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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6.7.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24,3-8 히브9,11-15 마르16.12-16.22-26


                                                                                              미사 예찬禮讚


오늘은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지난 주일 삼위일체 대축일에 이은 오늘의 성체성혈 대축일에 하느님의 사랑은 더욱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성체성혈 대축일은 바로 미사대축일입니다. 하느님이 우리 인류에게 주신, 저는 감히 인류라고 합니다만, 최고의 선물이 사랑의 성체성사, 미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미사를 통해,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를 통해 환히 드러납니다.


작년 산티아고 순례시 두 가지 기억이 선명히 떠오릅니다. 하나는 순례 2일차 피레네 산맥을 넘을 때 산장에서 새벽 동터오는 태양을 보며 몇몇 형제들과 미사를 드릴 때의 감격입니다. 흡사 피레네 산맥이 제대처럼 느껴졌고 이 제대위에서 유럽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미사처럼 생각되었습니다. 또 하나는 지평선만 보이는, 포도 열매들 주렁주렁 달린 포도밭과 밀밭 사이 끝없이 난 길을 걸을 때 대지가 제대처럼 느껴졌던 일입니다. 흡사 길 가 한쪽의 밀밭은 제대위의 밀떡의 '성체'를, 한 쪽 포도밭은 제대위의 포도주의 '성혈'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바로 이 대지를 제대로 삼아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사가 얼마나 우주적인 축제인지 깨달았습니다.


성체성사의 미사 은총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무궁무진하여 다 표현해 낼 수가 없습니다. 오늘 2독서 후 함께 부른 24절까지의 성체송가가 미사의 무한한 은총을 증거합니다. 또 오늘 우리는 아침기도 시 초대송 후렴과 즈카리아 후렴을 통해서도 성체성사의 주님을 찬양했습니다.


"생명의 빵이신 주 그리스도께 어서 와 조배드리세“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영원히 살리라.“


이어 미사 때 화답송 후렴에 이은 시편 내용 역시 얼마나 우리를 흥겹게 했는지요.


"구원의 잔, 받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


이런 감격을 진정하고 성체성사의 의미를 다섯 측면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째, 계약契約의 성체성사입니다.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는 계약의 관계입니다.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쌍방적인 관계요 계약에 충실할 때 깊어지는 서로의 관계입니다.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시나이 산에서 우선 한 일도 하느님과 계약을 맺는 일이었습니다. 모세는 '계약의 책'을 백성에게 들려 준후 피를 뿌리며 말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오늘 복음에서 수난을 앞둔 마지막 만찬에서 예수님 역시 당신 성혈을 나누신 후 계약을 새로이 하십니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히브리서 저자 역시 이런 예수님을 새 계약의 중재자로 선포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재자이십니다. 첫째 계약 아래에서 저지른 범죄로부터 사람들을 속량하시려고 그분께서 돌아가시어,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약속된 영원한 상속 재산을 받게 해 주셨습니다.“


그대로 이 거룩한 새 계약의 중재자이신 주님의 미사은총을 통해서 그대로 실현되는 진리입니다.


둘째, 기억記憶의 성체성사입니다.

망각이 병입니다. 무지에 이은 망각이, 하느님의 은혜를 잊어버림이 마음의 병입니다. 우리가 매일 미사를 봉헌함은 늘 새롭게 주님을 기억하여 주님의 파스카의 삶을 살기위함입니다. 말 그대로 잊지 않기 위해, 살기위해 매일 봉헌하는 미사입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미사중 성찬예식 중 주님의 말씀입니다. 그리스도의 수난과 부활을 기억하여 늘 매일 '한 번뿐'인 미사처럼, 평생 죽을 때까지 마음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새롭게 반복反復하여 봉헌하는 이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셋째, 연대連帶의 성체성사입니다.

애당초 공동체적 인간입니다. 함께 살아야 사람입니다. 공동체를 떠나 사람이 되는 길은, 하느님을 만나는 길은 없습니다. 6일 인터넷매체 <돌직구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와 공동으로 1~2일 이틀간 전국 성인 1천36명을 대상으로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통합 또는 분열되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통합’이 8.5%에 그친 반면, ‘분열’이 72.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합니다. 심각한 분열의 현실입니다. 분열되어 끊어지면 죽습니다. 하나로 이어져 연대하면 살고 끊어져 고립단절되면 죽습니다. 공동체에서 떨어져 나가면 무력하기 짝이 없습니다. 서로 손을 잡아 하나의 공동체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이어져 한 몸, 한 마음으로 만들어 주는 미사의 은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성체성사를 통한 연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제자들에게 나눠 주어 먹게 합니다. 또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리신 다음 제자들 모두가 받아 마시게 합니다. 성찬전례중 일치를 기원하는 기도문도 외울 때마다 늘 새롭습니다.


"간절히 청하오니, 저희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어 성령으로 모두 한 몸을 이루게 하소서.“


찬미의 성체요, 감사의 성혈을 받아 모시니 비로소 한 몸의 연대가 이루어집니다. 


넷째, 식사食事의 성체성사입니다.

음식 나눔이 없는 잔치는 없습니다. 공허하기 짝이 없는 반쪽 잔치입니다. 모였다 하면 거의 음식 나눔이 뒤따릅니다. '먹고자 하는 일인데' 라는 말도 있듯이 먹는 일, 먹는 재미 빼면 무엇이 남겠는지요. 생생농업유통의 김가영(29세) 대표의 인터뷰(한겨레 2015.6.6일 21면)중 한 대목에서 성체성사의 진리가 잘 드러납니다.


"사실 의식주 중에서도 사람한테 꼭 필요한 건 밥이잖아요. 좋은 밥은 부자가 먹고 안 좋은 밥은 가난한 사람이 먹어야 된다고 하면 슬프죠. 최소한 밥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체성사의 밥앞에서 실현되는 만인의 평등입니다. 성체성사의 맛은 주님의 맛입니다. 누구나 똑같이 모시는 참된 양식이자 참된 음료인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입니다. 미사에서 '말씀의 전례'만 있고 성체성혈을 나눠 먹고 마시는 '성찬의 전례'가 빠지면 얼마나 허전하겠는지요. 먹어야 삽니다. 살기위하여 밥 먹듯이 영혼이 살기위하여 생명의 빵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주님의 몸인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 주님은 물론 믿는 이들과의 일치의 관계도 이루어 지고 주님의 피인 성혈을 받아 모심으로 주님의 생명을 지니고 살아가게 됩니다.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 저녁기도 마니피캇 후렴도 성체성사 식사의 풍부한 은혜를 감격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 거룩한 잔치여, 예수의 몸은 음식이 되었도다. 수난의 기념, 은총의 충만, 장차 영광의 보증이로다. 알렐루야.“


다섯째, 변화變化의 성체성사입니다.

우리의 인생은 선물이자 과제입니다. 주님을 닮아가야 하는 평생과제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이 우리를 정화하고 성화하고 신화神化합니다. 우리를 위로하고 치유합니다. 진정 내적성장과 성숙도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점차 사랑의 주님을 닮아감으로 하느님의 모상으로서의 소명도 실현됩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

제가 미사중 성체성혈을 형제자매들에게 나눠드릴 때의 이 말마디는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몸과 피'대신 사랑, 희망, 믿음, 평화, 기쁨, 생명, 빛 모든 긍정적 용어를 넣어도 통합니다. 어제 '하느님이 치유하신다'라는 강론을 할 때 끝부분에 다시 첨가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는 그리스도의 치유입니다.“


그리스도의 성체성혈을 모심으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하나됨으로 그리스도의 평화가, 그리스도의 사랑 등 그리스도의 모두가 됩니다. 그러니 성체성사를 통한 그리스도와 일치보다 더 중요한 평생과제는 없습니다.


결국은 성체성사 예찬이, 미사예찬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사예찬은 그리스도 예찬이요 하느님 예찬입니다. 참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는 사제는 물론 믿는 모두의 존재이유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누구에게나 맛있고 기쁨을 주는 천사들의 양식(지혜16,20)'인 주님의 말씀과 성체로 우리 모두의 젊음을 새롭게 하십니다. 끝으로 예전에 아침 산책중 아침 일출을 보며 써놓았던 '태양 성체 되어' 라는 시를 나눕니다.


임께서도

아침마다 미사를 드리신다.

불암산(山) 가슴 활짝 열고

온 세상 제대(祭臺)로 삼아

모든 피조물 품에 안고 미사를 드리신다.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신

찬란한 태양 성체(聖體)!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 받은 이는 복되도다.”

가슴마다 태양 성체 모시고 

태양 성체 되어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주님, 저희가 이 세상에서 주님의 보배로운 몸과 피를 받아 모셨으니, 주님의 태양 성체 되어 영원한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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