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7.4. 연중 제13주간 수요일                                                                        아모5,14-15.21-24 마태8,28-34



지상에서 천국을 삽시다

-공정이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장대비가 내린 후의 청명한 하늘, 흰구름이 환상적입니다. 마치 하늘호수 같습니다. 즉시 짧은 시 써놓고 사진 찍어 도반에게 보냈습니다.


-비온후/흰구름 에워 싼

 쪽빛 하늘

 하늘은 호수/내마음/하늘호수이고 싶다-


즉시 전송된 도반의 화답 메시지입니다.


-“와 굉장히 맑네요. 사진도 잘 찍으셨구요. 거기가 천국입니다. 이제 사흘 뒤면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신납니다. 사진 감사합니다.”-


이런 웅장한 불암산 배경의 아름답고 신비로운 하늘을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하늘과 산’이라는 자주 인용하는 자작 애송시입니다.


-하늘 있어/산이 좋고/산 있어/하늘이 좋다

 하늘은/산에 신비를 더하고/산은/하늘에 깊이를 더한다

 이런 사이가 되고 싶다/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


두 말할 것 없이 산이 상징하는 바 우리들이고, 하늘 배경이 상징하는 바 우리와 늘 함께 계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예수님이 답입니다. 예수님과 이런 관계로 살 때 바로 거기가 천국입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 지상에서 살아가야 할 천국입니다.


과연 날로 깊어지는 우리의 영원하신 도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관계인지요. 예수님과 늘 함께 할 때 영육의 치유와 건강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예수님이 바로 답임을 입증합니다. 삶의 중심 자리에 예수님이 없을 때 어김없이 자리잡는 우상들이요 마귀들입니다. 복음의 묘사가 실감납니다.


-‘마귀들린 사람 둘이 무덤에서 나와 그분께 마주 왔다. 그들은 너무나 사나워 아무도 그 길로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하느님의 아드님, 당신께서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때가 되기도 전에 저희를 괴롭히시려고 여기에 오셨습니까?”하고 외쳤다.’-


무덤이 상징하는 바 예수님 없는 세상이요 귀신들린 사나운 이들이 상징하는 바 세상 무덤에서 배회하는 이들입니다. 빛이신 주님 앞에 어둠 속에 숨어있든 마귀들은 저절로 뛰쳐나와 주님을 고백합니다. 마귀들에 대한 유일한 처방은 예수님뿐임을 깨닫습니다. 악의 세력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하실 분은 파스카의 예수님뿐입니다. 삶의 중심에 예수님이 자리잡을 때 비로소 온전한 치유와 구원입니다. 


광야인생입니다. 삶이 힘들고 어려워 ‘삶의 중심’이 희미해지면 마귀들린 사람들처럼 날로 거칠어 지고 사나워질 수 있습니다. 거칠고 사나워지는 것은 마귀들린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하여 제가 자주 피정자들에게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광야여정에서 세 부류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성인聖人과 폐인廢人, 그리고 괴물怪物이다.”


광야인생중에도 하느님 자녀로서의 고귀한 품위를 유지하며 온유하고 겸손한 참 사람의 성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요 책임입니다. 바로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아모스 예언자가 이에 대한 답을 줍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의 전형적 본보기입니다.


“너희는 악이 아니라 선을 찾아라. 그래야 주 만군의 하느님이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너희는 악을 미워하고 선을 사랑하며, 공정을 세워라.”


선 자체이신 주님을 찾으라는 것입니다. 주님이야 말로 빛이자 선이십니다. 빛이자 선이신 주님을 찾고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분도 성인 역시 그 무엇도 그리스도께 대한 사랑보다 앞세우지 말라 하십니다. 


마귀들이 고백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님께 대한 사랑은 그대로 하느님께 대한 사랑이 됩니다. 바로 이런 선 자체이신 주님을 사랑하여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참으로 우리 삶의 여정은 주님과 함께 하는 ‘사랑의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어제 ‘사랑의 여정’, 5월 강론집을 받고 환하게 밝아졌든 자매들이 생각납니다.


삶과 전례는 함께 가야 합니다. 삶이 없는, 사랑의 실천이 없는 전례는 얼마나 공허한지요. ‘삶의 전례화’, ‘전례의 생활화’가 답입니다. 삶과 전례가 함께 갈 때 고해苦海인생은 축제祝祭인생이 되고 바로 거기가 천국입니다. 삶이 없는 축제를, 집회를, 전례를 격렬히 혐오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나는 너희의 축제들을 싫어한다. 배척한다. 너희의 그 거룩한 집회를 반길 수 없다. 너희가 나에게 번제물과 곡식제물을 바친다 하여도 받지 않고, 살진 짐승들을 바치는 너희의 그 친교제물도 거들떠 보지 않으리라. 너희의 시끄러운 노래를 내 앞에서 집어 치워라. 너희의 수금소리도 나는 듣지 못하겠다.”


얼마나 실감나는 직설적인 표현인지요. 하느님의 마음에 정통한 아모스 예언자를 통한 하느님의 진솔한 고백입니다. 삶이 빠진 전례의 공허함을 말해 줍니다. 전례중의 전례가 바로 이 거룩한 미사전례입니다. 미사는 하루의 삶으로 확산擴散되고 하루의 삶은 미사전례로 수렴收斂되어야 합니다. 미사전례의 진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공정과 정의로 표현되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바로 오늘의 결론과도 같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다만 공정을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를 강물처럼 흐르게 하여라.”


지상에서 천국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공정이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 바로 거기가 바로 천국입니다. 마귀들로 인한 자기분열도 없으니 온유와 겸손, 순수와 열정만 있을 뿐입니다. 화답송 후렴처럼 올바른 길을 걷는 이는 하느님의 구원을 봅니다. 공정과 정의의 길이 바로 올바른 길입니다. 


마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파스카의 예수님뿐이요, 악마들의 퇴치退治에 미사은총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빛의 자녀가 되어 공정이 물처럼,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지상 천국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천국의 삶입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7.04 07:40
    주님 매일 저희에게 주신
    말씀을 통해 지금 여기서 부터 천국의 삶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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