿐입니다. 

 

섬김의 사랑이요 섬김의 겸손이요 섬김의 환대이니 진정 주님을 닮았는가의 판단 잣대는 섬김뿐임을 깨닫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섬김의 여정이자 섬김의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섬김의 인생 학교에서 평생 졸업이 없이 평생 주님께 섬김의 삶을 배워 실천해야 하는 평생학인의 신분인 우리들입니다. 바로 주님을 닮은 주님의 종, 성 베네딕도의 사상은 그의 규칙에서 잘 드러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설립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설립하는 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제정하기를 결코 원치 않는 바이다.”

 

그대로 베네딕도 수도회 영성의 토대가 되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런 베네딕도를 참으로 흠모했던 동시대인 대 그레고리오 교황은 ‘베네딕도 전기’를 쓰기도 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주님의 종 바오로 역시 당신을 닮아 우리 모두 주님을 선포하는 주님의 종이 되어 살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사랑의 종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섬기는 종이 될 때, 비로소 이웃 형제들을, 모든 피조물을 섬기는 종이 되어 살 수 있음을 봅니다. 주님께서 바로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담아 주신 당신 사랑과 생명의 보물 때문입니다. 그러니 다음 바오로 사도의 고백은 그대로 우리의 고백이 됩니다.

 

“우리는 이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질그릇 같은 우리안에 영원한 생명의 보물인 당신으로 가득 채워 주십니다. 참으로 우리가 평생 찾고 섬겨야 할 분은 영원한 보물이신 주님뿐입니다. 그러니 오늘 입당송에서 묘사된 대 그레고리오 교황처럼 사는 것입니다.

 

“복된 그레고리오는 베드로좌에 올라, 언제나 주님의 얼굴을 찾고, 주님 사랑의 신비를 기리며 살았네.” 아멘.

 

 

 

 

  • ?
    고안젤로 2020.09.03 08:51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가장 어린 사람처럼 되어야 하고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에 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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