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3. 토요일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540-604) 축일 

                                                                                                             2코린4,1-2.5-7 루카22,24-30


                                                                                   섬김의 삶

                                                                            -한결같되 늘 새롭게-


오늘은 참으로 자랑스런 성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 학자 축일입니다. 교회에서는 기념일로 지내지만 우리 분도회 수도자들은 교황님의 분도회와의 깊은 인연과 업적으로 인해 축일로 지냅니다. 아니 분도회와의 인연이 아니라도 교황님의 불가사의의 업적만으로도 축일로 지낼 충분한 조건을 갖춘 분입니다.


정말 불가사의의 인물, 교회의 사람이자 시대의 사람이었던, 말그대로 하느님이 그 절망과 혼돈의 시대에 보내 주신 하느님의 선물 같은 교황님이십니다. 관상과 활동의 일치를 살았던 참 관상의 대가였고 그분의 불가사의의 위업은 그대로 관상의 열매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섬김의 삶’, 그리고 부제로는 ‘창작과 비평사’의 ‘한결같되 늘 새롭게’라는 모토를 택했습니다.


고대를 끝내고 중세를 열었던 마지막 서방의 4대 공교부중 한 분이 성 대 그레고리오입니다. 예로니모, 암브로시오, 아우구스티노, 성 대 그레고리오 교황이 서방의 4대 공교부입니다. 중세를 열어 게르만족의 그리스도화를 시동하여 성공의 단초를 놓았던 위대한 대 교황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것은 그 바쁘고 엄혹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이처럼 다방면에 걸쳐 눈부신 업적을 남길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교황님의 다방면에 걸친 업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섬김의 삶’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섬김의 삶은 우리 삶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못삽니다. 서로 섬기고(serve) 떠받쳐주기에(support) 이렇게 살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을 섬기듯 노력한 섬김의 산물이 교황님의 업적입니다. 아름다운 입당송처럼 말그대로 ‘하느님의 연인’으로 살았던 교황님이셨습니다.


“복된 그레고리오는 베드로 좌에 올라, 언제나 주님의 얼굴을 찾고, 주님 사랑의 신비를 기리며 살았네.”


정말 바쁘고 힘들어 여유없기로 하면 그레고리오 교황님같은 분도 없을 것입니다. 교황님 앞에서는 그 무슨 말도 사치스런 변명처럼 들립니다. 특히 교황님의 ‘베네딕도 전기’가 있었기에 우리는 베네딕도 성인에 대한 귀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고, 베네딕도 전기를 통해 교황님이 얼마나 베네딕도 성인을 흠모하고 존경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그분의 섬김의 삶에 항구했던 관상의 열매는 다섯 부분에 걸쳐 요약될 수 있습니다.


첫째, 교회의 영적 쇄신과 사회적 개혁입니다. 

교황님 당시의 로마는 극도로 황폐화된 상태였습니다. 이민족들의 끊임없는 침입으로부터 로마는 물론 교회를 지켰고, 사목자로서의 소명을 깊이 자각하여 교회의 영적쇄신에도 온갖 힘을 다했습니다. 특히 사목자는 기도와 성경독서에 전념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고 양떼에게 구체적인 사랑과 도움을 주는 실천이 병행되어야 함을 끊임없이 강조했습니다.


둘째, 수도생활 제도의 개혁과 강화 부분입니다. 

교황님이 개인적으로 염원했던 것은 관상적인 수도생활이었습니다. 참으로 수도생활을 사랑했고 수도생활중에 교회의 명령에 순종하여 어쩔 수 없이 교황직을 수행하셨지만 얼마나 적극적으로 섬김의 삶에 투신했는지 감동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황님은 참으로 수도생활의 모든 분야에 걸쳐 여러 가지 개혁을 감행하였고 수확도 참으로 풍부했습니다.


셋째, 외교활동의 업적입니다.

비둘기같이 순수하고 뱀같이 지혜로웠던, 순수와 지혜를 겸비했던 위대한 목자 교황님이었습니다. 당신이 정의한 ‘하느님의 종들의 종’이란 호칭대로 충실히 교황직을 수행했으며 관상가이면서 야전사령관처럼 제국군대의 총사령관 자격으로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중에도 로마와 교회를 수호했던 위대한 외교가이자 전략가였습니다.


넷째, 게르만 민족의 여러부족에 대한 포교활동입니다.

교황님은 로마제국과 가톨릭교회를 등식화 시키는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게르만 민족의 현실을 인정하고 이들을 그리스도교화하는데 온갖 노력을 기울였고 영국의 포교에도 놀라운 성공을 거뒀습니다. 특히 교황님은 이민족의 문화를 존중하는 토착화 선교방식은 원주민들에게 거부감 없이 그리스도교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니 교황님의 선각적 혜안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다섯째. 교회의 전례개혁입니다.

전례분야에 대한 교황님의 업적 역시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성찬기도문을 재조직하였고, 새로운 형태의 전례 기도문들도 만들었으며, 그레고리안 성가라는 말도 있듯이 그레고리안 성가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세세한 부분은 제 능력밖이라 언급할 수 없지만 대략 훑어보니 어떻게 이러한 세세부분까지 치밀할 수 있겠나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교황님의 저서로는 욥기주해서 35권, 40편의 복음 강론, 22편의 에제키엘 예언서 강론, 아가주해서, 제1열왕기 주해서, 사목규정서, 대화집 4권, 848편의 서간이 수록된 서간집 14권 등 불가사의의 저술입니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없는, 그 불안하고 여유없는 궁핍한 시대에 하느님의 사람, 교황님의 놀라운 업적입니다. 이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자 섬김의 산물입니다. 


목자중의 목자였던 교황님은 진정 섬김의 권위, 섬김의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임을 깨닫습니다. 바오로의 말씀대로 주님의 종인 교황님의 이런 불가사의의 업적을 통해 선포되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선포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우리 자신은 예수님을 위한 여러분의 종으로 선포합니다.”


'지도자는 섬기는 사람처럼 되어야 한다.’ ‘나는 섬기는 사람으로 너희 가운데 있다.’는 복음의 주님 말씀처럼 주님을 닮아 착한 목자로서 섬김의 삶에 항구했던 교황님이셨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은총을 가득 담아 주시어 ‘한결같되 늘 새롭게’ 섬김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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