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삶-2016.2.8. 월요일 설

by 프란치스코 posted Feb 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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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8. 월요일 설                                                           민수6,22-27 야고4,13-15 루카12,35-40


                                                                        축복받은 삶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

새해 축하 인사 드립니다. 살아있음이 축복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이 축복입니다. 한 번뿐이 없는 인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행복하게 살라고 선물로 받은 인생입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은 우리의 마땅한 의무이고 권리이자 책임입니다. 고해苦海인생이 아니라 축제祝祭인생을 살아야 합니다. 어제 생일날 추가로 정정한 ‘하루에 평생平生을 사네’라는 자작 고백시를 나눕니다.


-날마다/설레는 마음으로/잠깨는 새벽

 일출日出/찬란할 때는/가슴 뛰는 소년少年


 한낮/햇볕 밝을 때는/활력 넘치는 찬미讚美의 청년

 일몰日沒/고요할 때는/원숙圓熟한 노년老年


 감사感謝로/하루를 끝내고/잠자리에 드는 밤

 하루에 평생平生을 사네/더 바랄 것이 무엇이 있겠나-

 

자주 한글 옆에 한자를 넣어 그 의미를 마음 깊이 새겨 봅니다. 평생을 하루처럼, 하루를 평생처럼 살 수 있다면 참 축복받은 감사의 삶이겠습니다. 어제 먼 곳으로부터 수녀님께 받은 카톡 메시지도 좋은 격려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녀님들이 피정이 편안하고 은혜로왔다고 합니다.”


편안함과 은혜로움은 바로 하느님의 현존을 뜻합니다. ‘아, 나를 통해 하느님의 편안함과 은혜로움이 전달되었나’하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 가득했습니다. 오늘은 축복받은 삶에 대한 묵상 나눔입니다.


첫째, 하느님을 사랑하는 삶입니다.

하느님의 평화와 은혜에 대한 자연스런 응답이 하느님 사랑입니다. 평화와 은혜의 복입니다. 하여 첫 계명도 마음을 다하고 힘을 다하고 정신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행복은 우리에게 복주시는데 있음은 이미 창세가 1장 창조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창조후에는 복을 주시고 이어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았다는 말씀이 뒤를 잇습니다. 과연 하느님 보시기에 복받은 참 좋은 삶을 살고 있는지요. 우리에게 복주시기를 좋아하시는 하느님이심은 오늘 민수기를 통해서도 잘 드러납니다.


“주님께서 그대에게 복을 내리시고, 그대를 지켜주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비추시고, 그대에게 은혜를 베푸시리라.”

“주님께서 그대에게 당신 얼굴을 들어 보이시고, 그대에게 평화를 베푸시리라.”


이렇듯 복주시는 것을 좋아하시는 하느님이시며, 이 거룩한 미사은혜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런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아니 하느님을 사랑하는 자체가 축복이요 하느님 보시기에 참 좋고도 아름다운 진선미眞善美의 삶입니다.


둘째, 깨어있는 삶입니다.

사랑할 때 깨어있는 삶입니다. 깨어있음은 기쁨이자 빛입니다. 깨어있음은 긴장이 아니라 빛이신 하느님을 향해 활짝 열려 있음을 의미합니다. 주님을 사랑하기에, 기다리기에, 기도하기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깨어있음 자체가 행복입니다. 환히 깨어있을 때 어둠은 저절로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깨어있음의 영성훈련이 참 필요한 시대입니다. 오늘 복음도 강조하는 바 깨어있는 삶입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 놓고 있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주인이 밤중에 오든 새벽에 오든 종들의 그러한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종들은 행복하다!”


주인을 주님으로 바꿔도 무방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기다릴 때 깨어있게 되고 저절로 따라오는 행복입니다.


셋째, 겸손한 삶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닮아갈수록 겸손한 삶입니다. 삶의 본질을 직시한 환상없는 지혜로운 삶입니다. 몰라서 집착이지 삶의 진실을, 본질을 알면 집착하지 않습니다. 야고보 사도가 우리의 무딘 마음을 일깨웁니다.


“여러분은 내일 일을 알지 못합니다. 여러분의 생명이 무엇입니까?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일 따름입니다. 도리어 여러분은 ‘주님께서 원하시면 우리가 살아서 이런저런 일을 할 것이다.’하고 말해야 합니다.”


바로 하느님이 원하시는 대로 겸손한 믿음의 삶을 살라는 충고입니다. 하느님께 가까이 갈수록 무집착의 초연한 삶, 자유로운 삶입니다. 집착의 사람에게 삶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심연의 늪입니다. 절망의 늪, 허무의 늪, 비관의 늪, 슬픔의 늪, 중독의 늪, 욕망의 늪, 일상의 늪 등 끝이 없습니다. 늪은 수렁입니다. 예전 '명상의 늪'이란 책명을 보면서 '명상의 숲'이라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기억이 압니다. 겸손한 삶을 사는 자들만이 이런 삶의 늪에 빠지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살아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있음이 축복입니다. 끊임없이 축복을 내려 주시는 주님이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설날 미사를 통해 온 마음으로 당신을 사랑하는 우리 모두에게 깨어 겸손한 믿음으로 살 수 있는 은혜를 선사하십니다.


“주님, 나날이 당신을 찬미하고, 영영세세 당신 이름을 찬양하나이다.”(시편145,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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