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14. 화요일

성 치릴로 수도자(827-869)와 성 메토디오 주교 순교자(815-885) 기념일

창세6,5-8;7,1-5.10 마르8,14-21



외로운 사람, 의로운 사람

-의로운 삶, 멋있는 삶-



어제 저녁 공동휴게시 바오로 노수사님의 언뜻 스치듯 하던 말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있는 것처럼, 없는 것처럼 살아. 그런데 좀 외로워.”


외로워서 사람입니다. 세월 흘러 나이들어갈수록 ‘있는 것처럼, 없는 것처럼’, ‘산 것처럼, 죽은 것처럼’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이미 생명이 다해서 죽은 것이 아니라 이미 살아서 시작된 죽음입니다. 잊혀져 소외되어 관심에서 떠날 때 살아있어도 주목되지 않고 죽어도 곧 잊혀집니다. 


바로 여기 노년의 외로움이 있습니다. 아니 노년뿐 아니라 젊은 나이에도 희망을 잃고 잊혀져 ‘있는 것처럼, 없는 것처럼’ 존재감 없이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외로움이 급기야는 정신질환을 초래하기도 하고 자살에 이르게도 합니다. 영혼의 병과도 같은 이 대책없는 ‘외로움’은 특히 오늘날 부각되는 화두와도 같은 말마디입니다.


요즘 노욕, 노추라는 말마디도 이런 맥락에서 새롭게 이해하게 됩니다. 비아냥의 대상인 여러 노년의 유명인사들을 보면 그 원인이 외로움에 있음을 봅니다. 존재감 없이 잊혀지내다가 불러주니 너무 고마운 마음에 무분별하게 부귀영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면 분명히 드러납니다. 


젊어서 그렇게 정의롭고 바르게 살던 분들이 노년에 이렇게 변절, 변질된 모습의 궁극 원인은 외로움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끝까지 일관성있게 노년을 곱게 사는 일은 얼마나 중요하고 힘든 일이겠는지요.


오늘 창세기에 묘사되는 하느님의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입니다. 하느님의 좌절, 하느님의 슬픔을 느끼게 합니다. 창세기 독서의 첫마디 묘사가 강렬한 느낌입니다.


‘주님께서는 사람들의 악이 세상에 많아지고 그들 마음의 모든 생각과 뜻이 언제나 악하기만 한 것을 보시고, 세상에 사람을 만드신 것을 후회하시며 마음 아파하셨다.’


역시 오늘날의 현실을 보셔도 하느님의 마음은 이와 똑같을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이라면 성선설이 맞는 것 같은데 타락한 현실을 보면 성악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답은 하나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향할 때는 성선설이지만 하느님을 떠날 때는 성악설입니다. 사람이 하느님을 떠날 때 얼마나 변절, 변질, 부패, 타락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을 일깨우는 주님의 말씀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바리사이들의 누룩과 헤로데의 누룩을 주의하여라.”


우리를 부패, 타락케 하는 누룩과 같은 유혹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금방 빵의 기적을 까맣게 잊고 빵이 없다 수군거리는 제자들을 향한 복음의 주님 말씀은 그대로 우리를 향한 말씀입니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느냐? 너희 마음이 그렇게 완고하냐? 너희는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너희는 기억하지 못하느냐?”


깨어, 제대로 보고, 제대로 들음으로 주님의 선물을 깨닫고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부단히 깨어있지 않아, 부단한 깨달음이 없어, 하느님의 은혜를 까맣게 잊고 지내다 보면 부패와 타락의 누룩에 서서히 몸도 마음도 망가져 가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하느님을 떠난 외로움에 파고드는 유혹의 누룩들에서 기인합니다.


묵상중 우리 말이 얼마나 기막힌지 감사했습니다. ‘외롭다.’와 ‘의롭다’의 차이입니다. ‘맛있다.’와 ‘멋있다.’의 차이와도 흡사합니다. 외로운 삶에서 ‘의로운 삶’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세상 맛을 추구하는 삶에서 하느님 맛을 추구하는 ‘멋있는 삶’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바로 회개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창세기의 타락한 세상에서 하느님께 크나 큰 위안이 된 혜성같은 존재 노아가 우리의 모범입니다. 하느님의 슬픔을 위로해 드리는 노아의 존재입니다. 주님의 기대와 희망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주님의 눈에 든 노아와 같은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노아만은 주님의 눈에 들었다. 노아의 역사는 이러하다. 노아는 당대에 의롭고 흠 없는 사람이었다. 노아는 하느님과 함께 살았다.’(창세6,8-9).


홍수로 세상을 멸망시키기전 가족들과 함께 노아를 방주에 들여보내면서 주님은 또 말씀하십니다. 


“내가 보니 이 세대에 의로운 사람은 너밖에 없구나.”


노아는 주님께서 명령하신 대로 다 하였고, 이레가 지나자 땅에 홍수가 나기 시작합니다.


사실 노아는 누구보다 세상에서 외로운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의롭게 산다는 것은 외로움을 감수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외로웠기에 하느님만을 찾는 의로운 사람이 된 노아임을 깨닫습니다. 어찌보면 삶의 외로움은 의로운 삶으로의 자연스런 하느님의 초대일 수 있습니다. 노아처럼 하느님과 함께 살아갈 때 외로움은 저절로 의로운 삶으로 승화될 것입니다. 유혹과 부패와 타락의 누룩도 깨끗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니 바오로 수사님의 외로움에 대한 답은 나왔습니다. 노아처럼 하느님과 함께 의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삶과 죽음은 어떻게 분별합니까? 주님과 함께 살면 살아있는 것이고 주님을 떠나 살면 죽은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외로움을 의로움으로 변화시켜 주십니다.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은총이 우리 모두 외로움에서 벗어나 주님과 함께 의로운 삶을 살게 합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맛보며 주님과 함께 의로운 삶, 멋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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