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그리고 자비와 지혜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이다(The Name of God is Mercy)-2016.5.28. 연중 제8주간 토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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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28. 연중 제8주간 토요일                                                     유다17,20ㄴ-25 마르11,27-33


                                                                침묵, 그리고 자비와 지혜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이다(The Name of God is Mercy)-


어제 금요강론 중 주제가 새롭게, 반갑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말마디 였습니다. ‘침묵, 그 깊은 신비’라는 제목으로 전례와 침묵간의 관계를 알게 쉽게 풀이한 내용이었습니다. 모든 영성의 기초가 침묵입니다. 닫힌 침묵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활짝 열린 침묵이요, 진공상태의 침묵이 아닌 하느님의 현존에 깨어있는 빛의 침묵입니다. 


침묵의 체험은 그대로 하느님 자비와 감미의 체험입니다. 이런 깊은 침묵은 그대로 기도요, 침묵의 영적 훈련과 습관이 참으로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분도규칙 제6장 침묵에 관한 인상적인 두 구절을 나눕니다.


“그러므로 비록 좋고, 거룩하고, 건설적인 담화일지라도 침묵의 중대성 때문에 완전한 제자들에게 말할 허락을 드물게 허락할 것이다.”(성규6,3).


“그러나 점잖지 못한 희롱이나, 한가한 말이나, 웃기는 말은 어느 곳에서나 절대로 금하며 단죄하고, 또 이러한 담화를 위해 제자들이 입을 여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성규6,8).


하여 옛 사막의 수도승들은 하느님을 찾아 침묵과 고독의 사막을 찾았고, 침묵과 고독을 참으로 사랑했습니다. 침묵과 고독 안에서 이들은 자비와 지혜의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이런 침묵과 고독을 사랑할 때 깊어지는 하느님 체험이요 더불어 깊어지는 우리의 삶입니다. 깊은 침묵에서 샘솟는 자비와 지혜요 생명의 말씀입니다. 


자비와 지혜는 하나입니다. 깊은 침묵 안에서 만나는 자비와 지혜의 하느님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하느님의 이름은 자비이다(The Name of God is Mercy).’라는 명언이 생각납니다. 그러니 예수의 이름을 부르는 자비송의 기도는 그대로 하느님의 이름을 부르는 기도임을 깨닫게 됩니다. 자비에 대한 교황님의 설명도 은혜롭습니다.


“하느님의 자비는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 현실이며 마치 그들의 자녀에 대한 깊이로부터 샘솟는 어머니나 아버지의 사랑과 같아, 부드러움, 연민, 용서, 자비로 가득 채운다.”


바로 하느님의 자비와 지혜의 화신이 오늘 복음의 예수님입니다. 깊은 침묵 중 하느님 체험에서 샘솟는 자비와 지혜입니다. 사랑은 두려움을 몰아냅니다. 예수님은 당신에게 적대적인 당대 종교지도층들에 대해 추호의 두려움도 없습니다. 성전정화후 권한의 소재를 묻는 물음에 대한 예수님의 답이 지혜의 결정체입니다.


“요한의 세례가 하늘에서 온 것이냐? 아니면 사람에게서 온 것이냐?”


예수님은 질문에 질문으로 답합니다. 완전히 공수가 바뀐 수세에 몰린 이들은 ‘모르겠다.’ 대답했고, 예수님 역시 ‘나도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을 하는지 너희에게 말하지 않겠다.’로 종결합니다. 답은 스스로 찾으라는 것입니다. 완전히 하느님 지혜의 승리입니다.


자비가 하느님의 이름입니다. 자비가 궁극의 답입니다. 1독서의 유다 사도 역시 깊은 침묵 중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난 분임이 분명합니다. 다음 말씀이 이를 입증합니다.


“하느님의 사랑 안에서 자신을 지키며,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자비를 기다리십시오. 의심하는 자들에게 자비를 베푸십시오. 어떤 이들은 불에서 끌어내어 구해 주십시오.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들의 살에 닿아 더러워진 속옷까지 미워하더라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자비를 베푸십시오.”(유다21-23).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오류에 빠진 이들이나 약하고 곤경 중에 있는 중생들에게 하느님의 이름인 자비를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자비의 수행이 실천적 지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넘치는 자비를 베푸시어 오늘 하루도 지혜롭고 기쁘게 살 수 있게 하십니다.


“부자들도 궁색해져 굶주리게 되지만, 주님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것뿐이리라.”(시편34,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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