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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1. 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평생학인(平生學人)


어제 봄비에 젖어 샛노랗게 활짝 피어난 개나리꽃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깨어나는 듯 주변이 환해졌습니다. 


-활짝/깨어났다/깨어있다

 주변이 환하다

 샛노랗게/피어난/개나리 꽃들

 하늘 봄비/은총에/촉촉히 젖어-


이렇게 하늘 은총 사랑에 젖어 '활짝 깨어나', '활짝 피어나' 오늘 지금 여기를 사는 이들이 평생학인입니다. 내 좋아하는 말마디중 하나가 학인에다 평생을 붙인 '평생 배우는 사람'이란 뜻의 '평생학인(平生學人)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자기를 아는 것이요 가장 쉬운 것이 남을 판단하는 일입니다. 진정 자기를 아는 것이 겸손이자 지혜이며 결국 공부의 본질도 자기를 아는 공부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을 아는 공부 역시 결국은 자기를 아는 공부와 함께 갑니다. 


그러니 평생학인(學人)'은 '평생공부(工夫)'란 말마디와 직결됩니다. 하여 제 자작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란 글에서도 이를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주님의 집인 수도원에서

주님의 학인으로

끊임없이 말씀을 배우고 실천하는

주님의 평생학인으로 살았습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이런 관점에서 오늘 불행한 제자 유다에 대해 묵상합니다. 불행(不幸)인지 불운(不運)인지 판단하기 애매합니다. 환경보다는 타고 나는 선천적인 것도 많고 본인도 어쩔수 없는 일도 많기에 쉽사리 판단할 수 없어 때로는 '운명이다'란 말도 저절로 나오게 됩니다. 


우선 유다에 대한 변명입니다. 유다를 생각하면 일말의 동정심에 연민의 마음도 듭니다. 오죽 예수님께 실망했고 제자단에서 소외감을 느꼈으면 스승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 넘길 정도로 망가졌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정황을 보면 예수님은 물론 제자들에게도 그리 호감을 주는 인물은 아니었던 듯 합니다. 


어제 복음의 장면을 봐도 유다가 받았을 모멸감과 소외감은 짐작이 갑니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시는 제자는 예수님 품에 기대어 앉아 있고 그 맞은 편에 유다가 있습니다.

"주님, 그가 누구입니까?“

이렇게 다정히 묻는 사랑받던 제자의 모습을 봤을 때의 유다의 심정을 상상해 보십시오. 아마 평소에도 유다는 예수님의 인정이나 호의는 별로 받지 못했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성격은 운명이다'라는 말도 생각이 납니다. 성격은 쉽게 바뀔 수 없기에 많이 공감합니다만 이러다 보면 숙명주의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벨을 죽인 카인을 인정할 수 없듯이 예수님을 팔아넘긴 유다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운명에다가 책임감까지 온통 떠 넘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예수님의 죽음이 '성경에 따라(according to the Scripture)'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예수님의 다음 말씀이 그가 책임에서 면제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마태26,24).


바로 유다에게 부족한  하나가 제자직에 절대적인 장인정신과도 같은 공부정신이었음을 봅니다. 평생공부의 평생학인이 되어 제자정신에 투철했다면 이렇게까지 자신을 망가뜨리진 않았을 것입니다.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이 바람직한 제자상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열어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


이렇게 깨어 제자의 혀를, 열린 귀를 지니고 살며 평생공부에 항구했다면 예수님도 감동하셨을 것이며 운명같은 성격의 결함도 하느님 은총으로 능히 극복했을 것입니다. 이런 평생 하느님 공부에 투철할 때 저절로 나오는 다음과 같은 확신의 고백입니다.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 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하느님과 자기공부에 평생 항구했던 평생학인만이 할 수 있는 확신에 넘친 고백입니다. 며칠 전 주간경향(2015.3.24)에 나온 주철환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이상적 제자상을 발견했습니다. 몇 대목을 나눕니다.


"나이든 것(old man)이 나쁜 것이 아니라 옛날에 만든 낡은 지도(old map)를 갖고 길을 찾으며 안된다는 것입니다. 신진대사만큼 동화작용도 필요하죠. 머물지 않고 늘 움직이며 새로운 세대에 스며드는 힘을 뜻합니다.“

"스타보다는 등대가 되고 싶어요. 세상이 바뀌고 별은 사라져도 등대는 늘 지표가 되니까요.“

"저는 빠질 때 빠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사랑이나 열정, 혹은 가슴이 뛰는 일에는 풍덩 빠지라는 것이고, 자신이 빠져줘야 할 자리에서는 슬며시 물러나라는 뜻입니다.“

"'외로움의 역에 오래 머물지 말고 그리움의 역으로 빨리 가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지독한 외로움이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봅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고 성격순입니다. 사소한 일에도 감사하고 남에게 친절하려는 것이 제 인생 모토입니다.“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주님의 제자상에도 맞갖은 주 교수의 삶같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의 제자직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화답송 후렴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주님, 은총의 때이옵니다. 당신의 크신 자애로 제게 응답하소서."(69,14ㄴㄷ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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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4.01 05:45
    아멘! 신부님 말씀 감사합니다.
    신부님 오늘도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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