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16. 연중 제6주간 목요일                                                                        창세9,1-13 마르8,27-33



계약의 표징,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

-무지개, 십자가-



오늘 창세기의 무지개에 관한 대목을 읽을 때 마다 떠오르는 윌리엄 워드워즈의 무지개라는 시입니다.


-저 하늘 무지개를 보면/내 가슴은 뛰노라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어른인 지금도 그러하고
늙어서도 그러하리/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죽는게 나으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내 하루하루가/자연의 숭고함 속에 있기를-


언제 봐도 참 신비롭고 아름다운 무지개입니다. 하늘과 땅을 잇는 하늘길, 구원길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무지개를 볼 때 마다 나이를 초월해 누구나 설레는 동심을 느낄 것입니다.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우리 마음을 감동케하고 순수하게 합니다. 


작년 8월말 수도권 하늘에 나타난 무지개가 그러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과 무지개 사진을 나눴는지 모릅니다. 바로 이 무지개가 놀랍게도 하느님이 이 세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결의決意를 생각나게 하는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 희망의 표징이라는 것입니다.


사람 수준에 맞추는 하느님의 자기비움의 배려가 놀랍고 고맙습니다. 자신의 기대와 꿈을 접으시고 현실을 받아들여 사람 높이 까지 내려오신 하느님의 겸손한 사랑입니다. 초식에서 육식까지 허용하시며 풍성한 축복을 내려주시니 사람들의 책임감은 더 막중하게 되었습니다. 한가지 분명히 강조되는 것은 남의 피를 흘려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피를 흘린 자, 그자도 사람에 의해서 피를 흘려야 하리라. 하느님께서 당신 모습으로 사람을 지으셨기 때문이다.”


계약의 표징인 무지개와 더불어 떠오르는 오늘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은 다시는 땅을 파멸시키는 홍수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다짐하시며 장엄하게 계약의 표징을 선언하십니다. 하느님의 아이디어가 참 신선합니다. 탁월한 시적, 미적 감각을 지니신 하느님 같습니다.


“내가 미래의 모든 세대를 위하여, 나와 너희, 그리고 너희와 함께 있는 모든 생물 사이에 계약을 세우는 계약의 표징은 이것이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당신과 세상 사이에 계약의 표징인 무지개를 세움으로 스스로 한계를 정하시며 당신 자신도 계약에 충실할 것을 다짐하십니다. 하느님과 우리의 관계는 상호계약의 관계입니다. 문제는 하느님께 있는 것이 아니라 변덕스러운 우리한테 있습니다. 상호간 계약에 항구하고 충실할 때 서로간의 신뢰와 사랑의 일치도 깊어질 것입니다. 계약의 표징의 변천사가 흥미롭습니다. 노아에게는 무지개였고, 아브라함에겐 할례였고, 모세에겐 십계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계약의 완성은 예수님의 빠스카의 십자가에서 절정과 완성에 도달합니다. 구약의 무지개와 신약의 십자가가 참 아름다운 한쌍의 계약의 표징을 이룹니다. 빠스카의 십자가에서 완전히 실현된 계약의 표징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수제자 베드로도 계약의 표징인 십자가에 완전 무지했음을 봅니다. 완전히 눈이 먼 베드로입니다. 


십자가의 죽음과 수난 그리고 부활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믿음의 눈이 활짝 열려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인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깨달을 때만이 비로소 구원의 실현인데 베드로는 이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통쾌한 고백으로 주님을 놀랍고 기쁘게 한 베드로였지만 그리스도에 대해 완전히 오해한 베드로였습니다. 무지에 눈이 먼 베드로는 스승 예수님의 수난예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박하며 만류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우리 인간의 보편적 모습입니다. 베드로의 무지를 일깨우는 주님의 천둥같은 말씀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구나.”


하느님의 일은 생각지 않고 내일만 생각할 때는 누구나 사탄이 됩니다. 그러니 사탄은 누구나의 가능성임을 깨닫습니다. 진정 계약의 표징인 빠스카의 주님을 깊이 깨달아 살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의 자녀요 예수님의 형제들이 됩니다.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인 빠스카의 주님을 알아 볼 수 있는 영안靈眼이 날로 밝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최고의 계약의 표징이자 구원의 표징이 바로 매일 거행하는 이 거룩한 성체성사입니다. 미사중 성찬전례시 축성기도가 오늘 따라 새롭게 마음에 와닿습니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릴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교회 곳곳에 또 제대 정면에 높이 솟아 세워져 있거나 달려 있는 계약의 표징인 빠스카 주님의 십자가를 볼 때 마다 구약의 무지개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계약의 표징인 미사은총으로 우리 마음의 눈을 활짝 열어 주시고 당신과 사랑과 믿음의 관계도 날로 깊게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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