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미人間味 넘치는 삶 -참으로 멋진 삶-2016.8.4. 목요일 성 요한 마리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by 프란치스코 posted Aug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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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8.4. 목요일 성 요한 마리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예레31,31-34 마태16,13-23


                                                                인간미人間味 넘치는 삶

                                                                    -참으로 멋진 삶-


참 매력적인 사람이 인간미 넘치는 사람입니다. 저는 잠시 착각해 인간미人間味를 인간미人間美로 생각했습니다만 인간미人間美가 아니라 인간미人間味였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미는 인간미에서 나올 것이니 이 둘은 서로 통한다는 생각입니다. 인간미 넘친 삶, 참 멋진 삶입니다. 멋있는 삶이 맛있는 삶입니다. 얼마전 제 원고를 읽은 후 편집자 수녀님의 답글 첫마디도 잊지 못합니다.


“이수철 신부님, 멋진 원고 잘 봤습니다.”


‘인간미는 타고 나는 선천적인 것인가 혹은 환경에서 길러지는 후천적인 것인가.’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어느쪽일까요. 오늘은 인간미 넘치는 삶에 대한 묵상 나눔입니다. 인간미로 말하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나 수제자 베드로, 1독서의 예언자 역시 더할 나위없이 인간미 넘치는 인물들입니다. 오늘 기념하는 전설적 인물 성 요한 마리 비안에 사제 역시 인간미 넘치는 성인입니다.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은 함께 갑니다. 하느님께 가까워질수록 하느님적이며 인간적인 인간미 넘치는 삶임을 깨닫습니다. 너그럽고 자비하신 하느님을 닮아 갈수록 인간미 넘치는 삶입니다. 하느님이자 사람이신 예수님은 인간미 절정의 인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몇가지 인상적인 긴 예화로 강론을 시작합니다.


1.지난 8월1일 10년간 두 교황과 함께한 대변인 우리 나이 75세의 교황청 대변인 롬바르디 예수회 신부에 관한 인물평입니다.


-그는 어떤 종류든 자신이 유명 인사가 되려는 욕구가 전혀 없었다. 그는 자신을 부르는 곳이라면 불평이나 한숨없이 그 자리에 갔고, 그는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다. 그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고,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고, 그는 당신이 만날 수 있는 가장 근사하고 공정한 인간의 완전체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한가지 일만 맡은 적이 없고 대개는 두세 가지 일을 동시에 수행해야 했다. 그는 교황청 비서에대 바티칸 라디오, 바티칸 텔레비전, 예수회의 참사위원 등 다른 인간이라면 하나를 맡아도 상근으로 해야 할 일을 사실상 동시에 4개나 수행했다. 


그는 하루 24시간 언제든 기자들의 질문에 응했으며, 자기가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언제나 정직하게 대답했고, 어떤 기자나 언론사를 편애하거나 언론을 조작하려고 한 적이 전혀 없었다. 그는 지칠줄 모르고 일하는 근로 윤리를 가지고 있었고, 기자단을 포함해 자기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해 진정으로 인간적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롬바르디 신부는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만들지 않았고, 권력이나 영향력을 확보하려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특징인 친절과 관대함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온 삶을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 바쳤다. Grazie per tutto, Padre!(그간 해 주신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신부님!)-


요지의 감동적인, 말 그대로 인간미 넘치는 매력적인 인물 롬바르디 신부입니다. 


2.색다른 예화입니다만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황 퇴계와 조식 남명은 영원한 라이벌이었습니다. 조식 남명의 제자인 정인홍의 어렸을 때 일화입니다.


-정인홍은 어려서 갈천 임훈에게 수학했는데 임훈은 그가 섣달 그믐날 자신의 몸을 꼬집으면서까지 졸음을 견디는 모습을 보고 그를 문하에서 내보냈다. 또 한 때 퇴계 이황을 예방하여 제자로 받아들여줄 것을 청한 적이 있으나, 이황은 그가 더운 날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의관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모습을 보고 스승이 되기를 사양했다. 두 사람 모두 끝내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 않은 것이다. 아무래도 그의 비범함을 상서롭지 못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일화였습니다. 철저하지만 인간미 부족하다고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요. 아마도 뭔지 불길한 인상을 받았음이 분명합니다. 인간미도 타고 나기에 교육으로도 어찌할 수 없기에 두 스승도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 역시 자기에게 온 자들을 모두 제자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자기가 선택했습니다.


3.다음은 재일 조선인 2세로 태어난 서경식 교수의 어머니에 대한 중학교 시절의 추억담입니다.


-내가 진학한 중학교는 교토 교육대학 부속 중학교로 학생들의 가정은 대부분 중산층 이상이었다. 학부모 회의나 부모 모임시 어쩌다 참석했을 때 어머니는 이질적 존재로 취급당했다. 그런 자리에서 어머니는 스스로 비굴한 태도를 보인 적은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어머니가 지닌 훌륭한 개인적 자질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우리를 구원했다.-


‘시의 힘’이란 두꺼운 책을 읽은 후 지금도 선명히 남아있는 서교수 어머니의 일화입니다. 제 어머니 역시 환경 좋은 동서들 앞에서 전혀 주눅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예의를 깍듯이 차리면서도 자연스럽게 침착하게 처신했던 어렸을 때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과연 이런 인간미는 타고 나는 것일까요 길러지는 것일까요.


4.얼마전 나이 40대 말의 옛 초등학교 교사시절의 제자들이 무덥던 날 스승인 저를 찾았고 후에 한 제자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제자들이 함께 힘을 모아 선생님 집무실에 에어콘을 마련하고 싶으니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단호히 사양했겠지만 웬만하면 제자들의 청을 들어주는 것이 인간미가 있을 것 같아 망설이다 사양했습니다. 제자들의 뜻은 너무 고맙지만 29년 동안 에어콘 없이 선풍기로 지내왔고 좁은 집무실에 복잡할 것 같아서 였습니다. 


자연을 나에 맞추는 것보다 자연에 나를 맞추는 것이 심신心身의 건강에도 좋고 순리順理라는 생각이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좀 덥고 불편해도 단순한 삶을 택했습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인간미와 관련하여 잠시 고민했던 일화입니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음은 인간미입니다. 음식마다 맛이 있듯 사람의 인품이 인간미이고 인간미가 매력의 원천이며 품위를 결정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오로 사도의 인간미 넘치는 장면이 인상적입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라는 인간미 넘치는 솔직한 고백에 감격하신 예수님은 그에게 행복을 선언하시며 전적인 신뢰와 더불어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십니다. 그러나 주님의 수난과 부활 예고를 들은 후 베드로의 솔직한 고백 역시 인간미가 넘칩니다. 


“맙소사, 주님! 그런 일은 주님께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주님의 반응 역시 예수님의 인간미가 물씬 풍깁니다. 정확한 분별로 적절한 충격적 꾸짖음 역시 넘치는 인간미의 표현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구나!”-


졸지에 교회의 반석에서 걸림돌로 전락한 베드로입니다. 교정이 없는 공동체는 약한 공동체라는 옛 수도장상의 말씀도 생각이 납니다. 젊은이들의 잘못을 제대로 꾸짖을 수 있는 인간미있는 어른들이 없다는 것도 오늘날의 불행입니다. 아마 예수님의 이런 질책이 있었기에 더욱 인간미 넘친 베드로의 삶이 되었을 것입니다.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인간미 넘치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닌 인간미 넘치는 사람을 당신의 도구로 쓰십니다. 오늘 제1독서의 핵심 구절입니다. 


“나는 그들의 가슴에 내 법을 넣어 주고, 그들의 마음에 그 법을 새겨 주겠다. 그리하여 나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고 그들은 나의 백성이 될 것이다.”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실현되고 체험되는 진리 말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마음에 당신 법을 새겨 주시어 우리 모두 인간미 넘치는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하십니다.


“하느님, 제 마음을 깨끗이 만드시고, 제 안에 굳건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구원의 기쁨을 제게 돌려주시고,

 순종의 영으로 저를 받쳐주소서.”(시편51,12.14).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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