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17.사순 제4주간 수요일                                                           이사49,8-15 요한5,31-47

 

 

 

예닮(예수님 닮아가기)의 여정

-주님과 사랑의 일치-

 

 

 

바야흐로 피어나기 시작한 영춘화, 산수유, 민들레, 매실, 수선화 봄꽃들입니다. 겨울을 지내고 봄을 맞이한 파스카의 봄꽃들이라 참 청초하고 아름답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여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파스카의 신비를 살아가는 영혼들도 나이에 관계없이 파스카의 봄꽃들처럼 청초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탐욕이라 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수도자라면 꼭 지녀야 할 좋은 탐욕도 있습니다. 열정이라 하여 다 나쁜 것이 아니라 수도자라면 꼭 지녀야 할 좋은 열정도 있습니다. 바로 이 좋은 탐욕이, 열정이 성소의 잣대입니다. 끊임없이 샘솟는 좋은 탐욕, 좋은 열정입니다.

 

바로 이 좋은 탐욕을. 열정을 일컬어 불가의 용어로 청정욕淸淨慾, 맑고 깨끗한 눈밝은 욕망이라 합니다. 무엇이 이에 속합니까? 참으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잘 살아보고 싶은 욕망,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고 싶은 욕망, 진리와 배움에 대한 욕망, 기도 잘하고 싶은 욕망, 성인이 되고 싶은 욕망, 거룩한 수도자가 되고 싶은 욕망, 수행생활에 대한 사랑의 욕망, 진선미眞善美의 사람이, 신망애信望愛의 사람이 되고 싶은 욕망, 최소한의 소유로 만족하며 행복하고 싶은 욕망. 좋은 친구나 좋은 책을 지니고 싶은 욕망등 끝이 없습니다. 

 

이런 청정욕을 지닐 때 세상의 헛된, 눈먼 탐욕에서 초연하여 자유로워집니다. 세속에 살아도 탈속脫俗의 고결한 인품의 사람이 됩니다. 참으로 좋은 탐욕의 청정욕의 사람들은 알고보면 참으로 대단한 탐욕의 사람들입니다. 한마디로 모든 진선미의 원천인, 신망애의 원천인 하느님만을 차지하겠다는 대단한 탐욕의 사람들입니다. 하느님 아닌 무엇으로도 만족하지 못하는 진리의 연인, 청정욕의 사람들이요, 다음 민들레꽃 시가 상징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민들레꽃 외롭지 않다

아무리 작고 낮아도 

샛노란 마음 활짝 열어

온통 하늘을 담고 있다.”-2000.4.24

 

이런 청정욕의 사람들의 원조가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요 제1독서의 이사야 예언자이며 성서와 교회의 무수한 성인들입니다. 하느님만으로 만족하고 행복했던 주님과 하나되어 살았던 분들입니다. 누구보다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의 사랑을 살았던 예수님입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받은 사람들이기에 마음 깊이에는 하느님과 일치의 사랑을 살고 싶은 근원적 욕망이 있습니다. 인간 영혼은 하느님을 포괄할만큼 위대하다(homo capax dei)는 것이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입니다. 시편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주님께 아뢰옵니다. ‘당신은 나의 주님, 저의 행복 당신 밖에 없습니다.”(시편16,2)

“저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주님, 저의 힘이시여.”(시편18,2)“

 

어떻게 하느님과 일치의 사랑을 누릴 수 있겠는지요? 바로 예닮의 여정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닮아가면서 예수님과 사랑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저절로 하느님과 사랑의 일치도 깊어집니다.

 

사랑하면 닮습니다. 틀림없는 진리입니다. 나중에 예수님 앞에 갔을 때도 천국입장 심사는 영혼의 얼굴 검사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얼굴을 닮았나 안닮았나가 천국입장의 판단 잣대입니다. 참으로 한결같이 예수님을 사랑했는지 영혼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하여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로 늘 주님 사랑을 새로이 하며 파스카의 신비를 사는 것이 중요합니다. 

 

제가 2018년 10월26일 형제들의 권유로 써서 참 많이 나눴던 기도문이 있습니다. 기도문 제목의 변경도 이채롭습니다. 처음에는 감사기도, 다음에는 행복기도, 마지막에는 예닮기도로 바꿨습니다. 들어보셨겠지만 다시 나누고 싶습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기뻐합니다

차고 넘치는 행복이옵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곳곳에서 발견하는

기쁨, 평화. 감사, 행복이옵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임을 깨닫나이다

 

끊임없는 찬미와 감사의 삶중에 당신을 만나니

당신은 우리를 위로하시고 치유하시며

기쁨과 평화, 희망과 자유를 선사하시나이다

 

주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옵니다

저의 사랑, 저의 생명, 저의 기쁨, 저의 행복이옵니다

하루하루가 감사요 감동이요 감탄이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아름다운 하루이옵니다

 

이제 당신을 닮아

온유와 겸손, 인내의 사람이 되는 것이 제 소망이오니

간절히 청하는 제 기도를 들어주소서

당신께 영광이 영원무궁하기를 빕니다. 아멘.”

 

오늘 복음은 온통 하느님 아버지와 일치된 예수님 자신에 대한 증언의 고백입니다. 아버지를 그대로 보고 배운 예수님의 고백의 증언입니다. 그 일부만 인용합니다. 

 

“아버지께서 하시는 것을 보지 않고서 아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분께서 하시는 것을 아들도 그대로 할 따름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을 사랑하시어 하시는 모든 것을 아들에게 보여 주신다.”

 

“아들을 공경하지 않는 자는 아들을 보내신 아버지도 공경하지 않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내 말을 듣고 나를 보내신 분을 믿는 이는 영생을 얻고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는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넘어갔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죽은 이들이 살아날 때가 온다. 바로 지금이 그때다. 아버지께서 생명을 가지고 계신 것처럼, 아들도 그 안에 생명을 가지게 해 주셨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또 그가 사람의 아들이므로 심판을 하는 권한도 주셨다.”

 

“나는 아무것도 스스로 판단할 수 없다. 나는 듣는 대로 심판할 따름이다. 그래서 내 심판은 올바르다. 내가 내 뜻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의 뜻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얼마나 아버지 하느님과 깊은 결속의 사랑의 일치관계에 있는 지,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런 예수님을 닮아가는 예닮의 여정에 충실할 때 그대로 예수님을, 하느님을 닮는 우리 영혼의 얼굴이요 우리 필생의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입을 빌어 말씀하시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이사야 예언자 역시 하느님과 얼마나 깊은 일치의 사랑의 관계인지 깨닫습니다.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마음에 정통한 이사야 예언자입니다.

 

“은혜의 때에 내가 너에게 응답하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주었다.---하늘아, 환성을 올려라. 땅아 기뻐 뛰어라. 산들아. 기뻐 소리쳐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당신의 가련한 이들을 가엾이 여기신다.

그런데 시온은 ‘주님께서 나를 버리셨다. 나의 주님께서 나를 잊으셨다.’하고 말하였지,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

 

참으로 감동적인 이사야 예언자의 하느님 체험입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의 사랑을 그대로 보여주신 우리의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예닮의 여정중에 있는 우리 모두를 축복하시어 당신과 일치의 사랑을 날로 깊게 하십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한평생 주님을 찬양하어라. 이 생명 다하도록 내 하느님 기리리라."(시편146,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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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3.17 08:31
    "사랑하는 주님, 저희에게 매일 아침을 열어주시어 생명의 말씀으로 시작하게 하시고 저녁기도가 끝나는 시간 까지 오늘하루를 잘 보내길 십자가에서 언제나 항상 두팔벌려 우리를 기다리시는 주님을 외롭지 않게
    수시로 대화를 통해
    주님께 행복을 드리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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