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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9.4. 연중 제23주일                                                        지혜9,13-18 필레9ㄴ-10.12-17 루카14,25-33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


어제 평화신문과 가톨릭신문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의 일반신문의 정치란이나 사회란을 볼 때의 어둡고 답답한 마음이 싹 개는 기분이었습니다. 역시 교회 신문에는 밝은 빛이 있습니다. 믿음의 빛, 희망의 빛, 사랑의 빛, 즉 신망애의 빛입니다. 이런 영적 빛들이 우리를 위무慰撫하고 평화를 줍니다. 


바로 세 가지 기사였습니다. 평화신문 1면의 1/4을 채운 사람 얼굴 가득한 사진이었습니다. 자녀 18명을 낳아 키운 스페인 로사 피크씨 부부가 남은 자녀 15명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명동 성당 앞에서 활짝 웃은 꽃같은 얼굴을 찍은 사진입니다. 피크씨는 16남매, 로사씨는 14남매 출신이랍니다. 이런 부부는 두말 할 것 없이 성인입니다. 피크씨는 특히 가정에서의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아이 한 명 한 명이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교육의 첫 번째 책임은 부모에게 있고, 교육은 가정이라는 학교에서 출발합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참된 인성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 아름다운 부부에 평화로운 가정의 아름다운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어 두 번 째 기쁜 소식은 생전에 살아있는 성녀로 불린 ‘자비의 아이콘’ 마더레레사가 바로 오늘 9월4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성인 반열에 오른다는 것입니다. 자비의 희년(2015.12월 8일~2016년 11월 20일)에, 시성되는 87년 생애를 하느님의 자비를 증언하며 불꽃처럼 산 성녀 마더데레사였습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 제목, ‘아름다운 사람’-자비의 아이콘-입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자비로운 사람이요 거룩한 사람입니다. 말그대로 하느님을 닮은 사람입니다. 이런 이들이 바로 세상의 소금이요 빛입니다. 이어 세 번째 기쁜 소식은 바티칸에서 친구처럼 편안하게 대화하는 전현직 베네딕도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님 사진과 기사 내용이었습니다. 베네딕도 16세 교황님의 다음 언급도 신선했습니다.


“내 인생의 동반자는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교부 성 아우구스티노(354-430)와 13세기 신학자 성 보나벤투라(1221-1274)입니다. 두 성인은 내 영혼의 스승입니다.”


이어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관계에 대한 말씀도 아름다웠습니다.


“그는 해외 사목방문을 다녀오면 항상 내게 찾아와 인사한다. 그의 친절은 내 인생 종반부의 특별한 은총이다. 그의 환경 회칙 ‘찬미받으소서’도 훌륭하다. 그는 녹색(Green) 교황이다.”


두분 교황님들 역시 아름답고 거룩한, 또 자비로운 성인같은 분들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녹색綠色' 교황이란 칭호가 참 좋습니다. 하느님 색깔을 닮은 성인들의 색깔 역시 녹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로사 피크 부부, 마더데레사, 베네딕도 16세 전임 교황님과 프란치스코 현재 교황님 모두가 아름다운 사람이자 자비의 아이콘입니다. 과연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이 될 수 있겠는지요? 결론하여 부단히 자기를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어 사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을 중심으로 더 자세히 세 측면에 걸쳐 묵상을 나눕니다.

 

첫째, 주 하느님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것입니다.

방금 부른 ‘주여, 당신은 대대로 우리의 피난처가 되시었나이다.’ 화답송 후렴은 얼마나 흥겨웠는지요. 세세대대 우리의 피난처가, 안식처가, 정주처가 되신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여합니다.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도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고 그 무엇도 하느님의 일인 성무일도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셨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날이면 날마다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 이름 영원토록 찬양하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 찬양하는 기쁨의 맛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것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입니다. 하느님이 빠진 인간은 비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제1독서 지혜서의 다음 말씀에 공감합니다.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보잘 것 없고, 그의 속마음을 변덕스럽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신이 영혼을 무겁게 하고, 흙으로 된 천막의 육신은 시름겨운 정신을 짓누릅니다. 심한 병이나 노환으로 고통을 겪는 누구나의 실존적 체험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께서 지혜를 주지 않으시고 그 높은 곳에서 당신의 거룩한 영을 보내지 않으시면, 누가 하느님의 뜻을 깨달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하느님은 그렇게 해 주셨기에 세상 사람들의 길이 올바르게 되고, 사람들이 당신 마음에 드는 것이 무엇인지 배웠으며, 지혜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아닙니까? 하느님의 지혜이신 그리스도의 말씀과 성체를 모심으로 구원을 받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제2독서 바오로가 필레몬에게 보내는 편지 내용이 감동적입니다. 자신을 ‘그리스도 예수님 때문에 수인까지 된 몸’이라 고백하는 바오로의 주님께 대한 극진한 사랑입니다. 옥중에서 얻은 아들 오네시모스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 주님 사랑의 반영입니다. 


“내가 옥중에서 얻은 내 아들 오네시모스의 일로 그대에게 부탁합니다. 나는 내 심장과 같은 그를 그대에게 돌려 보냅니다.------그가 나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형제라면, 그대에게는 인간적으로 보나 주님 안에서 보나 그렇지 않습니까? 그러니 그대거 나를 동지로 여긴다면, 나를 맞아들이듯이 그를 맞아들여 주십시오.” 


둘째, 사람들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도 집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문자 그대로 미워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집착하거나 애착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주님이 아닌 아무리 사랑하는 이들도 내 삶의 중심에 두지 말라는 것입니다. 내 사랑의 중심에는 늘 주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착이나 애착이 없는 순수한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을 하라는 것입니다. 


집착의 눈먼 맹목적 사랑은 서로에게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주님을 열렬히 항구히 사랑하여 따를 때 사람들에 대한 집착도 사라져 집착이 없는 깨끗한 사랑, 눈 밝은 사랑입니다. 이런 사람들만이 비로소 주님의 제자가 될 수 있고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으로 살 수 있습니다.



셋째,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제 십자가를 짊어지지 않고 주님을 따르는 길은 없습니다. 내 주어진 운명의 십자가, 책임의 십자가, 구원의 십자가입니다. 주님의 말씀이 참 단호합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예외없이 누구나 짊어지고 가야할 제 십자가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도 아니고 타인의 십자가도 아니고 바로 내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결코 이웃과 비교할 수 없는 내 고유의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 없이는 사람이 되는 길도, 구원을 받는 길도 없습니다. 


주님을 사랑하면 할수록 내 십자가도 잘 짊어지고 주님을 따를 수 있습니다. 내 십자가의 무게에 좌절할 것이 아니라 더욱 주님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을 사랑하듯 내 운명의 십자가를, 내 책임의 십자가를 뜨겁게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바로 이 십자가가 우리를 한없이 겸허하게, 거룩하게 하며, 아름다운 사람이, 자비의 아이콘이 되게합니다.


넷째, 안팎의  소유를 버리고 주님을 따르는 것입니다.

존재냐 소유냐 하는 논쟁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우리를 소유하여 노예화하는 것이 소유물입니다. 재물에 소유되어 자기 존재를 잊고, 잃고 헛개비가 되어 껍데기를 살아가는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알맹이의 실속있는 삶이 아니라 알맹이가 빠져버린 껍데기의 삶입니다. 


이래서 삶이 공허하고 허무한 것입니다. 바로 존재인 하느님이, 참 내가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텅 빈 허무의 소유의 쾌락이라면, 텅 빈 충만의 존재의 기쁨입니다. 소유의 쾌락을 존재의 기쁨으로 착각하여 살 때 어김없이 따라오는 삶의 공허입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누구든지 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말그대로 무소유가 아니라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라는 것입니다. 세상 맛에, 소유의 맛에 빠져 중독되지 말고 하느님 맛으로, 무소유의 맑은 정신으로, 무욕의 지혜로 살라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안팎으로 부단히 버려가며 살라는 것입니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삶이 아니라 갈수록 가벼워지는 삶이 되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으로 살 수 있습니다.


불교의 사성제四聖諦 고집멸도苦集滅道가 생각납니다. 모든 고통의 원인은 집착에서 기인하기에 집착을 멸하면 구원의 도에 이른다는 진리입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 때 저절로 집착에서의 이탈이요 초연한 자유입니다.


우리 삶은 예수님을 따라 하느님을 향한 여정입니다. 부단히 예수님을 사랑하여 따라가는 버림의 여정, 비움의 여정, 떠남의 여정입니다. 날마다, 한결같이, 사람들에 대한 집착, 소유물들에 대한 집착, 자기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인생여정에 충실할 때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이 되어 당신을 항구히 충실히 따를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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