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3.3.사순 제2주간 수요일                                                    예레18,18-20 마태20,17-28

 

 

 

주님을 닮은 참 좋은 사람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 섬김의 사람-

 

 

 

오늘 따라 시편성무일도중 마음 저리게 와닿은 구절입니다.

 

“내 세월을 한 뼘으로 줄이셨으니, 내 목숨은 당신 앞에 거의 없는 것,

사람이란 모두가 날숨과 같으오이다.

그림자처럼 인생은 지나가고, 부질없이 소란만 피우는 것, 모으고 쌓아도, 그 차지할 자 누구인지 모르나이다.

그렇거늘 이제 내 바랄 것이 무엇이오니이까? 내 소망 그것은 당신께 있나이다.”(시편39,6-8)

 

엊그제 거의 25년 전 방문해 2차례 고백성사를 봤던 분을 만나 거의 1시간 동안 면담성사를 드렸습니다. 그때는 60대 중반의 건강한 분이었는데 지금은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는 80대 후반의 환자입니다. 뇌졸중의 후유증으로 많이 어눌하여 알아듣기 힘들었습니다. 천사같은 재가 복지 센터장 자매와 요양보호사 부부가 헌신적 사랑으로 수도원에 차로 모셔 왔던 것입니다.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가 화해성사에 얼마나 결정적 요소인지 깨달았습니다. 사실 고백자가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은 충고나 조언보다는 위로와 격려일 것입니다. 그 형제는 줄곧 눈물을 흘리며 ‘참 편안하다’ 수없이 고백했고 보속의 처방전 말씀은 A4 용지에 큰 글씨로 써드렸습니다. 새삼 ‘환대, 경청, 위로’란 말마디가 깊이 각인된 날이었습니다. 마침 새벽 교황님 홈페이지를 여는 순간, 3월의 기도 지향이 한눈에 들어 왔습니다.

 

바로 기쁨을 가져다 주는, 우리와 하느님과의 사랑과 자비의 만남인 ‘화해성사’가 주제였습니다. 참으로 삶을 추스르고 새롭게 하는데 진정한 회개가 동반된 고백성사보다 더 좋은 성사는 없을 것입니다. 삶을 재정립하는데 이런 고백성사의 효과는 거의 임종어臨終語나 유언遺言, 묘비명墓碑銘과 좌우명座右銘에 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피정지도때 자주 가상하여 써보도록 하는 것이 임종어나 유언, 묘비명이나 좌우명입니다. 참고로 제 좌우명은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입니다. 매일 새벽 성전에 들어가면 맨 먼저 바치는 기도입니다.

 

"주님, 하루하루 일일일생, 오늘 하루도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게해 주십시오."

 

어제 개봉한 봉헌함의 봉헌 봉투에 천효리 엘리사벳 자매의 여러 봉투가 눈에 띄어 새벽에 다시 읽어 봤습니다. 정성스런 필체로 “아버지 하느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저의 전부이신 예수님, 사랑합니다. 진심 감사합니다.” 깨끗한 마음, 더 주님을 사랑할 수 있는 은총을, 절제의 은총을 주시옵소서”,말마디 마다 하트 모양의 표지가 몇 개씩 붙어있었습니다. '사랑과 감사'가 자매님의 좌우명처럼 생각되었고, 순수한 마음의 비결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의 하느님입니다. 참으로 주님의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를 체험한 사람은 저절로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의 참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의 예레미야의 처지가 흡사합니다. 두 분 모두 참 외롭고 고독해 보입니다. 고립무원, 사면초가의 궁지에 처한 예레미야의 네 번째 고백입니다. 마지막 결정적 피난처는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의 하느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 제 말씀을 귀담아 들어 주시고 제 원수들의 말을 들어 보소서. 선을 악으로 갚아도 됩니까?---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

 

흡사 예언자의 순수한 사랑과 신뢰의 하소연같은 고백이 유언처럼 절박하게 들립니다. 얼마나 하느님과 깊고 친밀한 사랑의 관계에 있는 예레미야 예언자인지 마음 깊이 와닿습니다. 궁극의 위로와 격려의 피신처는 주님뿐임을, 참으로 외로움과 고독은 주님께서 부르시는 신호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처지 역시 참 외롭고 고독해 보입니다. 말그대로 동상이몽의 제자공동체와 함께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함께 해도 혼자의 외로움이자 고독입니다. 주님의 세 번째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신 심각하고 절박한 상황에 공감, 참여하기는커녕, 두 아들의 어머니는 예수님께 두 아들의 장래를 부탁합니다. 인지상정이라 두 형제에 대하여 불쾌해 하는 나머지 열 제자의 내심 역시 두 형제와 똑같습니다.  

 

예수님의 환대와 경청의 자세가 참 진지합니다. 감정적 반응이 아니라 인격적 응답으로 대하시는 주님이시며, 겸손히 최종 결정권자는 아버지임을 밝히십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살것이며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라는 것입니다. 모사謀事는 재인在人이요 성사成事는 재천在天이라, 일을 꾸미는 것은 우리이지만 일을 이루시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너희는 내 잔을 마실 것이다. 그러나 내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 것은 내가 허락할 일이 아니라, 내 아버지께서 정하신 이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이어 예수님은 백성위에 군림 통치하며 세도를 부리는 사람처럼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하시며, 마지막 유언같은 위로의 말씀을 주십니다. 바로 어제 복음과 일치되는 섬기는 사람입니다. 다음 예수님 말씀은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주님의 유언처럼 들립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죽기까지,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의 비움과 섬김의 삶으로 일관하셨던 예수님이셨고, 이런 예수님의 삶자체가 우리에게는 최고의 위로와 격려가 피신처가 됩니다. 새삼 우리의 영성은 ‘섬김service과 종servant’의 영성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주님을 닮은 ‘환대와 경청, 위로와 격려, 섬김의 삶’을, ‘섬김과 종의 영성’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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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3.03 08:56
    "사랑하는 주님, 주님께서 사셨던 비움과 섬김의 삶을 통해 부활의 영광을 맞이하신
    것 처럼 저희도 지금 같이 하고 있는 사회 공동체에게 주님사랑을 나누면서 영광의 사순시기를 준비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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