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과의 일치 -신록의 영혼-2016.4.27. 부활 제5주간 수요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pr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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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4.27. 부활 제5주간 수요일                                                                            사도15,1-6 요한15,1-8


                                                                           주님과의 일치

                                                                           -신록의 영혼-


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존재는 관계다’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관계를 통해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이지 관계를 떠나선 도저히 존재를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관계가 풍부할수록 풍요로운 삶이요 관계가 빈약할수록 곤궁한 삶입니다. 관계를 떠난 고립단절이 바로 지옥입니다.


관계중의 관계가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오늘 복음의 포도나무의 비유는 설명이 필요없이 누구나 공감하는 자명한 사실로 주님과의 일치의 관계가 우선임을 밝혀줍니다. 요즘 신록의 아름다움이 한창입니다. 무수한 나뭇잎들이 신록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것도 나뭇가지들이 나무 몸통에 단단히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완전히 뿌리와 나무 몸통과 나뭇가지와 잎들이 일치의 관계를 이루기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과의 관계도 똑같습니다. 주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신록의 건강으로 빛나는 영혼입니다.


“내 안에 머물러라. 나도 너희 안에 머무르겠다.”


주님은 상호내주相互內住의 일치를 말씀하십니다.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듯이, 우리도 주님 안에 머무르지 않으면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주님은 포도나무요 우리는 가지입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이 우리 안에 머물러야 풍성한 열매입니다. 


“너희는 나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주님을 떠나면 살아있다 하나 정체성의 상실로 실상 죽어있는 삶입니다. 뿌리없이 떠돌아 다니는 유령의 헛것들이 됩니다. 바로 여기서 우리 분도수도자들의 늘 주님 안에 머무르는, 주님 안에 뿌리내리는 정주서원이 얼마나 고마운 서원인지 깨닫게 됩니다. 


주님없이 하는 일은 헛수고일뿐이며 공허만 가득할뿐입니다. 제 아무리 많은 것을 성취했어도 그 안에 주님이 계시지 않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지요. 주님은 우리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너희가 내 안에 머무르고, 내 말이 너희 안에 머무르면, 너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청하여라. 너희에게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주님과 일치의 삶을 살 때 우리의 뜻은 하느님의 뜻이 되고 우리의 청원은 그대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얼마전 인천 말씀의 봉사자 피정지도차 지하철을 타고 가던중 한 신자 승객이 진지하게 저에게 물었습니다.


“신부님, 기도하면 하느님이 다 들어주십니까?”

“예, 들어주십니다. 끝까지 한결같이 기도해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다보면 하느님의 뜻을 깨닫게 되고 내뜻은 하느님의 뜻이 되어 그대로 이루어집니다.”


답변했습니다. 기도를 통해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우리의 청원은 하느님의 뜻과 하나가 되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는 풍성한 열매를 맺게 되고 주님의 제자가 됨으로 아버지께서 영광스럽게 되실 것입니다.


“모든 일에 하느님께 영광”


분도수도회의 모토로 수도원 정문 입구 바위판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살다보면 이런 원대한 비전을 까맣게 잊고 지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영광’은 바로 우리 삶의 궁극 목표입니다. 요즘 신록의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산천초목들이 하느님의 영광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주님과의 일치로 신록의 영혼으로 살아갈 때, 또 유형무형의 풍성한 삶의 열매를 맺을 때, 주님의 제자가 되고 그것으로 하느님께 영광이 될 것입니다.


주님 안에서, 주님을 향한 일치입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일치의 중심은 주님이시며 이런 주님과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풍성한 열매에 빛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에서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대처가 참 신속하고 지혜롭습니다. 할례 문제가 심각해지자 즉시 예루살렘에 있는 사도들과 원로들을 찾습니다. 바로 주님의 공동체를 통해 주님의 뜻을 찾기 위함입니다. 주님과 일치된 공동체를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포도나무요 우리는 모두 가지입니다. 주님 안에서 주님을 중심으로 완전히 일치된 삶일 때 비로소 온전히 살아있는 개인이요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사랑의 성사. 일치의 성사인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의 일치를 굳건히 해주시고 영육의 아픔과 병을 말끔히 치유해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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