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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8.25. 연중 제21주간 화요일                                                                                                   1테살2,1-8 마태23,23-26


                                                                                 자존감, 정체성, 분별력


오늘 독서와 복음 묵상 중 문득 떠오른 주제는 ‘자존감과 분별력’입니다. 자존감과 좋은 분별력은 함께 간다는 것입니다. 교육의 핵심도 자존감 함양에 있습니다. 자존감이 약하면 제대로 분별도 못합니다. 자존감이 좋아야 진정 겸손할 수 있고 제대로 분별할 수 있으며, 비겁하거나 비굴하게, 야비하게 처신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가난이나 능력의 유무에 상관없는 것입니다. 


가난해도 부모의 삶이 반듯하고 사랑이 많으면 자존감 높은 자녀로 키울 수 있는 것입니다. 공부는 못해도 자존감이 높으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얼마전 읽은 불편하나 깊이 성찰케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래전 한 미 국무성 관리의 발언이 떠오른다. "북조선은 밉지만 '우리의 존경할만한 적' (our respectful foe)이고, 남한은 곱지만 '우리가 무시하는 동맹' (our despising ally)이다" 이제는 별로 이상히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의 민족 자존감이 마비된 상태이다.-


국가간은 물론 개인이나 공동체에도 대체로 확인되는 진리입니다. 우리가 자존감이 약해 스스로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소홀히 함부로 대하면 이웃도 우리를 무시하고 소홀히 대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인간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냥 인간의 보편 진실입니다.


많이 사랑받고 사랑받을 때 절로 높아지는 자존감입니다. 역시 자존감 함양에는 신뢰와 격려, 인정과 존중의 사랑밖에는 없습니다. 사랑과 함께 가는 자존감임을 깨닫습니다. 또 자존감은 정체성과 함께 갑니다. 자존감이 높아야 정체성 또렷한 행복한 참 나를 살 수 있고 이어 좋은 주체적 판단의 좋은 분별의 지혜입니다. 사랑-자존감-정체성-분별력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봅니다.어제의 경향신문 사설의 일부를 나눕니다. ‘인성함양도 나라사랑도 의무교육하라는 정부’라는 제하의 사설입니다.


-정부가 이른바 인성교육에 이어 나라사랑교육을 강화하는 이른바 ‘애국교육법’제정을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성과 마찬가지로 나라사랑하는 마음도 법으로 진흥되는 게 아니다. 발상자체가 시대 착오적이다. 애국심은 주입과 강요에 의한 획일적 교육이 아니라 민주적 시민교육 과정에서 스스로 배양되도록 하는 것이다.-


날로 피폐해지는 청소년의 인성의 현실을, 날로 희박해지는 청소년의 애국심의 현실을 깨달은 정부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법제정과 교육의 강화도 하나의 방법이겠지만, 보고 듣고 배우는 삶의 현장이 우선입니다. 정말 많이 사랑받고 사랑하는 자존감 높고 행복의 질이 높은 공정과 상식이 지배하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와 학교와 가정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절로 인성은 좋아질 것이고 나라사랑도 커질 것입니다.


서두가 길었습니다. 자존감으로 하면 예수님과 바오로는 최정상급입니다. 오늘 독서의 바오로 일행과 복음의 주님으로부터 불행을 선고받는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충만한 자존감에 분별의 지혜를 겸비한 바오로 일행의 당당함과 의연함과 자유로움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추호의 두려움도 불안도 없습니다. 이들을 대표한 바오로의 고백이 감동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인정하여 맡기신 복음을 그대로 전합니다.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마음을 시험하시는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한 번도 아첨하는 말을 하지 않았고 구실을 붙여 탐욕을 부리지도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 그 증인이십니다. 우리는 사람들에게서 영광을 찾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자녀들을 품에 안은 어머니처럼 온화하게 처신하였습니다.”


오늘날 사제들의 사목선언서로 택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감동적인 금과옥조의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여,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려는,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샘솟는 자존감이요 분별의 지혜임을 봅니다. 이와는 대조적인 것이 복음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입니다. 자존감과 분별력은 바닥을 칩니다. 


이들에 결정적으로 결핍된 것이 기득권에 안주하다 보니 현장삶의 치열성이 송두리째 빠졌다는 것입니다. 이들에게 꼭 적용하고 싶은 말이 분별력의 결핍을 뜻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 본말전도本末顚倒요, 자존감의 결핍을 뜻하는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삶입니다. 하여 주님은 이들을 위선자, 어리석은자라 하며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너희가 박하와 시라와 소회향은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자비와 신의처럼 더 중요한 것들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너희는 작은 벌레들을 걸러내면서 낙타는 그냥 삼키는 것이다.”


그대로 분별력 결핍의 주객전도, 본말전도의 어리석은 행위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어 주님은 이들의 속과 겉이, 안과 밖이 다른 표리부동表裏不同의 위선적 현실을 예리하게 지적하십니다.


“너희가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하지맘, 그 안은 탐욕과 방종으로 가득차 있다. 먼저 잔속을 깨끗이 하여라. 그러면 겉도 깨끗해 질 것이다.”


바로 이것이 표리부동의 보편적 인간현실입니다. 속이 깨끗하면 저절로 겉도 깨끗해 집니다. 진정 하느님 중심의 자존감 높은 진실한 삶만이 표리부동의 삶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가 자존감과 분별력의 원천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시고, 분별력의 지혜를 선사하시며, 표리부동의 위선적 삶을 치유해 주시어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께 나아가면 빛을 받으리라. 너희 얼굴에 부끄러움이 없으리라.”(시편34,6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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