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수평선水平線의 바다가 된 사람들!”

by 프란치스코 posted May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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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4. 부활 제6주간 수요일                                                               사도17,15.22-18,1 요한16,12-15


                                                   “행복하여라, 수평선水平線의 바다가 된 사람들!”


오늘 강론 제목인 ‘행복하여라, 수평선의 바다가 된 사람들!’이 참 특이합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면담이나 고백성사 때 나눠주고 소리내어 읽게 하는, 오늘 말씀 묵상 중 떠오른 제 소망이 담긴 자작 애송시 ‘수평선의 바다가 되었다.’에서 착안한 제목입니다.


-아래로/아래로 

 흘러 바다가 되었다

 넓고/깊은 

 바다가 되었다

 모두를/받아들인

 바다가 되었다

 하늘에/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되었다-


이런저런 시련과 고통을 통해 자기를 겸손히 비우고 비워 바다가, 수평선의 바다가 된 사람들을 가끔 만납니다. 면담이나 고백성사중 가끔 이런 분들을 만날 때 ‘바다를, 수평선의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라는 덕담德談을 전하기도 합니다. 


마산교구장으로 임명된 배기현 주교님도 삶의 여정을 읽어보니 온갖 고통을 통해 자기를 비우고 비워 ‘바다가, 수평선의 바다가 된’ 소탈하고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어제 한 자매가 고인이 된 어머님의 1년 미사에 감사인사차 수도원을 방문했습니다. 따님인 그 자매가 전해 준 어머님에 관한 일화도 감동이었습니다.


“어머님은 99세 사실 때까지 온전히 모두를 봉헌한 기도의 삶이셨습니다. 평생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미사를 봉헌하셨습니다. 어머님은 결코 세상의 것들에 가치를 두지 않으셨습니다. 마지막 유언이자 소원이 1년간 당신을 위해 미사를 봉헌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바다가, 하늘에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되어 사신 분이셨습니다. 어제의 깨달음 두 가지도 결코 잊지 못합니다. 노욕老慾과 노추老醜의 의미를 깊이 깨달았습니다. 소욕小慾이나 소추小醜를 말하지 않습니다. 노욕의 모습을 보는 순간 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노욕과 노추는 직결됨을 봤습니다. 


참으로 잘 떠나는 것이, 잘 물러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습니다. 나이들어 가기가 참 힘들다는 생각이 깊이 각인되었습니다. 자기를 비우고 비워 갈 때 비로소 아름다운 노미老美의 삶입니다. 참 어려우나 이보다 중요한 과제도 없습니다.


또 하나는 ‘삶의 훈장’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참 고마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아랫집 수녀원에는 병고로 고통중이나 기쁘게 열심히 사시는 여러분의 노 수녀님들이 계십니다. 아니 가끔 극심한 병고 중에도 믿음으로 사시는 분들도 만납니다. 한가지 병도 아닌 수가지 병을 지닌 분들도 있습니다. 


하느님을 평생 충실히 섬기다가 생긴 병들이 순간, ‘삶의 훈장’으로 보였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삶의 훈장처럼 고통을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삶의 훈장같은 병病하나 없이 건강하게 살았다는 것이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이런 병고를 통해 자기를 비우고 비워, 하늘에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된 믿음의 사람들입니다.


삶은 끊임없이 자기를 비워가는 과정이자 진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입니다. 자기를 비워 가면서 진리를 깨달아 가면서 바다가, 하늘에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되는 것입니다. 노추老醜가 아닌 노미老美의 참 아름다운 인생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사도행전의 바오로는 물론 교회의 모든 성인들이, 자기를 비우고 비워 수평선의 바다가 된 분들입니다. 늘 하늘에, 하느님에 닿아 살았던 수평선의 바다가 되어 살았던 분들입니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 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주님으로부터 성령의 선물이 우리를 부단한 깨달음을 통해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심으로 깨달음의 바다가, 하늘에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상에서 이미 천상의 삶을 살았던 수평선의 바다가 된 성인들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사도 바오로의 깨달음의 바다에서 샘솟는 강론입니다. 하느님에 대해 무지한 아테네 시민은 물론 우리 모두의 회개를 촉구하는 영감에 넘치는 강론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오히려 모든 이에게 생명과 숨과 모든 것을 주시는 분이십니다.---사실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우리는 그분 안에서 살고 움직이며 존재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이므로, 인간의 예술과 상상으로 빚어 만든 금상이나 은상이나 석상을 신과 같다고 여겨서는 안됩니다.---그분께서는 당신이 정하신 한 사람을 통하여 세상을 의롭게 심판하실 날을 지정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리시어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증명해 주셨습니다.”


깨달음의 말씀의 씨앗들을 아테네 사람들의 무지의 마음 밭에 뿌리고 떠난 바오로 사도입니다. 일상의 모두를 진리의 깨달음의 계기로 삼아 부단히 정진할 때, 마침내 바다가, 하늘에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될 것입니다. 참 아름다운 사랑과 자유의 바다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우리 모두 잠시 동안이나마 바다가 되어, 하늘이신 당신께 닿은 수평선의 바다가 되어 천상행복을 누리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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