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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7.2. 연중 제13주간 목요일                                                                                                                     창세22,1-19 마태9,1-8


                                                                                                믿음의 승리 


기도棋道, 다도茶道 검도劍道, 수도修道 등 어느 도道의 경지에 이르면 체험 내용도 유사성을 지니게 됩니다. '도道의 사람'은 '믿음의 사람'이라 칭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어제 읽은 바둑계의 전설이 된 이 시대 최고의 승부사이자 불세출의 천재기사 조훈현이 최근에 쓴 책의 서문이 감동이었습니다. '바둑'을 '하느님'으로, '생각'을 '믿음'으로 '기원'을 '성당'으로 바꿔 한 번 읽어 보겠습니다. 참으로 간결담백한 진솔한 믿음의 고백입니다.


-나는 하느님 하나밖에 모른다. 만 다섯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목포에 있는 유달성당의 문턱을 넘었던 그날부터 환갑이 훌쩍 넘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내가 아는 건 오로지 하느님뿐이다. 나는 하느님밖에 몰랐지만 그 안에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경험했고,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음모와 배신까지도 경험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하느님만 끌어 안고 사는, 따분하고 고요한 인생이었을지 몰라도 내 머릿속만은 누구 못지 않게 요동치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나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다시 올라서고, 또 떨어지고 올라서기를 반복했다. 이기고 지는데에 이골이 날 만도 한데 아직도 패배의 아픔은 무뎌지지 않았다. 늙어가는 지금은 실수가 잦아져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하느님을 믿고 있다. 예전에는 이기기 위해서 하느님을 믿었는데 이제는 이기고 지는 것과 상관 없이 그저 하느님을 믿을 수 있다는 게 좋아서 믿는다. 타고난 승부사로 불렸던 나이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보니 인생에서 승패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중요한 것은 결과가 어떻든 최선을 다하면서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이창호에게 타이틀을 뻬앗겼을 때는 너무나 괴로웠지만, 어차피 빼앗길 타이틀이라면 내가 직접 키운 제자에게 빼앗기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자 거짓말처럼 괜찮아졌다. 모든 타이틀을 다 빼앗기고 예선에서조차 탈락했을 때에는 이제 하느님 믿는 것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흔들렸지만, 여기가 바닥이니 올라갈 일만 남았구나 생각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안해질 수 없었다.


결국은 믿음이다. 인생은 좋은 날만 이어지는 법이 없다.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번갈아 가며 파도처럼 밀려온다. 그렇다면 이 길고 끝없는 고통의 나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것은 믿음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믿음,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믿음, 우리 인생을 좀 더 가볍고 즐겁게 꾸려나갈 수 있는 믿음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한다.


비록 하느님을 믿으면서 얻은 깨달음이지만 나는 어느 인생이나 근본은 같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판 같은 인생을 한 발 한 발 걷고 있다. 믿음의 위대한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인생을 살자. 자신의 내적 영토를 최대로 넓히자. 영적전쟁에서 신중하게 포석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자. 죽을 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조훈현;고수의 생각법, 4-7쪽 참조).-


어느 분야든 깨달음의 정점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늘 창세기의 영원한 하느님의 전사, 믿음의 사람, 아브라함은 물론이고 모든 성인들의 삶에서 깨닫는 바 영원한 진리는 값싼 은총은, 값싼 축복은, 값싼 승리는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축복을 가득 받은 아브라함의 삶이 생생한 증거입니다. 갈수록 첩첩산중疊疊山中 하루하루의 삶이요, 계속되는 믿음의 시련, 순종의 배움입니다. 


"아브라함아!“

"예, 여기 있습니다.“


즉시 응답한 아브라함은 '들음의 사람'이자 '순종의 사람'이었습니다. 주님의 말씀에 군말 없이 실행에 옮기는 정말 순수한 믿음입니다. 어제는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하가르와 그의 아들 모자를 떠나 보냈는데, 오늘 역시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여 아침 일찍 일어나 100세에 얻은 아들 이삭을 번제물로 바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그 마음 얼마나 괴롭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이래서 값싼 은총은, 값싼 믿음은, 값싼 축복은 없다는 것입니다. 새삼 인생은 졸업이 없는 순종의 학교, 믿음의 학교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 말씀에 순종하여 믿음의 시련을 통과할 때 하느님의 감동이요 넘치는 축복입니다. 주님을 감동시키는 유일한 것은 믿음뿐입니다. 아브라함의 믿음에 감동, 감격하신 주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축복을 선언하십니다.


"나는 나 자신을 걸고 맹세한다. 주님의 말씀이다. 네가 이일을 하였으니, 곧 너의 아들, 너의 외아들까지 아끼지 않았으니, 나는 너에게 한껏 복을 내리고, 네 후손이 하늘의 별처럼, 바닷가의 모래처럼 한 껏 번성하게 해 주겠다.“


모리아 산에서의 영적전쟁에 믿음의 승리후 담담히 떠나는 아브라함의 모습및 평범한 일상에로의 복귀가 또 위로와 평화를 줍니다.


"아브라함은 하인들에게 돌아왔다. 그들을 함께 브에르 세바를 향하여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아브라함은 브에르 세바에서 살았다.“


이런 믿음의 시련과 시험을 통과하면서 하느님의 축복과 더불어 아브라함의 믿음도, 삶도 더욱 깊어졌을 것입니다. 저 역시 요셉수도원에 오랫동안 정주하면서 이런 혹심한 시련의 어둔 터널을 믿음으로 통과한, 주님을 감동시킨 믿음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하느님이 사랑하시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향기 맡고 찾아내는 꽃처럼, 믿음의 향기맡고 알아보는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오늘 복음의 중풍병자는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치유를 받습니다. 역시 주님을 감동시킨 동료들의 믿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용서와 더불어 치유를 선언하십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일어나 네 평상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늘 해피엔드로 끝나는 믿음의 승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약한 믿음을 도와주시어 영적전쟁을 승리로 이끌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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