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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4.14. 부활 제2주간 화요일                                                                                                        사도4,32-37 요한3,7ㄱ.8-15


                                                                                  경계(境界)가 없으신 분

                                                                                         -성령의 힘-


어제 원장수사와 대화 중 깨달음이 은혜로웠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일체 하느님에 대한 묵상입니다. 삼위의 하느님 모두가 경계가 없으신, 그대로 사랑과 생명, 자유의 분임을 깨닫습니다. 공동체의 신비는 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은 경계가 없으신 분입니다. 끊임없이 사랑으로, 생명으로 자유롭게 흐르는 분이십니다. 도저히 율법주의의 구획이 적용될 수 없는 분입니다.


듣고 보니 온전히 건강한 수도형제가 저를 포함하여 하나도 없었습니다. 정도와 양상의 차이일뿐 모두가 병자들이었습니다. 아니 깊이 들여다보면 모두가 그러합니다. 모두가 나름대로 본의든 아니든 커다란 십자가 하나씩 지고 삽니다. 사실 때때로 자기 탓없이 타고난, 정체불명의 희귀병을 앓는 형제자매들을 만나다 보면 이런 생각은 더 확실히 자리하게 됩니다. 결국 하느님을 만나 성인(聖人)이 되는 길뿐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개인이든 공동체든 살아있는 하느님의 신비입니다. 고정된 실체가 아닌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하느님의 현존입니다. 작은 요셉수도공동체지만 그대로 세상의 축소판입니다. 세상과 격리 유리된 수도공동체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세상을 떠난듯 하지만 역설적으로 세상 한 복판 중심의 깊이에서 깨어 예언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도공동체입니다. 어제 저녁 식사 때만 해도 형제 셋은 휴가중이고, 형제 셋은 광화문에서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수도자 주최의 추모 미사에 참석했기에, 형제 일곱만 남아 식사했습니다. 광화문 광장의 두 위대한 '애민(愛民)의 사람',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사이에서의 미사가 참 상징적이다 싶었습니다.


마침 어제 읽은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 중 짧은 두 일기문도 감동이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도 냉철하고 단정단단하기가 얼음 같습니다.

"맑음, 옥문을 나왔다"(1597,4,1)

"필공을 불러 붓을 매게 했다"(1597,4,2)

'맑음'은 자신에게 주어진 가혹한 운명을 담담히 받아들이겠다는 심정의 표현이고, '붓을 매게 했다'는 것은 과거에 매이지 않고 내일을 준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런 성군(聖君), 성웅(聖雄)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대한민국임을 생각합니다. 새삼 믿는 이들 모두가 성인(聖人)으로 불림 받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참 성인은 누구입니까? 그 연민의 사랑으로 인해 성부, 성자, 성령의 하느님을 닮아 경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뛰어난 개방성, 유연성, 신축성을 지닌 이들입니다. 바람같고 구름같고 물같은 사람입니다.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바로 예수님처럼 영에서 태어나 사랑따라 부는 바람같은 이가 성인입니다. 참 자유로운 하느님 사랑과 생명의 현존같은 존재들입니다. 사랑으로 자유롭게 흐름이 바람같고 구름같고 물같은 '성령의 힘'입니다. 자유롭게 흐르면서 시기적절한 때 생명의 비가 되어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구름이며, 유유히 흐르면서 메마른 대지에 생명을 주는 강물이고, 봄바람처럼 죽음의 겨울지낸 대지와 나무들을 사랑으로 스치면서 생명의 싹을 티우고 생명의 꽃을 피워내는 성령의 바람입니다.


이런 '사랑의 성령'이 끊임없이 흐르면서 위로하고 격려하고 치유하기에 유지되는 개인이요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성령 바람이 닿지 않는 곳은 아무데도 없습니다. 개인 및 공동체는 물론 세상 속속들이 불고 싶은 데로 불어가는 사랑의 성령 바람입니다. 깨어있어 성령의 흐름에 민감히 호응하는 이들이 바로 성인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서 성령의 바람은 니코데모에게 불었고 사도행전의 신자공동체에 불었습니다.


'사도들은 큰 능력으로 주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고, 모두 큰 은총을 누렸다.“


부활하신 주님의 성령으로 충만한 사도들입니다. 사도행전의 신자공동체는 결코 인간 노력으로 성취한 것이 아닌 순전히 성령의 선물로 주어진 유토피아 공동체임을 깨닫습니다. 인류역사상 인간이 시도했던 유토피아 세상을 위한 폭력적 혁명은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오직 부활하신 주님의 성령의 힘으로 유일하게 성공한 사도행전의 유토피아 공동체입니다. 진정 꿈의 공동체, 지상에 실현된 하느님의 나라 공동체는 성령의 선물입니다. 성령의 사랑으로 충만할 때 성인이요 유토피아 공동체입니다.


"신자들은 모두 한마음 한뜻이 되어, 아무도 자기 소유를 자기 것이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하였다. 그들 가운데 궁핍한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땅이나 집을 소유한 사람은 그것을 팔아서 받은 돈을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놓고, 저마다 필요한 만큼 나누어 받곤 하였다.“


성령의 열매 공동체입니다. 여기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수도공동체들이요 심지어는 공산주의 사상 역시 여기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위대한 성령의 힘이요, 경계가 없이 사랑과 생명으로 불고 싶은 데로 부는 성령의 바람, 사랑의 바람, 생명의 바람입니다. 주님을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를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어 내적일치와 더불어 위로와 치유의 구원을 선사하십니다.


"주님, 이 거룩한 파스카 신비로 구원을 이루시니 이 미사가 저희에게 영원한 기쁨의 원천이 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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