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2.9. 성녀 스콜라 스티카 대축일

                                                           -이 양자 말티나 서원 50주년 금경축 미사-

                                                                                           호세2,16.21-22 묵시19,1.5-9 루카10,38-32


                                                                    복福된 관상적觀想的 삶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축일미사를 지낼 때마다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 성 베네딕도의 누이 성녀 스콜라 스티카 대축일은 더욱 그러합니다. 이번 성녀의 대축일은 어제의 설날과 내일의 사순시기 첫날 ‘재의 수요일’ 사이, 참 절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고, 이양자 말티나 수녀님의 서원 50주년 금경축 미사를 봉헌하기에 의미가 깊습니다.


평생 ‘뿌리살이’에 충실하고 항구했던 수녀님이십니다. 약 20일전 수녀님에 관한 약력을 읽었습니다. 그대로 관상과 활동의 리듬에 따른, 그러나 관상적 삶이 주류를 이룬 뿌리살이, 숨겨진 삶이었음을 발견했습니다. 대구수녀원에서의 주방 소임에 이어 바느질방, 그리고 서울 수녀원에서도 주로 본원의 바느질방 소임이었습니다. 


뿌리살이 원형의 숨겨진 삶의 대표적 소임지가 바로 주방이요 바느질방입니다. 서원후 50년동안 한결같이 뿌리살이에 충실한 결과 마침내 오늘 하느님으로부터 서원 금경축, 삶의 금메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오래전(1999.1.2.)에 써놓은 ‘뿌리없이는 꽃도 없다’란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뿌리 없이는 꽃도 없다

 뿌리로 살아야지/세월속에 묻혀 뿌리로 사는거야


 꽃사랑으로/피어날 때까지/기다리며/뿌리로 사는거야

 뿌리살이 고달플 때/꽃사랑 추억으로/갈증축이며


 하늘사랑 꽃으로 피어날/그날 그리며/뿌리로 사는거야

 뿌리없이는 꽃도 없다-


마침내 50년 뿌리살이가 하늘사랑 꽃으로 활짝 피어난 바로 오늘입니다. 수녀님 약력과 더불어 오늘의 두 개의 독서와 복음도 받아 읽으며 즉시 강론의 가닥도 잡혔습니다. 1독서에선 ‘광야의 삶’, 2독서에선 ‘찬미의 삶’, 그리고 복음에선 ‘환대의 삶’이 떠올랐습니다. 그대로 베네딕도 수도회의 복된 관상적 삶의 뼈대가 되는 내용들이자 수녀님의 서원 50주년 삶을 요약하는 듯 반가웠습니다. 


첫째, ‘광야廣野의 삶’입니다.

그 어디에서 살아도 삶의 본질은 외롭고 쓸쓸한 광야입니다. 고독과 침묵의 광야입니다. 복된 광야의 삶이 될 수 있음은 광야의 중심에 하느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여 우리 삶을 정의하면 광야인생순례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녀님의 1962.9.21.이후 오늘까지의 약력을 통해 수녀님의 광야순례여정은 말 그대로 부단한 회개의 여정, 믿음의 여정, 순종의 여정, 겸손의 여정, 비움의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의 하느님을 만나 우정을 깊이하면 성인이지만, 하느님을 만나지 못해 희망과 기쁨을 잃으면 괴물이나 폐인이 될 수 있는 우리들입니다. 오늘 호세아 제1독서에서도 광야는 주님과 사랑의 우정을 깊이하는 장소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여자를 달래어 광야로 데리고 가서 다정하게 말하리라. 나는 너를 영원히 아내로 삼으리라. 정의와 공정으로써, 신의와 자비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 또 진실로써 너를 아내로 삼으리라. 그러면 네가 주님을 알게 되리라.”


아내가 상징하는 바, 바로 광야순례여정중에 있는 우리 수도자들 모두요, 우리 각자를 향한 주님의 다정한 말씀입니다. 이양자 말티나 수녀님은 위 주님의 약속 말씀을 믿고 주님과 사랑의 우정을 깊이 하셨기에 광야여정중에도 그대로 하늘나라를 사셨습니다.


둘째, ‘찬미讚美의 삶’입니다.

하느님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찬미의 그리스도교요, 찬미의 사람들인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누가 저에게 ‘무슨 기쁨으로 사느냐?’ 묻는다면 저는 지체없이 ‘하느님 찬미의 기쁨으로 살아간다’고 고백합니다. 바로 우리 분도수도자들의 자랑스런 고백입니다. 


오늘 제2독서 묵시록은 그대로 찬미가의 결정체입니다. 우리 수도자들은 매주일 제2저녁기도시 천상의 성인들과 함께 다음 묵시록의 할렐루야 찬미가를 바치며 하느님의 승리를, 우리의 승리를 노래합니다.


“하느님의 모든 종들아, 낮은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하느님을 경외하는 모든 이들아, 우리 하느님을 찬미하여라.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자. 어린양의 혼인날이 되어 그분의 신부는 몸단장을 끝냈도다.”


어린양의 혼인잔치를 상징하는 이 거룩한 미사에 참여하여 그분의 신부들이 되어 하느님께 승리의 찬미가를 부르는 우리들입니다. 첫 서원후 오늘까지 50년 동안 어린양의 신부가 되어 평생 대부분을 숨겨진 바느질방에서 관상적 찬미의 삶에 항구했던 이양자 말티나 수녀님입니다.


셋째, ‘환대歡待의 삶’입니다.

환대는 우리 분도회의 중요한 영성입니다. 정주에 자연스레 뒤따르는 환대요 환대를 통한 선교입니다. 전례를 통해 주님을 환대할뿐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을 환대하며 주님을 만나는 우리들입니다. 


환대의 집인 수도원이요 환대의 사람들인 수도자들입니다. 전번 대구수녀원 피정지도때 만난 베타니아 부원장 수녀님의 ‘베타니아’라는 수도명을 극찬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라자로, 마르타, 마리아의 집 이름인 베타니아는 그대로 환대의 집, 환대의 사람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이양자 수녀님 역시 '베타니아' 환대의 집, 환대의 사람이 되어 살아 오셨음은 그 약력이 증언합니다.


그러니 오늘 복음의 주제는 관상과 활동이 아니라 말씀의 경청과 환대라함이 맞습니다. 마리아가 경청과 환대의 모범이었듯이 이말티나 수녀님도 그러했을 것입니다. 마르타는 음식으로 주님을 환대했지만 주님이 원했던 환대는 말씀의 경청이었습니다. 환대의 우열愚劣이나 호오好惡가 아닌 우선순위優先順位를, 분별의 지혜를 말하는 것입니다. 미사전례역시 말씀전례후 성찬전례가 뒤따릅니다. 주님은 마르타는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해 말씀하십니다.


“마르타야, 마르타야! 너는 많은 일을 염려하고 걱정하는 구나.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필요한 것 한 가지는 하느님의 나라요, 말씀의 경청으로 주님을 환대하는 관상적 삶입니다. 오늘 주님은 성녀 스콜라 스티카 대축일 미사를 통해 하느님만 찾는 '복된 관상적 삶'의 원리를 알려주셨습니다.


바로 광야의 삶, 찬미의 삶, 환대의 삶에 충실하고 항구하는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이런 복된 관상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도와 주십니다. 끝으로 수녀님들에게 어제 나눴던 ‘하루에 평생平生을 사네’라는 자작시를 선물합니다. 


-날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잠깨는 새벽


일출日出

찬란할 때는

가슴 뛰는 소년少年


한낮

햇빛 밝을 때는

활력넘치는 찬미讚美의 청년靑年


일몰日沒

고요할 때는

원숙圓熟한 노년老年


감사感謝로

하루를 끝내고

잠자리에 드는 밤


하루에

평생平生을 사네

더 바랄 것 무엇이 있겠나.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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