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6. 금요일(말씀의 성모 영보 수녀원 피정 2일째)

                                                                                         성 바오로 (1564-1597)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히브13,1-8 마르6,14-29

 

                                                                        천국에서 천국으로

                                                                          -한결같은 삶-

 

산티아고 순례후 귀국날(2014.10.8.), 그리고 11.12일 뉴튼수도원에 갈 때의 태평양 상공에서 쓴 강론에 이어 세 번째 '하늘에서' 쓰는 강론입니다. 제 노트북 앞, 의자 뒷면에는 항공지도가 있어 뉴욕에서 서울까지의 비행경로를 실시간 한 눈에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가 비행기를 탈 때면 내내 확인하는 비행경로의 지도입니다. 아무리 봐도 싫증나지 않고 신기합니다. 그 먼거리의 목적지를 향해 한결같이 날아가는 비행기의 모습이 그대로 막막한 사막의 고독 중에 하느님을 찾아가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오늘 강론은 일기체입니다. 오늘 미국시간 2015.2.4.일 한밤중 01시에 일어나 맨손체조와 샤워 후, 2015.2.5.일 강론쓰기에 이어 짐싸기를 완료했고, 05:20분경 홈페이지에 강론을 올렸습니다. 5:20-5:50분까지는 성전에 가서 무릎꿇고 감사의 기도를 올렸고 마지막으로 뉴튼수도원 형제들과 함께 성무일도를 바쳤습니다. 이어 07:00-07:30분까지 86일의 뉴튼수도원에서의 내적순례여정을 마치면서 마지막 미사를 주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개무량합니다. 제 생애, 제 수도여정중 가장 행복했던 날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처럼 예수님은 고향과 친척과 가족들에게 환영을 받지 못했지만, 저는 86일 동안 내내 뉴튼수도형제들의 따뜻한 환영과 사랑의 환대를 받았습니다.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한, 사막의 영성을 체득한 기쁘고 행복한 날들이었습니다. 하여 오늘 이 미사는 감사미사이자 뉴튼수도원을 위한 미사가 되겠습니다.“

 

미사 시작하면서의 간단한 멘트입니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지요. 잘 살고 못 살고의 사람의 판단은 얼마나 터무니 없는 착각이요 교만인지요. 여기 '사막'같기도 하고 '섬'같기도 한 수도원에서 형제들의 삶은 그 자체가 마음 짠하게 하는 가난입니다. 하느님만이 희망인 가난한 수도자들, 바라볼 수록 물밀 듯 밀려오는 연민의 사랑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제도 오늘도 또 영원히 같은 분이십니다.“(히브13,8).

참 위로가 되는 히브리서 주님의 말씀입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그 다음날도 영원히 같은 분이시며, 영원히 함께 계신 예수님과 우정을 깊이하며 시종여일 한결같은 삶을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바로 이게 살아있는 순교자의 삶입니다. 피흘리는 직접적 순교의 비상한 순교만 있는 게 아니라 대부분은 이런 평범한 순교적 삶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사랑을 일깨워 주고 살아 간 우리의 성인들을 기억하십시오. 그들이 어떻게 살다 죽었는지 살펴보고 그들의 믿음을 본 받으십시오. 이런 믿음을 본받을 때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는 은총도 받습니다. 

 

일출(日出)의 아침 노을도 아름답지만 일몰(日沒)의 석양은 더 아름답고 신비합니다. 때로는 일출과 일몰이 구별되지 않습니다. 스페인 피스텔라에서의 일몰이 그랬고 뉴튼수도원에서 일몰이 그랬습니다. 바로 성인들의 삶이 이러했습니다. 한결같은 순교적 삶을 사는 우리도 이렇게 처음과 끝이 아름답고 신비로울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주님의 나의 빛, 나의 구원, 나 누구를 두려워하랴? 주님은 내 생명의 요새, 나 누구를 무서워하랴?"(시편27,1).

바로 사막같은 인생, 순교적 삶을 가능케 하는 시편의 고백입니다. 오늘 복음의 순교자 세례자 요한도, 또 오늘 순교축일을 지내는 일본의 순교성인들도 이런 시편을 고백하며 일상의 평범한 순교적 삶에 항구했기에 거룩한 순교의 죽음을 맞이했음이 분명합니다. 

 

웬만한 믿음의 내공이 아니곤, 평상시의 충실한 순교적 삶이 아니곤 이런 피흘리는 순교는 어렵습니다. 주님 사랑의 절정의 표현이 바로 이런 순교입니다. 하여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3일 바티칸 시성성회의에서  남미 해방신학의 상징 로메로 대주교를 순교자로 선포했고, 이제 시복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합니다.

 

뉴튼수도원에서 뉴욕공항까지 07:45-11:00기 까지 장장 3시간을 사랑하는 도반, 송 바르나바 수사와 유 마티아 수사가 운전봉사를 해줬습니다. 순간 떠오른 오늘 강론의 주제, '천국에서 천국으로'입니다, 지상의 천국에서 저승세계에로의 천국이 아니라 이승에서 이미 '천국에서 천국으로'의 여정입니다. 

 

모든 자리가 하느님 계신 꽃자리이기에 미국의 '뉴튼수도원' 천국에서 한국의 '말씀의 영보 수녀원' 천국으로의 이동입니다. '천국에서 천국으로'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진정 한결같은 믿음의 삶을 사는 모든이들에게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말씀의 영보수녀원과는 인연이 깊습니다. 작년 안식년이 시작되면서 시작한 연피정이 올해 안식년이 끝나기 직전 또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뉴욕공항에 전송나온 채 글라라 자매가 또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뉴튼수도원에 있는 동안 정성을 쏟아주다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없는 돈에 선물을 싸들고 공항에 나온 자매입니다. 하느님은 분명 채 글라라 자매의 부족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공항 탑승구에서 제가 사라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며 손을 흔들어 주던 유마티아 수사와 송바르나바 수사가 강론을 쓰는 지금도 눈에 밟힙니다. 아니 뉴튼수도원에 있는 가난한 모든 수사들이 한참동안 눈에 밟힐 것입니다. 

 

'눈에 밟히기는' 우리 요셉수도원의 정요한 세례자 수사가 2년전 44세의 젊은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러했습니다. 오늘 복음의 순교자, 요한 세례자를 보니 생각납니다. 말그대로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예수님과 함께 가난하게 한결같이 순교적 삶을 살아가는 우리 수도형제자매들입니다. 이런 우리가 하느님께는 늘 눈에 밟히겠지요. 

 

마침 갑자기 생각이 나 태평양 상공 하늘 높이 날면서 뉴튼수도원에 체류하는 약 3개월 동안(2014.11.11.-2015.2.5일) 썼던 강론을 여러 시간 읽으며 제가 저에게 감동했고 즉시 하느님께 감동했습니다. 하느님이 열정과 영감을 주셨기에 가능했던 매일 묵상 강론입니다. 하루를 처음처럼, 평생처럼 산 느낌입니다. 

 

오늘 아침 뉴튼수도원을 떠나기전 사무엘 원장신부에게 겸손히 강복을 청해 받은 것도 참 잘했다 싶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이런 생각을 주신 분도 주님이심을 깨닫기에 감사와 기쁨입니다. 이 강론은 2.6일 수녀원 피정지도 첫날의 강론이 될 것이고, 2.5일 미사는 수녀원에 도착하는 대로 드릴수 있도록 제의방에 조촐히 준비해 달라고 비비안나 비서 수녀님에게 부탁해 놨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태평양 상공 하늘로부터 이 수철 프란치스코 신부가 여러분 모두에게 강복을 드립니다.

 

                                -한국시간 2.5일 하늘에서 오전 03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에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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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자아빠 2015.02.06 05:48
    아멘! 신부님 한국에 오심을 감사드립니다.
    항상 영육간에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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