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7.5. 수요일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아드레아 사제 순교자(1821-1896) 대축일

2역대24,18-22 로마5,1-5 마태10,17-22


순교적 삶

-믿음, 희망, 사랑-


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대축일입니다. 순교 성인들의 삶은 우리 믿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줍니다. 삶의 좌표를 보여주는 성인들입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순교 성인은 만25세 참 짧은 나이로 순교하셨지만 그 열절한 삶은 여전히 큰 울림을 줍니다. 


새삼 ‘얼마나’가 아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건강과 장수가 결코 자랑이 될 수 없음을 봅니다. 아니 때로 오히려 부끄러움이, 욕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 교회의 고전적, 시인 사제 고 최민순 작사에 음악인 사제 고 이문근 작곡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노래’(성가287)는 언제 들어도 감동을 줍니다. 5절까지 전부가 감동이지만 우선 1절과 4절만 나눕니다.


-서라벌 옛터전에 연꽃이 이울어라/선비네 흰옷 자락 어둠이 짙어갈 제

 진리의 찬란한 빛 그몸에 담뿍 안고/한떨기 무궁화로 피어난 님이시여


 한강수 굽이굽이 노들이 복되도다/열두칼 서슬아래 조찰히 흘리신 피

 우리의 힘줄안에 벅차게 뛰노느니/타오른 가슴마다 하늘이 푸르러라-


늘 푸른 하늘 같은 순교성인들의 하느님 향한 충절의 사랑입니다.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입니다. 우리 가톨릭 신자들의 혈관안에 면면히 흐르는 순교자들의 믿음입니다. 순교적 삶은 하느님께 대한 신망애信望愛, 즉 믿음, 희망, 사랑의 삶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께 대한 신망애의 삶이야말로 우리 삶의 의미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제2독서 로마서가 신망애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첫째 믿음의 삶입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된 우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더불어 평화를 누립니다(로마5,1).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새롭게 확인하는 진리입니다. 믿음으로 의롭게 될 때 비로소 주님의 평화를 선물로 받습니다. 믿음 덕분에 우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가 서 있는 은총속으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로마5,2ㄱ). 이런 믿음은 저절로가 아닌 끊임없는 회개를 통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을 당신께 돌아오게 하시려고 그들에게 예언자들을 보내셨다. 이 예언자들이 그들을 거슬러 증언하였지만, 그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역대하24,19).


예나 이제나 반복되는 불신의 세상입니다. 하여 오늘 여호야다 사제의 아들 즈카르야처럼 예언자들은 그대로 순교자들이 됩니다. 끊임없이 하느님께 돌아오도록 회개를 촉구하는 순교자들은 그대로 회개의 표징이자 믿음의 표징입니다. 두려움, 걱정, 근심도 결국은 믿음의 부족에 기인합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마태10,19-20).


믿음은 빛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믿을 때 믿음의 빛은 두려움과 걱정의 온갖 어둠을 몰아낼 것입니다.


둘째, 희망의 삶입니다.

희망 없는 곳이 지옥입니다. 하느님만이 우리의 궁극의 미래이자 희망입니다.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는 이는 결코 절망하는 일이 없습니다. 낙관적 긍정적인 순교적 삶은 모두 이런 희망에 근거합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에 참여하리라는 희망을 자랑으로 여깁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환난도 자랑으로 여깁니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환난을 인내를 자아내고, 인내는 수양을, 수양은 희망을 자아냅니다.’(로마5,2ㄴ-4).


이런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 있어 순교의 은총입니다. 성 김대건 사제의 순교를 앞두고 주교님께 보낸 옥중서신 마지막 대목 희망의 고백도 감동입니다.


“이제 저는 진심으로 각하의 발아래 엎디어, 저희 사랑하올 부친이요 공경하올 주교님께 마지막 하직의 인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베시 주교님과 안 신부님에게도 공손히 하직을 고하옵니다. 이후 천당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예수를 위하여 옥에 갇힌 탁덕 김 안드레아-


25세의 청년 사제 김대건 사제의 마지막 하직인사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희망이 배경을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성 김대건 사제보다 곱절을 훨씬 넘어 살고 있는 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환히 비춰주는 거울같은 장면입니다. 즈카르야 사제의 순교직전의 “주님께서 보고 갚으실 것이다.”(역대하24,22ㄴ)라는 고백 역시 하느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었기에 가능합니다.


셋째, 사랑의 삶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아니라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이 있어 순교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샘에 연결되어 있을 때 샘솟는 사랑입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로마5,5).


하느님의 사랑안에 살면서 하느님 사랑에 목말라 하는 참 어리석은 사람들입니다. 어디나 충만한 하느님의 사랑에 마음만 활짝 열면 성령을 통해 우리 마음에 부어지는 하느님의 사랑입니다. 특히 이 거룩한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이런 사랑의 힘이 어떤 역경중에도 우리를 끝까지 견뎌낼 수 있게 합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마태10,22).


우리 마음 안에 부어진 하느님의 사랑이 끝까지 견뎌 구원을 받을 수 있게 합니다. 신망애의 하느님입니다. 하느님은 빛입니다. 믿음의 빛, 희망의 빛, 사랑의 빛입니다. 이런 하느님 신망애의 빛이 우리 안의 온갖 두려움, 불안, 걱정의 어둠을 몰아냅니다. 하여 신망애의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게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마음에 당신 사랑을 가득 부어주시어 우리 모두 신망애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해苦海인생이 아닌 축제祝祭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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