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神의 한 수手-2016.1.15. 금요일 왜관수도원의 수호자

by 프란치스코 posted Jan 15,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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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5. 금요일 왜관수도원의 수호자 

                                                 사부 성 베네딕도의 제자들 성 마오로와 성 쁠라치도 기념일

                                                                                                              1사무8,4-7.10-22ㄱ 마르2,1-12


                                                                           신神의 한 수手


어제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많은 이들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시대의 어른’, 김종인(76) 전 경제수석이 14일 '더불어 민주당'의 선대위원장으로 전격 영입됨을 알리는 기사 댓글들에는 ’신의 한 수’라는 찬사가 빗발쳤습니다. 


여기서 영감받아 오늘 강론 제목은 ’신의 한 수’로 했습니다. 예를 들면 마치 야구 경기에서 패색이 짙어갈 무렵 마지막 9회말쯤해서 선수 투입을 잘 해 만루 홈런쯤 날려 전세를 역전시키는 경우에 해당된다 하겠습니다. ‘신의 한 수’라는 어감 자체도 참 통쾌, 유쾌, 상쾌합니다.


오늘 사무엘 상권의 내용이 참 흥미진진합니다. 사무엘 예언자와 하느님의 처지가 말그대로 진퇴양난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왕을 갖게 해달라는 왕정제도에 대한 요구가 워낙 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무엘 상권 8장에서 12장까지는 왕정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와 긍정적인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7,8,12장은 왕정제도에 비판적이나, 9,10,11장은 왕정제도에 호의적입니다. 


통치할 임금을 정해달라는 이스라엘 원로들의 청에 마음이 몹시 얹짢아진 사무엘은 주님께 기도했고,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주님은 그들의 청을 들어주라 하십니다. 사무엘뿐 아니라 하느님의 내심도 많이 서운했음을 감지합니다. 


“그들은 사실 너를 배척한 것이 아니라 나를 배척하여, 더 이상 나를 자기네 임금으로 삼지 않으려는 것이다.”


사람을 왕으로 한 왕정제도냐 하느님을 왕으로 한 신정제도냐 참 어려운 선택입니다. 이상으로보면 신정제도같고 현실로보면 왕정제도같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사무엘을 통해 왕정제도에 예견되는 폐해를 낱낱이 열거합니다.


1.왕은 너희의 아들들을 데려다가 자기 병거와 말 다루는 일을 시키고, 병거 앞에서 달리게 할 것이다.

2.그는 너희들은 천인대장이나 오십인대장으로 삼기도 하고, 그의 밭을 갈고 수확하게 할 것이며, 무기와 병거의 장비를 만들게 할 것이다.

3.그는 너희들의 딸들을 데려다가, 향제조사와 요리사와 제빵 기술자로 삼을 것이다.

4.그는 너희들의 가장 좋은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밭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5.그는 너희들의 곡식과 포도밭에서도 십일조를 거두어, 자기 내시들과 신하들에게 줄 것이다.

6.그는 너희들의 남종과 여종과 가장 뛰어난 젊은이들, 그리고 너희들의 나귀들을 끌어다가 자기 일을 시킬 것이다.

7.그는 너희들의 양 떼에서도 십일조를 거두어 갈 것이며 너희들마저 그의 종이 될 것이다.


그대로 독재자들이나 전제국가를 통해 역사적으로 실증이 된 사실이 아닙니까? 이런 독재자 왕의 횡포와 폐해가 이렇게 예견되는 데도 스스로 왕의 노예가 되겠는가 사무엘은 물었지만 백성의 반응은 요지부동, 완강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임금이 꼭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우리는 다른 민족들처럼, 임금이 우리를 통치하고 우리 앞에 나서서 전쟁을 이끌 수 있을 것입니다.”


백성들의 간청 역시 현실입니다. 필리스티안들에게 뼈아픈 패배가 결정적이었던 같습니다. 자식이기는 부모 없다고 백성들의 청을 들어줬지만 주님이나 사무엘은 백성들이 장차 독재자 왕에 의해 겪을 고통을 생각하며 마음은 몹시 아프고 씁쓸했을 것입니다. 일단 야구로 하면 백성들이 하느님께 승리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9회말 신의 한 수, 예수님을 예비하셨고 마침내 만루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하느님의 회심會心의 일착一着, 신의 한 수입니다. 문제는 왕정제도나 신정제도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신의 한 수 예수님으로 인해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했고 마침내 오늘날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시작함으로 왕정제도와 신정제도를 넘어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신의 한 수 예수님으로 인한 하느님 나라가 영원한 대안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동료들의 믿음 덕분에 영육이 치유 받아 새로난 중풍병자가 상징하는바 하느님 나라의 백성입니다.


“얘야, 너는 죄를 용서받았다.”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 들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거라.”


죄의 용서를 통한 영혼의 치유와 이어 육신의 치유로, 전인적 치유의 구원으로 하느님의 나라의 백성이 된 중풍병자입니다. 이에 모든 사람이 크게 놀라 하느님을 찬양하며, “이런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말했다니 그 파급 효과가 참으로 컸을 것입니다. 아마 이 치유 기적을 목격한 사람들에게는 그대로 하느님 나라의 체험이었을 것이고 역시 놀라운 내적변화가 뒤따랐을 것입니다.


신의 한 수인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신의 한 수로 놀라운 치유기적을 일으키셨습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예수님을 닮은 모든 성인들 역시 신의 한 수며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 역시 하느님이 세상에 보내 주신 꼭 필요한 신의 한 수 같은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신의 한 수에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게 하시며 하느님의 나라를 실현시키십니다. 


“주님, 당신 자애를 영원히 노래하리이다.”(시편89,2ㄱ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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