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17.3.1. 재의 수요일                                                                   요엘2,12-18 2코린5,20-6,2 마태6,1-6.16-18



거룩한 은총의 사순시기



세상이 아무리 어지럽고 혼란해도 때되면 자비하신 하느님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오십니다. 오늘은 3월 첫날이자 사순시기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입니다. 웬지 삼일절에 맞이하는 재의 수요일이라 예감이 좋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위기의 시대 우리 한민족에게 특별 은총을 선사하시리라는 예감입니다.


무엇보다 한 눈에 들어온 것은 2017년 교황님의 사순시기 담화문이었습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나온 포스터의 ‘사랑으로 가진 바를 나누자’라는 모토도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교황님의 권고 말씀도 좋았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시기는 새로운 시작입니다.’로 시작되는 담화문은 ‘1.타인은 선물입니다.’ ‘2.죄는 우리의 눈을 멀게 합니다.’ ‘3.하느님 말씀은 선물입니다.’에 이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순시기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입니다.’로 끝맺는 참 아름답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담화문이었습니다. 시간되면 꼭 정독하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사순시기중 명심해야 할 대목을 나눕니다. 역시 교황님의 예수회 회원과의 인터뷰 기사 중 한 대목입니다.


-우리가 홀로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공동체 구원과 개인 구원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무도 홀로 구원받을 수는 없습니다. 저는 이것은 아주 분명한 원칙이라고 믿습니다. 구원은 하느님의 백성을 위한 것입니다. 아무도 혼자 구원받을 수는 없습니다. 자기만의 완덕의 길을 통해서, 혼자 구원받기를 원하는 자는 예수님께서 아주 많이 사용하신 형용사. ‘위선적’이라는 말로 생을 마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위선으로 끝장이 납니다. 일종의 엘리트 의식으로, 혼자서 구원받겠다고 스스로 구원하겠다고 애쓰는 것은 위선입니다. 주님은 모든 이를 구원하러 오셨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답변이 참 적확하고 명료합니다. 사순시기의 수행생활에서 늘 염두에 둬야 할 말씀입니다. 이미 1500년전 베네딕도 성인도 그의 규칙서에서 수도승들에게 사순시기의 중요성을 일깨우십니다.


“수도승의 생활은 언제나 사순절을 지키는 것과 같아야 하겠지만 이러한 덕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이 사순절 동안에 모든 이들은 자신을 생활을 온전히 순결하게 보존하며, 다른 때에 소홀히 한 것을 이 거룩한 시기에 씻어내기를 권하는 바이다.”(제49장;사순절을 지킴에 대하여. 1절).


비단 수도자들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에게 해당되는 특별 은총의 거룩한 사순시기입니다. 마치 집중 영적 훈련의 시기와 같습니다. 하여 오늘 3월1일 재의 수요일부터 주님의 특별 영적훈련소에 입소하면 4월16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예수님과 함께 부활함으로 영광스러운 퇴소가 이뤄집니다. 아무쪼록 약 한달 보름 가량의 특별 은총의 영적훈련을 잘 마치시기 바랍니다.


  1. 사순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이 시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회개를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안일한 삶에 머물지 말고 주님과 우정을 더 깊이 나누도록 ‘마음을 다하여’(요엘2,12) 하느님께로 되돌아갈 것을 요청받는 시기입니다. 오늘 제1독서 요엘서는 온통 회개에로 초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 옷이 아니라 너희 마음을 찢어라. 주 너희 하느님께 돌아 오너라. 그는 너그럽고 자비로운 이, 분노에 더디고 자애가 큰 이, 재앙을 내리다가도 후회하는이다.”


이런 너그럽고 자비로운 하느님께 돌아오는 회개의 시기가 바로 사순시기입니다. 하느님께로 돌아와 하느님을 만나고 참 나를 만나고 이웃을 만나는 회개의 사순시기입니다. 마음 활짝 열고 하느님과 이웃을 반갑게 환대하는 회개의 사순시기입니다. 비단 사순시기만이 아니라 우리 전 삶이 회개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당신 땅에 열정을 품으시고, 당신 백성을 불쌍히 여기셨다.’(요엘2,18).


오늘 집회서 말미 말씀처럼, 회개하는 우리를 불쌍히, 가엾이, 측은히 여기시는 자비하신 하느님이십니다. 우리의 회개의 여정에 늘 기쁨과 평화, 위로와 치유의 구원을 베푸시는 자비의 하느님이십니다.


2.사순시기는 집중 수행의 시기입니다.

교회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참 좋은 성화의 도구가, 바로 오늘 복음의 자선과 기도 그리고 단식의 세가지 전통적 수행입니다. 올바른 자선, 올바른 기도, 올바른 단식이 중요합니다. 모든 수행이 올바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올바른 수행이 회개를 촉진하고 회개의 열매를 맺게 합니다.


우리의 모든 수행이 위선자들처럼 사람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감쪽같이 숨겨져 있는 수행이어야 합니다. 아주 평범하면서도 깊이있는 수행은 그대로 참된 회개의 표징이자 마음의 순수를 반영합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하고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올바른 수행의 대원칙입니다. 참된 겸손과 진실의 표현입니다.  진짜 영성의 진수입니다. 허영과 교만이 배제된 하느님 중심의 수행입니다. 이런 올바른 수행은 그대로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나를 하느님과 이웃에 활짝 열어 주는 수행입니다. 고립단절의 이기적 수행이 아니라 참으로 하느님과 나와 이웃을 만나게 해 주는 수행입니다. 순수한 마음의 회복으로 자유에로 이끌어 주는 참된 수행입니다. 


3.사순시기는 ‘그리스도의 사절’이 되어 사는 시기입니다.

제2독서 바오로 사도처럼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사절이 되는 것입니다. 회개와 수행의 자연스런 귀결입니다.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의 화해의 사절'이 되어 이웃을 하느님과의 화해로 이끌어 주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는 하느님과 화해를 사는 시기입니다.


“하느님과 화해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죄를 모르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를 위하야 죄로 만드시어,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의로움이 되게 하셨습니다.”


사순시기는 바로 화해의 모범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시기입니다. 하느님과 화해, 나와의 화해, 이웃과의 화해를 사는 사순시기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은총을 헛되이 받는 일이 없게 해야 합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은혜로운 때에 내가 너의 말을 듣고, 구원의 날에 내가 너를 도와 주었다.”

 

지금이, 사순시기 매일 오늘의 지금이 바로 매우 은혜로운 때요, 지금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하느님의 화해의 사절이 되어 은혜로운 구원의 때를 살라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는 회개의 시기이자 집중 수행의 시기이고 그리스도의 사절이, 화해의 사절이 되어 사는 시기입니다. 어둡고 무겁게 우울하게 지내는 시기가 아니라 밝고 기쁘게 사는 시기입니다. 분도 규칙서 전장에 ‘기쁨gaudio’이란 단어는 오직 단 2회 사순절에 관한 장에만 나온다는 사실이 시사하는바 깊습니다.


“그리하여 각자는 성령의 기쁨을 가지고 자기에게 정해진 분량 이상의 어떤 것을 자발적으로 바칠 것이다. 즉, 자기 육체에 음식과 음료와 잠과 말과 농담을 줄이고, 영적 갈망의 기쁨으로 거룩한 부활 축일을 기다릴 것이다.”(성규49,6-7).


주님 부활 축일을 기다리는 기쁨으로 사는 은총의 사순시기입니다. 주님은 재의 수요일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끊임없는 회개와 더불어 자발적 기쁨으로 온갖 수행에 충실하게 하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시편51,12).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43 “늘 옛스런, 늘 새로운 파스카의 삶” -Ever old, ever new-2019.6.29.토요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9 141
3242 “당신은 누구요?”-그분 안에 머무르십시오-2016.1.2.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01.02 138
3241 “당신의 모두가 되고 싶다!” -끊임없이 돌보고 가꿔야 할 우리의 성소聖召-2018.1.14. 연중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18.01.14 117
3240 “두려워하지 마라” -주님은 우리 삶의 최고의 가이드이시다-2016.7.12. 연중 제1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7.12 238
3239 “둥글게 살자!” -주님 신비체험의 은총- 2018.2.25. 사순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2.25 155
3238 “들어라!” -갈망, 깨어있음, 들음-2017.12.19. 화요일 12월19일 프란치스코 2017.12.19 108
3237 “마라나타! 오소서, 주 예수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2022.1.13.연중 제1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13 167
3236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마라” -하느님 경외敬畏가, 찬양讚揚이 답이다-2018.10.19.연중 제28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0.19 122
3235 “무엇이 본질적인가?” -주님과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사랑의 일치-2018.5.2. 수요일 성 아타나시오 주교 학자(295-373)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5.02 104
3234 “물이 변하여 포도주로!” -주님 영광으로 빛나는 표징의 삶-2022.1.16.연중 제2주일 1 프란치스코 2022.01.16 169
3233 “바보야, 문제는 사람이야.” -사랑이 답이다-2017.10.17. 화요일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1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7.10.17 110
3232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평화, 파견, 고백-2019.4.28.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1 프란치스코 2019.04.28 150
3231 “벽壁이 변하여 문門으로” -“파스카 주님의 증인證人-2020.4.16.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4.16 150
3230 “별을 바라보라!” (Respice Stellam!) -더불어(together) 희망의 순례 여정-2024.1.7.주님 공현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4.01.07 122
3229 “보라, 예수님을!” -새계약의 예수님, 순종과 섬김의 예수님, 십자가와 부활의 예수님- “보고 배워 닮아갑시다!”2024.3.17.사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24.03.17 108
3228 “보라, 하느님의 사랑을!” -신록의 기쁨, 신록의 건강-2016.4.24. 부활 제5주일 프란치스코 2016.04.24 286
3227 “빛나라!” -루멘체치스(Lumen Caecis;맹인에게 빛을!)- -만나라! 초연하라! 기뻐하여라!-2022.12.13.화요일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0-720)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12.13 210
3226 “사람이 온다!”-멋진 사람-2016.2.29. 사순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2.29 378
3225 “사랑은 선택이다!” -판단의 잣대는 사랑, 사랑밖엔 길이 없다-2021.10.29.연중 제30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0.29 153
3224 “삶도 행복도 선택이다!” -회개의 일상화-2024.2.29.사순 제2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4.02.29 145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170 Next
/ 170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