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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5.10. 부활 제7주간 화요일                                                                     사도20,17-27 요한17,1-11ㄴ


                                                                 내 삶의 고별사告別辭는?


오늘에 이어 내일까지 복음은 예수님의 고별사, 독서는 바오로의 감동적인 고별사입니다. 마치 죽음을 앞두고 삶을 정리하는 듯 지금까지의 삶이 아름답게 요약되고 있으며 마치 유언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례식때의 고별사도 있고, 삶을 마감하며 남은 이들에게 남기는 유언같은 고별사도 있고, 은퇴하며 남기는 고별사도 있고, 학교 졸업식 때 재학생들의 송사에 이은 졸업생들의 고별사의 성격을 띠는 답사도 있습니다. 


얼마전 피정지도때 만난 여제자의 35년전 초등학교 졸업식 때의 답사를 감동깊게 다시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6학년 졸업반의 선생님이자 글짓기 지도교사였고, 한 피정 중인 자매가 답사를 교정하여 써준 원고를 갖고 와서 원고를 보여줬습니다. 1981년 14세의 졸업생이었는데 35년이 지난 지금은 49세의 열심한 성서봉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34년이 지난 누렇게 바랜 원고를 어떻게 지금까지 보관했느냐고 물었더니 아버지가 잘 보관했다가 결혼할 때 고스란히 전해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말무터 해야 될까요? 이루 헤아릴수 없는 여러 생각들로 저희들의 가슴은 차고 넘칩니다. 희망찬 미래에 웃음짓자 다짐지만 헤어지는 아쉬움에 슬퍼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희들은 자랑스런 마음으로 큰 언니답게 개교후 3년 동안 묵묵히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가꾸어 왔습니다. 이렇게 기쁨과 고통을 함께하며 지내온 학교였기에 우리의 정도 더욱 깊은가 봅니다.”


로 시작되는 제 글씨로 교정해준 원고였기에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여 즉시 여제자에게 원고를 소리내어 읽어보라 했고, 졸업식때 제대로 듣지 못한 답사를 감회도 새롭게 들은 기억이 감미롭게 남아있습니다. 답사 원고는 제자가 선물로 주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과거없는 현재도 미래도 없습니다. 어떤 형태든 진정성이 가득 담긴 고별사는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지난 삶을 정리하면서 새롭게 미래를 계획하고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여 피정지도 때는 가끔 묘비명이나 유언을 써보고 나누는 시간도 갖게 하곤 합니다. 시간되면 삶을 마감하기에 앞서 고별사도 써 두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에겐 ‘하루하루 살았습니다’라는 자작시가 고별사처럼 느껴집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고별사를 대신하는, 세상을 떠나며 마지막으로 삶을 종합하며 드리는 예수님의 기도는 얼마나 장엄하고 아름다운 지요. 온통 하느님의 영광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당신 자신을 위한 기도에 이어 제자들을 위한 기도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아들이 아버지께서 주신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도록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 대한 권한을 주셨습니다. 영원한 생명이란 홀로 참 하느님이신 아버지를 알고 아버지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입니다. 

아버지께서 저에게 하라고 맡기신 일을 완수하여, 저는 땅에서 아버지를 영광스럽게 하였습니다. 저는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을 위하여 빕니다. 저는 더 이상 세상에 있지 않지만 이들은 세상에 있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갑니다.”


당신 제자들은 물론 오늘의 우리를 위한 예수님의 감동적인 고별사입니다. 그대로 평생 삶을 요약하는 예수님의 고별사입니다.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처음처럼, 평생처럼 치열하게 사셨던 예수님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을 향한 바오로 사도의 고별사 역시 감동적입니다.


“나는 유다인들의 음모로 여러 시련을 겪고 눈물을 흘리며 아주 겸손히 주님을 섬겼습니다. 그리고 유익한 것이면 무엇하나 빼놓지 않고 회중 앞에서 또 개인 집에서 여러분에게 알려주고 가르쳤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을 다 달려 주 예수님께 받은 직무, 곧 하느님 은총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다 마칠 수만 있다면, 내 목숨이야 조금도 아깝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바오로 사도 두 분 다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최선을 다한 삶이었음을 봅니다. 하루하루 하느님 맡겨주신 사명에 충실했기에 이런 아름답고 감동적인 고별사입니다. 어제 일간신문에서 읽은 요절한 천재 가수 김광석의 노래를 하이데거 철학에 관련시켜 해설한 서울대 철학교수의 글도 좋은 묵상감이었습니다.


“김광석이 아픔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했다면, 하이데거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라고 했습니다. 삶에서 가장 큰 아픔, 즉 죽음을 체험하며 사는 것만이 진정한 삶, ‘실존’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죠.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고 느끼는 사람, 시간의 유한성을 생각하는 사람만이 순간을 중요하게 여기며 절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여 사부 성 베네딕도의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규칙4,47).’는 권고가 더욱 빛납니다. 늘 죽음을 목전에 두고 하루하루 하느님께서 맡겨 주신 사명에 충실했던 결과가 오늘 예수님과 그분의 사도 바오로의 감동적인 고별사임을 깨닫습니다. 결국은 내 삶의 고별사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각자 맡겨주신 사명을 일깨워 주시고 그 사명에 충실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주님은 날마다 찬미받으소서. 우리 짐을 지시는 하느님은 우리 구원이시다. 우리 하느님은 구원을 베푸시는 하느님, 죽음에서 벗어나는 길, 주 하느님께 있네.”(시편68,20-2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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