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4.30.부활 제4주간 금요일                                                        사도13,26-33 요한14,1-6

 

 

 

진리와 생명의 하늘 길이신 예수님

-“두려워하지 마라, 믿어라, 따르라”-

 

 

 

날마다의 하늘 단비 같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시들어가는 우리의 영육을 살립니다. 새벽 하늘 단비 은총이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있습니다. 마침 어제 주방장에 채소농장 책임을 겸한 스테파노 수사님이 놀랍게도 봉자자와 일꾼들을 동원 그 큰 밭의 모종을 끝냈고 단비가 내리니 참 통쾌합니다. 야콘, 고추, 상추, 가지, 파등 무수한 채소 모종들입니다. 새삼 이런 투철한 책임감도 말그대로 구체적 믿음의 표현임을 깨닫습니다.

 

참 흥미로운 사실은 중요한 순 우리말은 대부분 한 자라는 것입니다. 문, 길, 집, 물, 밥, 빵, 돈, 불, 물, 빛 등 끝이없습니다. 여기 수도원 ‘문’을 들어서 ‘길’을 걸으면 ‘집’에 도달합니다. 주님은 당신을 일컬어 문이요 길이라 했습니다. 그러니 주님의 문을 들어서 주님의 길을 걷다가 주님의 집인 성전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대로 우리 삶의 여정을 압축합니다. 하여 제가 가장 많이 사진에 담는 사랑하는 길이 수도원길 하늘길입니다. 

 

-“늘

거기 그 자리

 

땅에서

하늘로 난

 

하늘에서

땅으로 난

 

당신의

하늘 길이 되고 싶다

 

예수님처럼!”-2019.8.1

 

참 자주 자작시에 등장하는 수도원길, 하늘길입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매일 끊임없이 이 길을 걸어 주님의 집 성전을 찾는지 모릅니다. 말 그대로 생명의 길, 진리의 길, 구원의 길을 상징하는 하늘 길, 주님의 길입니다. 길을 찾는 사람입니다. 길잃어 방황하는 사람들입니다. 새삼 아버지께 이르는 하늘길은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성공적 하늘길 여정을 위한 주님의 세가지 가르침을 나눕니다.

 

첫째, 주님은 “두려워하지 마라!” 말씀하십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의 상황이 참 심각한 위기입니다. 유다의 배신 예고에 이어 베드로의 배신이 예고되는, 또 주님도 떠날 것이 예고되는 참 불안하고 뒤숭숭한 상황입니다. 예수님의 첫 일성이 제자들을 잠잠케 합니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바로 두려워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예나 이제나 여전히 두렵고 불안한 현실에 마음 산란해지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지요. 참으로 깊은 고요가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수도원 십자로의 예수성심상 앞 바위판에 새겨진 성구입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예수성심상 앞 기도하다가 바위가 된 사람 모습의 형상은 볼 때마다 감동이요, 지날 때 마다 사진에 담곤 합니다. 참으로 한결같은 기도가 마음의 깊이와 고요를 가져다 줍니다.

 

“주님, 사랑합니다. 찬미합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당신 뜻을 이루소서, 제뜻이 당신 뜻이 되게 하소서.”

어제 드린 기도 내용도 생생합니다.

 

둘째, 주님은 “믿어라!”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은 확고한 믿음을 강조하십니다. 요한복음에는 ‘믿음’이란 명사는 전혀 없고 ‘믿는다.’라는 동사만 사용되는데, 예수님의 계시에 응답하는 기본적 자세를 가리킵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이 예수님께 대한 믿음에 직결되는 것은 예수님께서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당대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주님의 약속입니다. 인생 무지와 허무에 대한 답도 믿음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믿음의 빛이 무지와 허무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주님께 깊이 믿음의 닻을 깊이 내릴 때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믿음의 여정이요, 죽음 역시 무에로의 환원이 아니라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환임을 깨닫습니다. 순교복자수도회의 창설자인 무아 방유룡 안드레아 사제의 생애의 마지막 영가인 고별 노래 일부를 소개합니다.

 

“이제 나는 떠나가네, 죽지 않고 떠나가네.

시공 넘어 은하 건너 길이길이 살러가네

믿음이 죽지 않는다면 하물며 사랑이야

사랑은 사랑으로 가 그립든 그분을 모신다네.”(무아의 빛; 336쪽)

 

셋째, 주님은 “따르라!” 말씀하십니다.

믿음은 따름으로 표현됩니다. 하루하루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을 따라 사는 것입니다. 어제에 이어 계속 이어지는 바오로의 설교가 그대로 영적 아브라함의 후손이 우리에게 주는 말씀처럼 들립니다.

 

“형제 여러분, 아브라함의 후손 여러분, 그리고 하느님을 경외하는 여러분, 이 구원의 말씀이 바로 우리에게 파견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여러분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우리 선조들에게 하신 약속을,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을 다시 살리셔서 그들의 후손인 우리에게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이는 시편 제2편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너는 내 아들, 내가 오늘 낳았노라.’”

 

바로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성취된 시편의 예언입니다. 토마스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도 우리에게 아버지께 이르는 구원의 길은 당신뿐임을 명쾌히 밝혀 줍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이 구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계시에 근거한 요한복음의 그리스도론과 구원론의 최고봉이요 요약입니다. 수십년전 신학교 시절 문세화 신부 교수님께 치기어린 질문도 생각납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바로 우리에게 주신 과제라 생각합니다. 참 사람이 되고 싶다면 이정도의 자부심을 갖고 고백하며 살기를 바라시는 예수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지의 말이었고 신부님도 공감해 주셨습니다. 참으로 주님과 일치되어 주님을 닮아갈수록 우리도 예수님처럼 이웃에게 아버지께 이르는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이 될 수 있겠기 때문입니다. 길에서 탈선할 때 방황과 혼란이요 진리에서 벗어날 때 거짓의 삶이요 생명에서 벗어날 때 죽음의 삶입니다. 이렇게 참 자기를 잃고 괴물이, 악마가, 폐인이 되어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저절로 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참 사람되기 힘든 시절입니다. 저는 감히 인생광야 여정 중, ‘성인이냐 괴물이냐 폐인이냐?’ 셋 중 하나라고 말하곤 합니다. 참으로 우리가 지금 필요한 것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란 말씀이 우리 삶의 중심으로 확고히 자리잡게 하는 항구한 분투의 노력이 있을 뿐입니다. 

 

참 사람이 되기 위한 유일한 구원의 길은 이 말씀이 나의 고백이 되도록 하는 것이겠습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또 한결같은 ‘분투(奮鬪; 있는 힘을 다해 싸우거나 노력함)’의 노력으로 진리의 길, 생명의 길이 되어 살게 하십니다. 제 좌우명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이 답이 되겠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주님과 함께,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아멘.

 

 

 

 

 

 

 

 

  • ?
    고안젤로 2021.04.30 10:58
    사랑하는 주님, 부족한 저희에게 항상 구원과
    사랑을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며 매순간 순간 주님을
    기억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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